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뉴스] 가림막 너머로 쓱 쳐다본 '그놈'..피해자 '소름'

양소연 입력 2020. 4.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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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시청자의 소중한 제보로 만드는 <당신이 뉴스입니다> 순서입니다.

법원에서는 성 범죄 피해자가 재판에 나와서 증언을 할 때, 가해자와 마주치지 않도록, 가림막을 쳐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와 눈이 마주칠 정도로 가림막이 허술하다 보니 피해 여성들이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양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김 모 씨(가명)] "거울을 통해서 제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나고, 어디 뭐 화장실을 가거나 해도 한참을 살피게 되고…"

1년 전, 30대 회사원 김 모 씨(가명)는 성추행과 불법 촬영 피해를 당했습니다.

공포와 충격에서 헤어나려 애쓰던 시점, 검찰은 김 씨에게 피해 사실 증언을 요청했습니다.

김 씨는 가해자를 다시 마주한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증언하는 동안만이라도 가해자를 법정에서 내보내는 '퇴정 조치'를 요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대신 법정에는 차폐막이 놓였습니다.

피고인석 앞에 가림막을 세워 가해자가 증언석에 앉은 김 씨의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배려와 보호 조치라고 하기엔 차폐막은 너무 허술했습니다.

[김 모 씨(가명)] "저는 차폐막이 완전히 그 사람이 있는 공간을 가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거의 'ㄱ'자 이런 식으로 몸을 기울이면 저를 볼 수 있는 정도의 차폐막이라서 너무 당황스러웠고…"

증언을 마친 뒤, 가해자와 눈이 마주쳤다는 김 씨.

[김 모 씨(가명)] "피고인이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몸을 기울여서 저를 봤어요. 저랑 눈이 마주쳤어요."

김 씨는 바로 항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김 모 씨(가명)] "너무 깜짝 놀라서 '저 사람, 저 피고인이 나를 봤다'라고 했는데, 그쪽(재판부)에서 어떠한 제재를 할 수 있는 것이 없더라고요."

문제는 법원이 차폐막의 크기나 설치 위치 등에 대한 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심지어 차폐막 너머로 피고인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려 증인들은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조은희/한국성폭력상담소] "안희정 사건이나 이윤택 사건 보면 헛기침 소리나, 숨소리 아니면 옆에 변호사하고 이야기하는 말소리 같은 게 다 피해자한테 들리는 거예요. 피해자 분들이 '굉장히 얼음이 됐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성범죄 피해자 등 증인 보호를 위해 법원에서는 차폐막 설치 외에도 화상 증언, 피고인 퇴정을 할 수 있지만, 명확한 기준 없이 판사의 재량에만 맡기고 있습니다.

이른바 특별증인지원제도를 통한 법정 증언은 지난 2014년 약 2천 건에서 지난해 3천 백여건으로 크게 늘어난 상황.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증인은 늘 불안한 마음입니다.

[김 모 씨(가명)] "제 증언으로 인해서 형이 더 늘어날 수도 있고…그래서 저는 피고인이 추후에라도 저한테 보복을 할 수도 있다는 그런 불안감이 계속 있었고…"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김재현 / 영상편집: 장예은)

양소연 기자 (say@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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