100만명 실직에 무장시위..트럼프 '코로나 봉쇄해제' 딜레마

박현영 2020. 4. 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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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정상화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100만 명 실직한 미시간서 소총 무장 시위
봉쇄 4주간 2200만 명 실직..정부에 부담
트럼프 "5월 1일 경제 재개 가능 ..주지사 판단"
쿠오모 "15일까지 재택 연장..데이터로 판단"
미시간주 주도 랜싱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자택 대피 명령 연장에 항의하며 소총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이들은 자유를 구속하지 말고, 다시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일부 지역은 5월 1일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이 이를 강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바람과 달리 이날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5월 15일까지 자택 대기 명령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지사들과 전화 통화에서 "일부 주는 5월 1일이나 그 전에 경제를 재개하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결정권은 전적으로 당신들에게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내게 전권이 있다"며 경제 재개를 명령할 수 있다고 주장하던 지난 13일과 달리 "공손한" 태도였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주 정부가 스스로 경제 재개 시점을 결정하는 데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미시간주 주도 랜싱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자택 대피 명령 연장에 항의하며 소총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이들은 자유를 구속하지 말고, 다시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EPA=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조기 경제 정상화에 대한 바람은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여러분 가운데 일부는 경제를 빨리 다시 열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매우 상태가 좋다. 원한다면 5월 1일 전에 문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50개 주 가운데 29개 주가 경제를 재개할 만한 여건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양당 하원의원들과도 전화 회의를 했다. 트럼프는 몇몇 지역에서 일어난 시위를 언급하며 봉쇄 조치가 4주를 넘어가자 국민이 일하고 싶어하고, 일하지 못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미시간주 주도 랜싱에서는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의 자택 대피 명령이 과도하다고 비판하면서 철회를 요구했다. 미시간주는 이웃이나 친구 방문도 금지하는 등 주민 이동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자택 대기 명령과 비필수 사업장 폐쇄 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대 100여명이 주 정부 청사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AP=연합뉴스]


보수단체가 시위를 주도했다. 민주당 소속 휘트머 주지사에 반대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위 참가자들은 총기를 소지하기도 했으며 휘트머 주지사를 히틀러에 비유하는가 하면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우리는 죄수가 아니다" 같은 구호를 내걸었다.

하지만 "다시 일하게 해달라"며 실직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주장도 나왔다. 주력 산업인 자동차 공장과 부품업체 등이 문을 닫으면서 미시간주에서만 100만 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간주 노동인구의 4분의 1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켄터키주 프랭크포트에서도 자택 대기 명령을 풀라고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오하이오주에서는 주민 100여명이 주 정부청사에 몰려가 항의했다. 텍사스·오리건·캘리포니아주에서도 봉쇄 조치 비판 시위가 예정돼 있다고 NYT가 전했다.

미국 켄터키주 프랭크포트에서 15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제하고 상점 영업을 재개하라고 요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사회적 거리 두기에 관한 대통령 가이드라인이 나온 뒤 주 정부들은 순차적으로 자택 대기 명령을 내렸다. 주민 이동을 제한하고 상점 영업 중단 명령으로 폐업과 해고가 속출하면서 지난 4주 동안 2200만 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노동 인구 8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주지사들은 코로나19 확산이 완전히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경제 활동을 재개했다가 제2 감염 파고가 덮칠 가능성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 확진자는 16일 65만 8000명을 넘었으며, 이 가운데 3만 2000명 넘게 숨졌다. (존스홉킨스대 16일 미국 동부시간 오전 6시 기준)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하루 신규 확진자는 2만1900명으로, 전날(3만3000명)보다 줄었지만, 사망자는 역대 가장 많은 3860명이 나왔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지난 3월 27일 기자회견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코로나 정례 브리핑에서 "비필수 사업장의 셧다운 조치를 5월 15일까지 연장할 것"이라면서 그 이후 상황은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뉴욕주는 셧다운을 4월 30일 해제할 예정이었다.

쿠오모는 코로나19 확산 예방 조치를 계속해야 한다면서 "감염률이 더 내려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뉴저지·코네티컷·로드아일랜드 등 인접한 북동부 주도 셧다운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봉쇄가 너무 길어지면 경제를 재개하더라도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와 일부 경제 전문가의 우려다. 경제와 보건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경제 정상화 시점을 둘러싸고 트럼프 행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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