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두산중공업에 일감을 허(許)하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원전이 국가안보의 중요한 기초라고 강조하며 ‘원전굴기’를 기치로 내걸었다. 정보통신, 철도와 함께 원전을 중국 ‘제조업 2025’의 핵심으로 삼았다. 2030년까지 원전 110기를 건설해 원전 강국이 되겠다는 게 중국의 목표다.
중국은 원전으로 석탄·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산업화하고자 한다. 원전이 달러소모를 최소화하면서 달러를 확보하는 전략적 수단인 것이다. 중국의 원전은 값싼 전기를 공급해 산업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고급 일자리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 원전도 중국 원전과 마찬가지 기여를 해왔다.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나라에서 원전은 에너지 종속을 완화하는 계기였고 제조업 기업과 일자리를 뒷받침하는 토대였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로설비 등 원전 주기기를 만들며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한국 원전사업을 이끌었다. LG전자 창원공장, 현대로템 창원공장 등과 함께 인구가 100만명 넘는 경남 창원시의 ‘빅3’ 일터면서 창원지역 총생산(GDRP)의 15%를 차지한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최근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긴급 대출한 것은 국가기간산업인 발전분야에서 두산중공업을 대체할 기업이 없다는 점과 일자리, 지역경제 등을 두루 고려한 결정이다.
두산중공업이 채권단에 손을 내미는 처지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수주를 못해 실적이 저조했고 미분양으로 경영난을 겪던 두산건설에 2조원가량 지원하면서 자금이 빠듯해졌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부연하자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악화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기 전 시작됐다. 이미 2014년 12월 한국기업평가는 실적저하와 계열사 지원을 이유로 두산중공업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2015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6개 원전과 6개 석탄화력발전이 2년 뒤인 2017년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취소된 것은 두산중공업에 치명타가 됐다. 신고리5·6호기의 공사중단에 따른 손실을 감내해야 했고 신한울3·4호기 건설보류로 해외에 발주한 기자재비용과 보관비 등으로 7000억원의 헛돈도 쓰는 중이다.
이를 반영해 한국신용평가는 2017년 12월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현금창출력 약화, 재무부담 악화 등과 아울러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사업성과 수익구조가 나빠졌다’는 게 근거였다.
이런 요인들로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7086억원, 877억원(개별기준)으로 급전직하했다. 두산중공업이 올해 갚아야 할 돈은 4조원 이 넘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그 10분의1에도 못 미친다. 영업이익으론 금융비용도 감당할 수 없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필요한 금융지원을 하면서 자구안을 바탕으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것이 곧 두산중공업의 회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의 본업이 살아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채권단은 코로나19(COVID-19)가 촉발한 위기에 빠진 항공·해운·유통 등 다른 업종과 기업도 지원해야 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빌려줄 수 있는 돈은 제한돼 있으니 정책을 전환해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리고, 그 돈을 다른 기업에 투입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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