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연구소장 안진걸 "나경원 심판은 적폐청산 상징" [원희복의 인물탐구]

글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사진 권호욱 선임기자 2020. 4. 1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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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대 관심지역 중 한 곳은 서울 동작을이었다. 서울시장 후보였으며, 야당 원내대표를 지내고 5선에 도전한 미래통합당 중진 나경원 의원의 지역구에 신예 이수진 후보가 도전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 의원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낙선하고 말았다.

이 총선 결과에 이 당선자보다 기억해야 할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총선 전부터 ‘집요하게’ 나 후보를 물고 늘어졌다. 기자는 이수진 후보 당선 절반의 공은 바로 그 사람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나 후보가 ‘적폐의 종합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작을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정치·교육·역사·검찰 등 거의 모든 문제를 조망·심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48)이다.

민생경제연구소장 안진걸./권호욱 선임기자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해 12번째 고발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그리 계속 고발장을 내는 이유가 뭔가. 경찰에 낸 고발은 성과가 있는가.

“나경원이 고소한 <뉴스타파> 황일송 기자에 대해 검찰은 한 달도 안 돼 부르고, 두 달도 안 돼 기소까지 했다. 1·2심 모두 무죄로 판명됐다. 그러나 나를 비롯해 전교조와 시민단체 모임이 한 나경원에 대한 고발은 수사도 느릴 뿐만 아니라 그를 부른 적도 없다. 나경원 범죄는 2012~2015년에 벌어진 것으로 공소시효 문제가 있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경찰은 10일 만에 고발인 조사를 했고, 1~10차 고발자료를 다 달라고 해 줬다.”

-경찰은 나 전 원내대표를 불러 조사했는가.

“총선 전에 소환하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봐 조심한 것 같다. 나경원은 한 시민단체가 친일 행보를 규탄하는 것을 총체적 부정선거라고 주장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마 총선 이후 소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 12번째 고발

-나 전 원내대표의 범죄사실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보고서와 대한장애인체육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총22건의 비리가 적시돼 있다. 핵심은 나 회장이 남편의 전 상사의 딸을 부정 채용한 혐의다. 세금 30억원이 지원되는 비영리 공익사단법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직원 1명 채용에 28명이 지원해 그중 3명을 1차 선발했다. 1등 합격자가 스스로 입사를 포기했는데, 그러면 2·3등에게 차례로 연락해 입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2·3등도 포기할 것으로 예단하고 애당초 지원자 28명에도 없던 사람을 채용했다. 면접위원이 자기 사무실에서 면접만 보고 뽑은 특혜·부정채용이다. 이 합격자가 남편 김재호 판사의 대학 학과 선배이고, 남편이 처음 판사로 부임한 법원 부장판사의 딸이다. 그밖에 비상근이면서 한 달 400만원이나 활동비를 받고, 규정에 어긋난 수의계약을 남발했다.”

-<뉴스타파>는 나 전 원내대표의 딸 성신여대 입시비리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뉴스타파>가 인터넷심의보도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자 행정소송을 했다. 그 행정소송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는데, 그 판결문과 나경원씨가 <뉴스타파> 황일송기자를 고소해 무죄판결이 나온 판결문에는 ‘같은 장애인이 경쟁하는 조건에서 엄마의 특별한 지위나 조치로 부당 합격했다면 용납할 수 없다’, ‘나경원의 딸 성적이 규정과 절차를 어기고 고쳐진 것은 사실’이라고 명시돼 있다. 성신여대 감사보고에는 ‘입시전형은 법과 절차를 어겼고, 성적도 비정상적으로 급상승했다’라고 돼 있다. 내가 제기한 문체부 감사보고서·장애인체육회 감사보고서·성신여대 감사보고서 등 모두 공식문건이다.”

