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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프리카에 불기 시작한 原電바람.. 러·중국이 다 쓸어갈 판

이순흥 기자 입력 2020.04.21. 03:02 수정 2020.04.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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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원전 한국은 구경만..
"청정 에너지, 안정적이다" 20개국 넘게 원전 건설 추진
러시아, 이집트에 2기 7월 착공
중국도 케냐·수단 등 MOU 맺어

지난달 초 서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선 아프리카 원자력위원회(AFCONE) 전문가 모임이 열렸다.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원전(原電) 개발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참석자 상당수가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콜린 나말람보 AFCONE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핵 비(非)확산이나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겠지만,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가 원자력을 수용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 '원전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의 유일한 원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984년부터 운영 중인 쾨버그 원전(2기)뿐이다. 하지만 안정적 전력 공급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청정에너지 개발에 힘이 실리면서 원전 건설을 검토하는 아프리카 국가가 늘고 있다.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에서 20국 이상이 원전 개발을 추진 중이다.

아프리카에 단 하나뿐인 남아공 원전 청정에너지의 필요성과 안정적 전력 수급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원전 건설을 고려하는 아프리카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러시아와 중국이 아프리카를 원전 수출의 신시장으로 적극 공략하고 있다. 사진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상업원전인 남아공 쾨버그 원전의 모습. 남아공과 프랑스 업체가 합작해 지었다. /에스콤(ESKOM)

'원전 강국' 러시아와 중국은 새로운 원전 시장으로 떠오른 아프리카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원전을 활용해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왜 아프리카인가

아프리카는 전기 인프라 부족으로 전력난을 겪고 있다. 12억이 넘는 인구 가운데 전력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이 절반에 이른다. 그간 아프리카 내 원전 개발 논의가 있었지만 비싼 비용 때문에 구체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빠른 속도로 증가한 인구와 경제 성장으로 과거보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력 공급의 안정성 확보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짐바브웨와 잠비아다. 두 나라는 그동안 수력발전을 이용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가뭄으로 강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전기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두 나라는 대안으로 원전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 케냐·에티오피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회의 땅' 누비는 러시아·중국… 한국은 어디에

러시아와 중국은 이런 아프리카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 내 원전 40기 이상을 건설·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진출에 나섰다. 그 중심엔 세계 12국에서 원전 36기를 건설 중인 국영 원전 기업인 로사톰(ROSATOM)이 있다.

로사톰이 이집트 북서부 지역 엘다바에 짓는 새 원전 2기는 이르면 오는 7월 착공할 예정이다. 건설 비용 290억달러(약 35조원) 가운데 85%를 러시아 정부가 대출했다. 막대한 원전 건설 자금을 직접 투입하면서 공격적인 개발에 나서고 있다. 로사톰은 2018년 나이지리아와 원전 2기 건설·운영에 대한 협정에 사인하고 구체 협의를 하고 있다.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원자력 관련 기술 교류 및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러시아 톰스크 공과대학은 지난 1월 가나 3개 대학과 원자력 엔지니어, 연구원 등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공동 수행하기로 합의했다. 프로그램에 드는 비용은 로사톰이 전액 지원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짐바브웨와 원전 개발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짐바브웨 내 우라늄 채굴권도 얻었다. 원전 개발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원자력발전 연료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도 아프리카를 '기회의 땅'으로 본다. 파키스탄 원전 수주 등으로 원전 수출 노하우를 쌓은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이집트·케냐·수단·남아공 등과 원전 공동 개발에 대한 MOU를 체결하며 영향력을 넓혔다.

러시아와 중국이 아프리카를 무대로 '원전 세일'을 하는 반면, 탈(脫)원전 정책으로 원전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한국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건설을 타진 중인 곳은 체코와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정도다. 한 국내 원전 전문가는 "한국은 기술 경쟁력은 물론 다른 수출국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 좋은 원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막대한 원전 건설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아프리카 국가에 한국 원전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적극적인 수주 전략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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