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베트남의 아픔에 함께한 시민들

하혜빈 기자 입력 2020. 4. 2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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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소송 제기…참전 군인 기억 속엔

[앵커]

'베트남 민간인 학살'의 피해를 주장하는 베트남인이 오늘(21일)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저희가 당시에 참전했던 일부 한국군들을 만나봤는데요. 참혹했던 그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전쟁의 아픔을 알리고 상처가 뒤늦게나마 치유되길 바랐습니다.

하혜빈 기자입니다.

[기자]

1968년 한국군 1중대 소총수였던 류진성 씨는 퐁니, 퐁넛 마을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류진성/참전 군인 : 막 수색을 하고 다니면서 총을 쏘고, 지붕에다 불도 놓고. 살려달라고 하는 사람을 내 옆에 있던 전우가…]

민간인이 모여 있던 이 마을은 당시 사격 금지구역이었습니다.

27중대 소총수, 윤재화 씨의 기억도 비슷합니다.

[윤재화/참전 군인 : 군인이기 때문에 명령에 따를 뿐이지, 총 끝에다가 자기 생각을 담아서 보낼 수는 없어요]

이들은 베트남인도, 참전군인도 피해자가 된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과의 뜻도 전했습니다.

[류진성/참전 군인 : 그 사람들 쏘지 마, 그런다고 그게 정지되고 그러지 않아요. 전쟁이라는 건 그래서 비참하다는 거야]

[윤재화/참전 군인 : '서로 마음이 안 맞는다'라고 해서 상대방한테 총을 겨눈다는 것. 사람이, 사람으로서 서로 해서는 안 될 일이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런 뜻이 담긴 소장을 법원에 냈습니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도 마음을 모으겠다고 했습니다.

[박가은/성미산학교 학생 : 한국 사회를 이끌어 나갈 미래 세대로서 이 문제를 계속해서 사회에 알리며, 힘을 모아 상처 입은 사람들과 연대할 것을…]

■ '성폭력 피해' 호소…"한국 정부, 고통에 관심 가져달라"

[앵커]

지난 2월에 저희는 베트남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엔 학살과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베트남인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서 한국의 위안부 지원단체와 시민들은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보낸 쪽도 받는 쪽도 모두가 원하는 건 진실과 화해였습니다.

이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수치심에 숨죽였던 스무 살 청춘은 일흔이 다 돼서야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았습니다.

[팜티하인/베트남전 성폭력 피해자 : 깟탄에서 깟카인까지 서류를 전하러 갔다가 한국군한테 잡혀갔어요.]

포로로 붙잡힌 하인 씨는 푸깟비행장 한국군 부대에 억류된 2달 동안 한국군에게 구타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팜티하인/베트남전 성폭력 피해자 : 몸부림치면서 소리를 질렀는데 입을 틀어막았어요.]

그때의 기억 때문에 한국인을 다시 만나는 것도 망설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지원단체가 찾아와 사과했고, 그 뒤 용기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이 단체는 하인 씨에게 다시 영상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김서경/작가 :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국가가 잘못했고, 한국인으로서 죄송합니다.]

[윤미향/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 할머니의 상처가 빨리 치유될 수 있도록, 할머니의 인권이 온전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에서 온 편지에 하인 씨도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습니다.

한국의 시민사회에 고맙다면서도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에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팜티하인/베트남전 성폭력 피해자 : 다른 피해자들은 한국분들과 이렇게 만날 수 없잖아요. 다른 피해자들을 대표해서 한국 정부가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자료제공 : 한베평화재단 / 화면출처 : 정의기억연대)
(영상취재 : 이병구 / 영상그래픽 : 박경민·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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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생생한 기억"…'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국가배상소송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380/NB119463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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