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천국' 소문나자..전국에서 버리러 왔다

남형도 기자 입력 2020. 4. 21. 15:21 수정 2020. 4. 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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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없던 군산 유기동물보호소, 무책임한 유기동물 폭증에 결국 도입.."당신들이 다 짓밟았다"
군산유기동물보호소가 구조한 강아지. 털이 빠진다고 하루만에 파양 당했다./사진=군산유기동물보호소 인스타그램

'버려진 강아지·고양이들의 천국'이라 불렸다. 전북 군산 유기동물보호소 얘기다. 이 곳은 '안락사' 없는 곳으로 유명했다(현행법상 10일간 보호한 뒤 안락사). 아이들은 하나 같이 깨끗했고, 안전펜스 안 드넓은 잔디서 뛰어놀았다. 연간 4만여명의 봉사자가 함께 돌봤고, 구조도 입양도 적극적이었다. 1년에 650마리씩 입양을 보냈고, 150마리는 주인을 다시 찾아줬었다.

그랬던 군산 유기동물보호소가 최근 '안락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 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피와 땀으로 일궈놓은 군산 보호소를 다 짓밟았다"며 원망섞인 하소연을 했다. 3년간 안락사가 없던 이 곳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안락사 없다' 소문 듣고 몰래 버려…年 1700마리씩 구조

군산유기동물보호소 전경./사진=군산유기동물보호소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건만, 그걸 '악용' 할줄은 차마 몰랐단다.

이정호 소장은 21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안락사 없는 보호소로 유명해지자, 전국에서 군산에 엄청나게 버리러 왔다"고 했다. 통상 1년에 400마리 정도 구조했었다. 그런데 소문이 퍼지면서 재작년엔 1100~1200마리, 지난해엔 1700마리씩 구조하게 됐다.

이유가 있었다. 전국에서 매일매일 전화가 왔다. 이 소장에게 "거기가 지상낙원이라는데 버려도 되느냐"고 물었다. 안 된다고 했더니, 와서 몰래 버리고 갔다. CCTV를 피해 유기했다.

한 번은 SNS 메시지가 왔다. "키우던 강아지 24마리가 감당이 안 돼 보호소로 데리고 오겠다"는 연락이었다. 또 한 번은 정읍에서 "강아지를 구조했다"며 세 마리를 데려왔다. 알고 보니 '거짓 신고'였다. 본인들이 키우던 아이들을 버리려던 거였다.

최적 300마리인데, 850마리 수용…물고 싸우고 질병까지

군산유기동물보호소의 자자./사진=군산유기동물보호소
그렇게 타 지역에서 유기하고 간 아이들만 600~700마리에 달하게 됐다. 버려진 강아지들이 넘쳐났다.

300마리가 살면 최적인 공간에, 850마리가 살게 됐다. 거의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밀도가 높아지니 아이들도 괴로워졌다. 이 소장은 "서로 물어 뜯고, 싸우고, 직원들도 물리고, 질병 관리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내일 입양 가기로 돼 있는 강아지가, 물려 죽는 경우까지 생겼다.

더 이상 아이들을 넣을 공간이 없어졌다. 실내에 400마리가 생활하고, 나머지는 비와 눈을 맞으며 바깥에서 잘 수밖에 없게 됐단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기존 아이들까지 위험해져서였다. 이 소장과 군산시 봉사자들은 두 달 전부터 안락사 여부를 두고 회의를 계속 했다. 결국 안락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장은 "도저히 방법이 없다"며 "지금도 수용소"라고 했다. 이어 "더 이상 군산 유기동물보호소는 아이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곳이 됐다"며 "많은 분들이 피땀으로 일군 이 곳을, 당신들이 다 짓밟았다"고 했다.

'강아지 주인'이란 말에 담긴 인식…"물건 취급"

/사진=팅커벨 프로젝트 2015년 일러스트 달력
누군가는 열심히 데려오고, 구조하는데, 또 누군가는 그만큼 더 열심히 버리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유기동물 수가 10만2600마리, 이중 20.2%가 '안락사' 당했다.

아무나 데려와 쉽게 키우고, 버리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펫샵에 가서 "와, 예쁘다"고 하면서 산 뒤, 갖가지 이유로 버린다. 털이 빠져서, 비용이 많이 들어서, 나이가 들어서, 관리하기 힘들어서.

이에 선진국들은 반려견을 키우기 위한 '자격'을 까다롭게 따진다. 독일 니더작센주에선 자격증까지 취득해야 한다. 개와 법, 개와 인간, 개와 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이해하고 맞춰야 한다. 독일의 반려견 파양 비율은 단 2%에 불과하다.

이 소장은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족이라 생각하지만, 버리는 사람은 갖다 버리는 물건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반려견 '주인'이라며 쉽게 하는 말에, 이 같은 인식이 다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 소장은 "인식이 변해야하고, 학생 때부터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이 돼야 한다. 그래야 바뀌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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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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