-왜 나 전 원내대표와 싸움을 시작했는가. 어떤 인터뷰에서는 이 일을 ‘필생의 업’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두 가지 계기가 있다. 참여연대에 있을 때인 2013~2016년 상지대·수원대 비리규명에 집중했는데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자신의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사학을 만들고, 권력으로 공고히 하기 위해 정치와 결탁하거나 직접 정치에 나선 사례가 많더라. 2016년 1000개 시민단체가 총선넷을 구성해 낙선운동을 벌였는데, 최악의 후보로 한·일 위안부 합의 옹호, 언론장악 앞장, 사학비리 연루 등으로 나 후보를 낙선대상 1~2위로 꼽았다. 마침 <뉴스타파>가 성신여대 비리를 추적해 보도했다. 그런데 사학비리와 자녀 부정입학 ‘끝판왕’격인 나경원이 원내대표로 조국사태에 가장 앞장 서 비판하는 모습을 보니 ‘최소한 양심도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소하게 됐다.”

나경원 의원 측은 안진걸 소장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22일 나경원 의원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접수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있다./우철훈 선임기자

참여연대 나와 민생경제연구소 만들어

우리 사회의 적폐가 어찌 이뿐일까. 사실 나 전 원내대표는 ‘반민특위가 국민분열을 낳았다’는 등 이전부터 친일 발언을 자주 했다. 그래서 ‘이번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구호도 많았고,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비례 1번을 윤봉길 의사의 손녀를 택한 것도 그에 대비한 것이다. 친일세력이 해방 후 사학세력으로 변신하고, 다시 정치권에 진출해 분단세력과 결탁하고, 5·16쿠데타 이후에는 군부와 재벌까지 가세해 엄청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이번 총선을 통해 그를 낙선시킨 것은 우리 유권자들의 판단이 냉정했고, 또 현명했다는 점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안진걸이 나경원에게 대항하는 것은 윤석열을 거꾸러뜨리기 위한 것’이라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물론 진 전 교수의 개인적 페이스북 글이지만, 안 소장의 ‘투쟁’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안 소장은 “진 선생의 최근 글을 보면 팩트가 틀린 것이 많다”면서 “MBC <스트레이트> 보도를 통해 나경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가 윤 총장 장모 재판을 1년 반이나 질질 끈 것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혹시 그 보답으로 나경원 수사를 늦추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사태에서 피의사실을 마구 공개하던 검찰이 이 사건 때 성신여대에 보낸 수사공문을 보면 ‘이 수사에 대해 보안을 요망함’이라고 썼다”라고 검찰의 이중성을 폭로했다.

사실 그는 참여연대에서 나온 2018년 이후 민생경제연구소를 만들어 통신비 원가 공개와 반값 등록금,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양극화와 민생문제에 매달렸다. 그는 “업무의 70%는 민생경제운동, 남은 30%는 ‘나경원 응징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의 나경원 응징행위에 언론에서 별로 다뤄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야당 원내대표에 고위 판사인 남편이 ‘소송하겠다’는 으름장에 섣불리 기사를 쓰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다. 결국 기자의 진실에 대한 열정이나 자신감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1972년 전남 화순 출신으로 91년 중앙대 법대에 입학했다. 입학 그해 등록금 인하 시위를 하던 명지대 강경대 군이 전투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그는 고시 공부보다 시위에 앞장섰다. 법대 학생회장도 했지만 그는 구속되지 않았다. 그는 “운 좋게 잘 도망을 다녔고, 총학생회도 온건한 노선이었다”고 말했다. 졸업 직전 참여연대에 잠시 몸을 담았다가 건설회사에 입사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건설회사가 부도나자 99년 1월 다시 참여연대로 돌아와 시민권리국 간사로 시작, 2018년 4월까지 참여연대와 함께했다.

