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고 틀렸다"..아베의 위기 초래한 결정적 장면 '넷'

이재은 기자 2020. 4. 1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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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마스크를 쓴 채 연설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자 기존 7개 도부현에 발령했던 긴급사태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2020.04.16.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지율 급락을 맞았다.

17일 일본 JNN 방송 네트워크의 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 조사 때보다 5.7% 떨어진 43.2%로 2018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내에선 '아베 6월 퇴진설' '9월 퇴진설' 등도 불거지고 있다. '위기의 아베'를 낳은 결정적 장면 4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늦어진 긴급사태 선언
코로나가 확산하던 초기, 아베 총리는 코로나 대응을 가토 가쓰노부 후생상에게 맡겼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대한 대응이 논란이 되어 여론의 비판은 아베 총리로 돌아섰다.

긴급사태 선언도 주춤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2월27일 새 학기 개학을 앞둔 초·중·고등학교의 임시 휴교를 전격적으로 요청했다.

당시까지만해도 아베 총리는 올림픽 강행 의지를 보이며 일본의 코로나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긴급사태(국가 비상사태) 선언도 하지 않았기에, 임시휴교 요청은 일본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했다.

도쿄의 유흥가에서 집단 감염자가 속출하고, 유명 개그맨 시무라 켄이 코로나로 사망한 뒤에도 아베 총리는 긴급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 일본의 적은 검사에도 불구하고 누적 확진자 수가 5685명(8일 오후 기준)으로 5000명을 넘자 아베 총리는 지난 8일 긴급사태를 발효했다.

긴급사태는 도쿄·가나가와·사이타마·지바·오사카·효고·후쿠오카 등 7개 지역에 대해 내려져 다음달 6일까지 약 한 달 간 유지된다.

이처럼 긴급사태 선포가 늦어진 배경에는 아베 총리의 개헌 욕심이 있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아베 총리가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헌법을 바꾸려고 해 긴급사태 선포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가 1월 말쯤에 일본에서도 본격화됐는데 그때부터 나온 이야기가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며 "지금은 헌법이 아닌 법률적으로 긴급사태 선언을 했는데, 법으로는 다 할 수가 있는데 일부러 못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뭔가 그런 강력한 것을 만드는 하나의 구실을 계속 찾고 있다"고 했다.

2. 올림픽 강행 의지와 소극적 검사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코로나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특히 아베 총리의 2020 도쿄 올림픽 강행의지와 함께 올림픽을 강행하려 하기 때문에 코로나 확진 규모를 은폐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지난달 19일 일본의사회는 일본 보건당국이 코로나 진단 검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지 않는다면서 검사 거부 사례 수백 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의사회는 '코로나19 감염 여부 검사가 필요하다'고 의사가 판단했음에도 보건소가 응하지 않아 검사가 시행되지 않은 사례가 26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에서 290건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소극적 검사의 배경엔 올림픽 강행의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 정부가 적은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를 올림픽 강행의 근거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도쿄=AP/뉴시스]25일 일본 도쿄의 오다이바 해양공원 앞에 피어나는 벚꽃 뒤로 오륜 조형물이 보인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보다는 전 세계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을 보고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연기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 회담에서 올림픽의 1년 연기를 확정한 바 있다. 2020.03.25.

지난달 16일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코로나를 극복하고 예정대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며 "일본의 인구 1만 명당 코로나 확진자는 0.06명으로, 한국, 중국, 이탈리아보다 적은 수준이다"라고 했다.

이 같은 의심은 올림픽 연기가 공식 발표된 지난달 24일 이후 신규 확진자 수가 치솟으며 확신이 됐다. 지난달 28일 200명이 확진됐고, 지난달 29일 169명이 확진되는 등 연일 확진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AP통신은 "올림픽이 연기된 이후 일본의 감염자 수가 증가한 것은 더 이상 코로나 피해를 숨길 이유가 없어진 것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3. 공감 능력 부족한 아베와 아키에… 연일 구설수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연일 떨어진 데는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의 잇따른 망언과 부적절한 행실이 있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 8일 긴급사태 선언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기자회견 후반 이탈리아인 기자가 "정부 정책이 실패하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묻자 아베 총리는 "최악의 경우엔 내가 책임을 진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사진=아베 트위터 캡처.


지난 12일에는 아베 총리가 자신의 SNS에 반려견을 안고 휴식을 취하는 영상을 올리며 외출 자제를 요청해 "한가하다"는 비난 여론이 폭주했다.

16일엔 코로나를 가리켜 '제3차 세계대전'이란 표현을 써 구설수에 올랐다. 아베 총리는 16일 "코로나와의 싸움을 '제3차 세계대전'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가 뒷북만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키에 여사도 연일 행실로 입길에 올랐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주말 외출 자제를 요청했던 지난달 하순, 아키에 여사는 가수·패션모델 등 연예인들과 벚꽃놀이를 즐겨 논란이 됐다.

연이어 16일엔 아키에 여사가 지난달 15일엔 마스크를 끼지 않고 유명의사 '닥터 돌핀' 마쓰히사 다다시(松久正) 주최 투어 행사에 끼어 오이타현 신사를 다녀온 게 확인됐다.

남편 아베 총리가 불과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대응은 감염 확산 방지가 최우선"이라며 국민들의 불필요한 외출자제 등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사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망언과 부적절한 행실은 아베 총리의 부족한 공감능력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호사카 교수는 "아베는 공감 능력이 상당히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일본에선 '이게 프랑스였으면 제2의 프랑스 혁명이 일어날 수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4. 5300억원이나 썼는데…작디 작은 마스크
아베 총리는 지지율이 급락하고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 1일 가구당 천 마스크 2개를 배포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17일 NHK,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마련한 천 마스크가 이날 일본 국민들에게 배달되기 시작했다. 우선 수도인 도쿄도 내에 배달이 시작됐다. 우체국 집배원이 가구당 2개씩 배포한다. 우편함에 넣어두는 방식이다. 이번 천마스크 배포를 위해서는 총 466억엔(약 5270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비판 여론은 더욱 커졌다.

[서울=뉴시스]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방지 대책으로 내세운 '가구당 천 마스크 2개 배포' 방안이 17일 실시됐다. 우체국 집배원들은 수도인 도쿄를 시작으로 이날 마스크 배달을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의 아나운서가 정부가 배포하는 천 마스크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FNN 갈무리. 2020.04.17.

한 가구에 겨우 마스크 2개를 나눠주면 나머지 가족은 어떻게 하냐는 비판이다. 실제 6명이 사는 가구에도, 1명이 사는 가구에도 마스크는 2개씩 배부됐다.

또 마스크가 필터 등 보건 기능이 있는 마스크가 아니라 거즈를 덧댄 수준의 천 마스크라 코로나 방지 효과가 있냐는 의문도 높아졌다. 이외에 천 마스크가 남성에게 유독 작고 크기가 작아 귀가 아프다는 비판이나 한번 빨면 줄어들어 재사용할 수 없는 등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판이 계속되자 일본 정부는 우선 천 마스크를 2개 배포하고, 향후 가족 구성원에 따라 추가 배포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교도통신이 10∼13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일본 정부가 모든 가구에 천 마스크 2장씩을 배포하기로 한 데 대해 응답자의 76.2%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는 21.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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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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