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피해 당하고도 숨어서 지내.. 가해자 관대한 형량에 피눈물" [디지털 성범죄 그들의 죗값]

박지원 2020. 4. 2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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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범들이 어떻게 악마가 되었는지에 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사이 그 맞은편에는 고통 속에 남겨진 피해자가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은 영상이 퍼지는 순간부터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 살아갑니다.

목숨을 끊으려고 해도, 죽게 되면 디지털성범죄의 피해자였음이 알려질까봐, 그리고 범죄자들에게 영상이 유작이라는 조롱거리가 되어 더 많이 유포될까봐 죽을 수 조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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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 피해자가 보내 온 편지 / 누군가 알아볼까봐 두려움에 떨며 살아 / 고소 이후 도와준 사람들까지 보복당해 / 유포·댓글 모두 범죄.. 단죄 제대로 안 돼
 
텔레그램 성착취범들이 어떻게 악마가 되었는지에 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사이 그 맞은편에는 고통 속에 남겨진 피해자가 있었다. ‘그들’이 온당한 죗값을 치르기만을 바란 피해자들의 소망은 관대한 구형과 법적 한계 앞에 처절히 무너졌다. 세계일보는 최근 텔레그램 성착취물 공유방의 한 피해자가 보내온 편지를 받았다. 피해자의 편지에는 성착취 공유방인 ‘고담방’을 운영하던 ‘와치맨’ 전모(38)씨와 그의 동조자들로부터 불법촬영물 유포와 명예훼손 등을 받으면서 느낀 끔찍한 고통이 절절히 담겨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처한 현실과 범죄자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는 우리 법 제도의 한계도 생생히 드러났다. 독버섯처럼 번지는 ‘아동 성착취물’의 고리를 끊기 위해 세계일보는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편지 전문을 싣는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은 영상이 퍼지는 순간부터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 살아갑니다. 주변의 누군가가 알아보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 사회에서 단절되어 숨어지내며 끝나지 않는 고통으로 매일 피눈물을 흘립니다. 목숨을 끊으려고 해도, 죽게 되면 디지털성범죄의 피해자였음이 알려질까봐, 그리고 범죄자들에게 영상이 유작이라는 조롱거리가 되어 더 많이 유포될까봐 죽을 수 조차 없습니다. 차라리 칼로 찔렸다면 나을 수 라도 있을텐데… 평생 저를 망가트리는 범죄를 당하고도,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다시 2차 피해를 입습니다.
 
피해자가 받는 평생의 고통에 비하여, 가해자가 받을 벌은 어처구니 없을 만큼 가볍습니다. 가해자들은 범죄사실이 적발돼 처벌 받는다 해도 벌금, 집유 또는 고작 몇 년의 형을 삽니다. 이마저도 반성문을 잘 쓰면 감형해줍니다. 유포자의 부모님이 무릎을 꿇고 제게 용서를 구하셔서 합의를 해 준 적도 있습니다. 유포자는 벌금을 냈지만, 그 후 또 다시 인터넷에서 유포와 명예훼손을 하다 적발됐습니다. 인터넷이라는 특수성이 만들어 낸 기이하고 잔인한 범죄에 대한민국은 너무나 관대합니다. 이 맹점이 텔레그램의 악마들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 악마들은 피해자인 제가 고소를 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도와주고 가해자를 추적하는 사람들까지 공격했습니다. 이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살인만큼 무서운 짓을 일삼는 범죄자들입니다. 장난이나 재미, 호기심이라는 단어로 이들을 보호하지 마세요. 유포자, 댓글을 다는 사람, 다운로드 받는 사람 모두가 범죄자입니다.
 
국가에서는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인터넷의 발전속도는 빠르지만, 여기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한 처벌기준과 윤리의식은 턱없이 낮습니다. 디지털성범죄, 명예훼손 및 모욕에 대한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하며 이들을 모니터링하고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또 국제 공조를 통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범죄자를 잡아야 합니다. 인터넷의 1시간은 현실의 1시간과 비교할 수 없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범죄에 동조하고 악성루머를 배포하는 사람들 또한 강력히 처벌돼야 합니다. 강력한 처벌과 피해구제만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특별취재팀=김선영·이창수·박지원 기자, 박혜원 인턴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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