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만원짜리가 29만원"..생계 보태라고 줬더니 상품권깡

윤상언 2020. 4. 2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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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가보다 낮은 현금받고 거래
서울시 "적발시 전액 환수조치"
21일 오후 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서울시가 '재난 긴급생활비'로 지급한 '서울사랑상품권'이 매물로 올라와있다. 사진=중고거래 사이트 캡쳐

서울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에 ‘재난 긴급생활비’로 나눠준 지역화폐 ‘서울사랑상품권’이 현금으로 거래되고 있어 논란이다. 액면가보다 낮은 금액의 현금을 받고 파는 이른바 상품권깡이다. 서울시는 긴급생활비로 지급된 상품권을 현금으로 되팔다 적발되면 전액 환수조치 한다는 계획이다.

21일 오후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인 ‘당근마켓’에서는 서울의 각 구청이 발급하는 지역 화폐 ‘OO사랑상품권’을 판매한다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었다. 한 게시글에는 “동작사랑상품권 33만원(짜리를) (현금)29만원에 판매한다”며 “관심 있으면 연락 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재난 긴급생활비로 나눠준 상품권에는 유효기간 6월 30일이 적혀있다.

또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인 ‘번개 장터’에도 상품권 매물이 보였다. 이날 사이트 검색창에 ‘서울사랑상품권’을 입력하자 각 지역구 이름이 적힌 ‘OO사랑상품권’을 판매한다는 글이 여러 개 검색됐다. 서울시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에 나눠준 ‘재난 긴급생활비’ 명목으로 지급됐다고 표시된 상품권이 다수 있었다.

중고거래 사이트 자체적으로 이런 상품권 거래를 제한하는 일도 벌어졌다. 국내 중고거래 사이트 중 하나인 ‘중고나라’는 지난 10일 공지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의 경제 활성화 대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4월 10일부터 8월 31일까지 정부가 배포한 지역 상품권(지역 화폐 포함)과 온누리 상품권에 대한 거래를 일시적으로 제한한다”며 “해당 상품권에 대한 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발된 회원에게는 별도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를 신청자 중 모바일 서울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는 이들은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겪는 가구가 생겨나자 지난달 30일부터 시민들에게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급하고 있다.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선불카드 또는 상품권 형태로 지원금이 돌아간다. 특히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인 ‘모바일 서울사랑상품권’을 신청할 경우 지원금의 10%가 추가로 지급된다.

‘모바일 서울사랑상품권’은 각 구청에서 모바일 쿠폰 형태로 수혜자에게 지급한다. 이를 받은 시민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쿠폰 번호를 등록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한다. 그러나 이 같은 상품권을 양도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하면 현금을 받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되팔 수 있다.

서울시 측은 중고거래를 적발할 경우 재난 긴급생활비 전액을 환수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서울사랑상품권은 어떤 경우에서도 현금을 받고 재판매할 수 없다”며 “상품권 현금거래가 적발되는 그 즉시 상품권 거래를 정지하고, 상품권 전액을 환수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상재난기본소득 등으로 받은지역 화폐(선불카드, 지역화폐카드)를 팔거나 구입하면 최고 징역 3년, 벌금 2천만 원의 처벌을 받는다.

지자체가 발급한 상품권이 중고로 거래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6년 성남시가 추진한 청년 배당 정책에 따라 시에 3년 이상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에게 나눠준 상품권도 중고거래의 대상이 됐었다. 당시 성남시 측은 "사용처를 늘려 유용성을 높이고 현금화를 막기 위해 전자카드로 지급할 계획"이라며 "신용카드처럼 카드 뒷면에 서명한 사람 외에는 양도 대여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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