대학 때도 구속되지 않은 그였지만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로 첫 번째 ‘별’을 달았다. 2016년 촛불혁명 때는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으로 시민단체 측 대변인을 맡았다. 촛불혁명은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전교조·전농 등 민중단체와 친일·민주화 역사왜곡에 항의하는 원로, 그리고 4·16 세월호 추도단체 등 3개 세력이 추진하던 민중총궐기에 뒤늦게 시민단체가 가담하는 형태로 진화됐다. 그는 “민주노총의 민중총궐기와 백남기 투쟁이 촛불혁명의 씨앗이고, 그들의 공이 컸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이런 의식은 시민사회단체와 의견이 좀 달랐다”고 말했다.

이런 안 소장에 대해 ‘저 친구는 한국진보연대와 민노총과 만날 어울려 다닌다’는 소리가 참여연대 안팎에서 나왔고, 그의 이런 행보는 문재인 정부 들어 더욱 부담스러워했다. 이는 민주당이 총선연합에서 민주화 원로들이 만든 개혁정치연합과 결별한 것에서 극명하게 확인됐다.

그는 “내 노선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100% 옳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담스러워하는 점도 있었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후배들이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만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참여연대가 친정부적으로 변질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은 보수언론의 프레임”이라며 “참여연대가 발표한 성명을 보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촛불혁명을 주도했던 퇴진행동이 해산하면서 13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그것은 최저시급 1만원 실현, 위험 외주화 차단, 기초농산물값 보장, 청년 일자리 창출, 성소수자 차별 금지, 국가보안법 테러방지법 폐지, 한·미·일 3각 군사동맹 중단,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재벌책임 강화 등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임을 자임하면서 이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잘 지키고 있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2번 올리고 엄청난 반격을 받았다. 1년 반~2년이 지나면서 소득주도성장이 후퇴하기 시작해 3년차에 주저앉았다. 민생적폐는 적어도 10년은 꾸준히 밀고 갔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진보정당과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단체 등 민중 촛불세력과 손잡고 갔어야 했다. 문 대통령은 의지가 있는데 주변 참모들의 철학·뚝심이 부족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다시 이들과 손잡고 시작해야 한다.”

여러 정당에서 총선 러브콜 받아

-조국사태를 통해 개혁·진보세력이 분열했고, 이번 총선에서 의도적으로 쟁점 삼기를 회피했다. 왜 그랬을까.

“개혁도 기대에 못 미친다고 실망하는데다 문 정부 개혁세력도 기득권세력과 비슷했다는 분노가 화학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본다. ‘부모 찬스’도 아무 문제 없이 쓴 범진보세력의 민낯에 대한 실망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범진보세력이 모두 조국과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고, 이번 총선 결과로 나왔다.”

-녹색당은 젠더문제로, 민중당은 종북몰이에 휩쓸릴까봐 연대를 안 한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두 번씩이나 한 정부가. 특히 촛불혁명을 추동한 민주화 원로들이 정당을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았지만, 어렵게 만든 정당을 저렇게 내친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최선은 정의당·녹색당·민중당 중심으로 연대했어야 했다. 정치개혁연합이 가시화됐다면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했는데, 그것도 깨져 민망하게 됐다. 그럼에도 촛불시민세력은 미래통합당이 제1당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고, 그 결과가 총선 결과로 나왔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으로 그런 의지를 공천심사에 반영했던가.

“외부감시세력으로 부적격자를 골라내고 최대한 사회적 약자가 많이 공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투기나 미투에 연루됐던 사람들 모두 탈락시켰다. 좀 더 개혁적이고 노동존중 후보를 많이 공천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주어진 사람 중에서 골라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력충원 창구다. 그 역시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여러 정당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4년 전 시민단체 총선넷 낙선운동으로 1심 벌금 300만원, 2심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그는 “정치를 혐오하거나 멀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자유로운’ 신분이 되면 정치를 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일단 그는 “좋은 정당·노동조합·NGO가 활성화되는 것이 민주사회 기본”이라며 “양극화·불평등·불공정 해소와 민생경제에 힘쓰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 말했다.

글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사진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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