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파란' 물결..50대 진보화가 정치 지형 싹 바꿨다

유성운 2020. 4. 1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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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전국 지역구 판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1대 총선이 남긴 결과 중 하나는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다.

20대 총선(2016년)-19대 대선(2017년)-7회 지방선거(2018년)-21대 총선(2020년)까지 5년간 4차례 전국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승을 거두면서 한국 사회 지형 변화가 사실상 완결됐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비주류로 불리던 호남·586 세력이 주류로 고착화되면서 반대로 영남·산업화 세력이 비주류로 완연히 밀려났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당체제가 아닌 1.5당 체제라는 뉴노멀 시대가 왔다”며 “그동안 4번의 선거 모두 민주당이 승리, 그것도 대부분 압승이었다. 이번에 코로나가 없었어도 민주당이 고전은 좀 했겠지만 승리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의 주류가 산업화세력(1960~70년대)에서 민주화 세력(1980~90년대)으로 교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15일 21대 국회의원선거 서대문갑 당선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가 연희동 사무소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①50대의 진보화
민주당 586의 대표격인 우상호 의원은 올해 58세다. 이들 세대는 이제 사회 전 분야에서 두터운 주류로 자리 잡았다.

50대의 진보화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4·15 총선 전날 실시한 '정부 지원론이냐 견제론이냐'는 조사에서 20대(42% 대 39%), 30대(64% 대 25%), 40대(60% 대 35%), 50대(56% 대 34%) 등으로 2050세대 모두 정부 지원론이 우세했다. 60대 이상에서만 32% 대 54%로 정부 견제론이 더 높았다.

반면 4년 전인 2016년 총선 갤럽 조사에선 2040은 민주당 지지, 50대 이상은 새누리당 지지였다. 특히 당시 50대는 52% 대 27%로 보수여당 지지가 두배나 높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86이 50대 기성세대가 되면서 인구구조의 변화와 함께 사회 전반의 이념이 진보쪽으로 기울어지는 중”이라며 “586이 60대에 진입하게 되면 반공질서나 보수정서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갑 김부겸 후보가 12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이마트 만촌점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 후보는 낙선했다 [연합뉴스]



②영남의 비주류화
이번 선거에선 대구·경북 지역에서 과거 못지 않게 미래통합당에 몰표를 던졌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영남에선 선거 전부터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의지가 매우 강했다”며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일부 여권 지지자들의 대구 비하 발언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북의 한 대학 교수는 “정권은 내주고, 박 전 대통령은 수감됐고, 경제는 낙후됐는데 코로나19도 직격탄을 맞았다”며 “TK가 이번 총선에서 ‘묻지마 투표’에 가까운 통합당 지지를 드러낸 것은 한과 응어리가 형성된 것이다. 앞으로도 과거 호남 못지않은 일방 투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15일 부산 수영구남천동 미래통합당 부산시당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부산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여 출구 조사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한편으론 영남의 비주류화도 화두다. 영남은 오랜 기간 한국사회의 주류로 인식됐다. 호남과 비교해 물류 등 상대적 경제 우위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4명의 대통령이 연이어 배출된 영향이 크다. 김효성 시민정치네트워크 소장은 “제조업에 집중된 산업이 점차 쇠퇴하고 도심 노후화가 이어지면서 이제 영남, 특히 대구·경북은 오히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라며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집권 등으로 가려져 여전히 주류로 착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③반공보다 반일
전통적인 한·미·일 3각 동맹의 가치가 본격 퇴조하면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반감은 약화되고 있다. 이 틈을 파고든 게 반일(反日) 정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한 방송에서 "(통합당이) 지금까지 해온 게 전부 발목 잡기, 토착왜구 그런 것 아니냐"고 말했다. 친여 성향의 김정란 상지대 명예교수는 17일 페이스북에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시는 게 어떨지. 소속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 거느리고. 귀하들의 주인나라 일본, 다카키 마사오의 조국 일본이 팔 벌려 환영할 겁니다"라고 했다.

서울 동작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당선인(오른쪽 두번째)이 16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보수세력이 선거 때마다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 '빨갱이' 프레임을 덮어씌운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며 "여당이 공공연하게 선거를 한·일전이라고 명명하며 공세를 취했다. 그것이 먹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뉴노멀'에 대해 신중한 입장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 K 연구소장은 "이번 선거는 코로나19에 따른 선거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문데믹' 효과가 선거를 좌우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배 소장은 "과거 한나라당은 2번의 대선을 내준 뒤 2007년 대선-2008년 총선-2012년 총선 및 대선 등 2번의 대선과 총선에서 연승했다"며 "한국 정치사회 지형이 갑자기 바뀌었다고 단언하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도 “코로나19의 선거였다. 뉴노멀은 오히려 구태적 정치공학을 답습한 586 세대를 넘어선 시대에 가능한 화두”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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