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또 만든다고 무슨 의미가 있나.. 통합당 해산이 처방"

최우열 기자 2020. 4. 18. 03: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생물로 치면 자연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것처럼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에게 멸종 판정을 받은 것이다. 당을 해산하는 건 아직도 유효한 처방이다."

지난해 11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며 불출마 선언과 함께 당 해산을 주장해 보수진영에 충격파를 던진 김세연 의원(사진). 이번 총선 참패로 결과적으로 6개월 전 예측이 맞게 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與 총선압승 이후]
작년 11월 '黨의 몰락' 미리 경고했던 김세연이 진단한 보수정치 재건의 길
미래통합당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과 조경태 최고위원(왼쪽에서 네 번째부터) 등이 17일 국회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열고 총선 참패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심 권한대행은 “국민들께서 주신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며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생물로 치면 자연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것처럼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에게 멸종 판정을 받은 것이다. 당을 해산하는 건 아직도 유효한 처방이다.”

지난해 11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며 불출마 선언과 함께 당 해산을 주장해 보수진영에 충격파를 던진 김세연 의원(사진). 이번 총선 참패로 결과적으로 6개월 전 예측이 맞게 됐다. 김 의원은 지난해 통합당 ‘폭망’을 전망하고 황교안 전 대표의 서울 종로 출마를 가장 먼저 주장해 당 안팎에서 ‘김스트라다무스’란 별명도 얻었다. 그런데 그는 “이번이 끝이 아닐 수 있다”며 또 다른 ‘예언’을 했다. 김 의원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패배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자책을 한다”며 보수정치가 몰락한 원인을 진단하고 그 나름의 해법을 풀어놨다.

―당은 김 의원의 ‘극약 처방’을 수용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총선 결과는 참담했다.

“당 해체는 현실화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더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총선 결과는 예고된 참사였다. 당 해체 주장만 해도 나는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했다. 당 밖에선 호응을 했다. 그런데 당 안에선 (나를 비판하는) 아주 격앙된 반응들을 보였다. 당 전체가 현실과 인식의 괴리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현실 인식이 완전히 다르니까 진단이 잘못됐고, 이상한 처방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총선을 지켜보며 한국의 보수정치와 통합당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나.

“세상 바뀐 줄 모르고 과거에 안주하거나 각자의 환상 속에 빠져 ‘꼰대 짓’을 계속해 왔기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은 우리 당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의 숙청과 친박(친박근혜)계 비주류조차 숙청된 20대 총선 공천에서부터 당은 다양성이 사라졌고, 대통령 탄핵 등 늘 잘못된 길로만 접어들었다. ‘우파 전체주의’의 회로가 작동한 결과 변화된 시대에 적응할 수 없게 됐다. 상당수 당원은 자기들만의 환상 속에 살게 됐고, 극우 유튜브 채널들이 그 환상을 강화하고 증폭시켰다. 이번 총선으로 이제야 환상이 깨진 것이다.” ―지난해 ‘꼰대 정당 탈출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황교안 전 대표가 거부했나.

“여의도연구원장 시절 밀레니얼 세대에게 사랑받을 정당이 되기 위해 방안을 들어보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내가 지난해 6월 황 전 대표의 서울 종로 출마론을 꺼내고 나서는 황 전 대표 측에서 계속 (프로젝트에 대한) 불신을 제기하면서…(유야무야됐다).”

―당 해체보다는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논의되고 있는데….

“최근 한 비대위 구성만 서너 차례 반복했던 것 같다. 그걸 한 번 더 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 그나마 수도권에서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졌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신다는 논의가 있다가 지금 다시 그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기류가 있다. 황 전 대표가 물러났는데 다른 지도부는 그대로이며, 아직도 자신들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다는 걸 모르는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현실 인식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게(총선 패배) 끝이 아닐 수도 있다.”

―구체적인 당 해체 프로세스는 생각해 둔 게 있나.

“통합당 당헌을 보면 전당대회 권한으로 당 해산 의결권 한 줄만 규정돼 있다. 당 재산의 국고 귀속 문제 등 일시적인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정치적인 신념에 따라 헤쳐 모여 하고 경쟁해서 대선에서 평가받아야 하지 않겠나. 어차피 21대 국회에서 개헌 저지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폐기돼야 할 자들이 폐기되지 않아 오늘의 불행이 찾아왔다고 본다.”

최우열 dnsp@donga.com·이지훈 기자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