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콘탱고·롤오버?..ETN 무턱대고 들어가면 큰코 다칩니다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한 역사적인 21일. 유가 반등을 기대하며 2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레버리지 원유선물ETN(상장지수증권)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유가 수준에 넋을 잃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선물, 콘탱고, 롤오버 등 투자 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내용들 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거래량이 몰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ETF보다 후발주자인 ETN은 차별성을 갖기 위해 레버리지 상품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유가의 단기급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레버리지ETN에 쏠리면서 증권사들이 가진 물량으로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
증권사는 ETN 가격을 실제 원유선물 지표가격과 일치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가격을 조정한다. 이 차이가 벌어질수록 괴리율도 커진다. 일명 유동성공급자(LP)로 불리는 이들은 매수량이 급증하면 반대 측에서 물량을 공급하고, 매도량이 늘어나면 물량을 사들이는 식으로 적정가격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달 이 LP들의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서 괴리율이 폭증했고 추가상장에 나선 증권사와 이를 또 다시 사들이려는 개인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왜 ETN 가격은 마이너스가 아닐까. 이를 위해서는 선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선물은 상품의 가격을 미리 결정해 미래 일정시점에 인도·인수하기로 약속하는 거래를 말한다. 즉 원유선물을 거래한다는 것은 바로 드럼통에 담긴 석유를 사는 게 아닌 다음 달 또는 3개월 등 미래의 유가를 거래한다는 의미다.
지난 20일(현지시간) 5월 인도분 WTI(서부텍사스유) 가격은 배럴당 마이너스(-) 37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선물계약의 경우 만기가 지나면 실물(드럼통에 담긴 원유)를 인수해야 하는데 이 만기일이 21일이다. 만기일까지 선물을 보유하면 원유 실물을 인수해야 한다.
앞서 ETN가격은 기초지수(유가) 수익률과 연동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재 ETN가격은 마이너스일까. 이미 이달 초 ETN을 상장한 증권사들은 5월분 선물을 다음월물인 6월분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시행하면서 상관없는 일이 됐다. 현재 6월분 WTI는 20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다.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원유선물ETN 대부분은 최근월물(4월기준 5월물)을 차근월물(4월기준 6월물)로 교체하는 롤오버에 따라 매달 가격이 수정된다. 원유선물은 현물을 사기 위한 목적이 아닌 선물가격의 차익 실현을 위한 거래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선물의 만기가 도래하기 전 계속해 선물거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5월물 계약을 6월물로 교체해야 한다. 이때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것을 콘탱고(Contango), 반대인 경우를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이라고 한다. 콘탱고일 때는 롤오버 '비용'이, 백워데이션일 때는 반대로 롤오버 '수익'이 발생한다. 현재와 같은 '슈퍼콘탱고' 상황에서는 6월물 가격이 5월물보다 비싸기 때문에 5월물 1계약을 청산한 돈으로 6월물 1계약을 살 수 없게 된다.
다만 증권사들은 5월물 유가가 크게 떨어지기 전인 4월 초에 6월분으로 롤오버 하면서 마이너스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과정이 반복될 경우 장기적으로 현물가격 기준으로 수익이 나더라도 선물가격 기준으로는 수익이 없거나 오히려 손실이 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5월물 100만원짜리 12계약을 6월물(120만원)로 교체하는 경우 1200만원어치(100만원x12계약)를 팔아 6월물 10계약을 매수하게 된다. 이후 6월물 1계약 가격이 130만원으로 오르게 되면 가치가 1300만원이 된다. 결국 선물가격이 한달만에 10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30% 뛰더라도 이같은 롤오버를 거친 ETN의 가치는 1200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100만원(8.3%) 밖에 상승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율, 보수, 세금 등을 고려하면 수익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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