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피하려..'법인' 세워 아파트 매수 '14년만 최고치'

황현규 2020. 4. 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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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법인 매수량 1.2만건
전년 대비 525% 급증
"보유세·양도세 절감 차원"
정부, 허위명의 도용 규제할 수도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10억원 대 아파트 두 채를 보유 중인 성모(55·직장인)씨는 올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 아파트 한 채를 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이를 타인에게 팔기보다는 법인을 하나 세워 명의를 바꾸는 것을 고민 중이다. 성씨는 “법인으로 명의를 옮기면 1주택자가 될 뿐만 아니라, 추후 다시 되팔 때의 양도소득세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아파트 매매시장도 위축된 가운데 법인의 아파트 거래만 ‘나홀로’ 증가하고 있다. 보유세 부담 등 정부의 규제 강도가 세지자 다주택자들이 법인을 통한 아파트 매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법인 명의 아파트를 보유할 시 보유세와 추후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 명의 매수자가 구매한 개인 아파트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3월 한달간 ‘개인→법인’간 거래 5171건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인이 법인 명의 매수자에게 판 아파트는 총 5171건이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조사를 시작한 2006년 1월 이래 14년 만에 최대 건수다.

법인 소유가 된 아파트는 올해 들어 급격히 늘고 있다. 올 1분기(1~3월)에만 법인이 개인에게 사들인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1만 200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09건)에 비해 525% 증가했다. 코로나19발 경기 침체로 아파트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법인을 통한 아파트 매매가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감정원의 월별 아파트 매매 현황을 보면 지난 3월 전국 아파트 매매건수는 7만9615건으로 전월 8만 7642건에 비해 1만건 줄었다. 그러나 법인이 사들인 개인 아파트는 2월(4237건)에 비해 늘어났다. 개인 간 거래가 대폭 줄어든 반면 법인을 통한 아파트 거래만 확 늘어난 셈이다.

법인을 통한 구매는 다주택자들의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된다.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부동산 규제 정책의 풍선효과로 법인을 통한 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졌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팀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시세 15억원 아파트 두 채를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의 경우 한 채만 법인으로 전환해도 보유세 19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 두 채 모두 개인 명의로 가지고 있을 시 2621만원을 내야 하는 보유세가 710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현재 개인 소유 주택에 매기는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최대 2.7%다. 3주택 이상 또는 조정지역 2주택자의 종부세 세율은 최대 3.2%에 달한다. 그러나 법인 명의 아파트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0.7%에 그친다.

심지어 추후 해당 아파트를 팔 때도 양도세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세무사의 설명이다. 만약 3년 전 10억원에 취득한 개인 명의 아파트 한 채를 15억원에 판다고 가정하면, 매도자는 양도세 2억 4500만원에 내야 한다. 반면 법인 명의로 소유하던 아파트를 팔 경우엔 법인세 1억 4300만원만 내면 된다. 약 1억원의 양도세를 절감하는 셈이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개인이 아파트를 팔면 양도차익에 따라 최대 40%대의 세율을 적용한다. 심지어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는 최대 20%까지 중과된다. 그러나 법인은 아파트를 판 차익을 다른 소득과 합쳐 최대 25~35%의 법인세만 내면 된다.

우 세무사는 “다주택자들이 개인 명의 아파트를 남에게 파는 게 아니라 법인을 만들어 명의만 돌려 세금 규제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토부 “법인 통한 꼼수 감시할 것”

하지만 법인을 통한 아파트 거래 시 주의할 점이 많다. 오히려 1주택자가 법인으로 주택 명의 이전시 보유세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우 세무사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 법인을 만들어 아파트를 구매할 시 장기보유 등의 세금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므로 보유세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며 “무조건적인 법인화가 절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도 잘 따져봐야 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 명의 아파트를 팔 때 얻게 되는 법인 소득은 합법적으로 배당 형태로 취득해야 하는데, 이때 종합소득과세가 매겨져 소득세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며 “추후 정부가 법인을 통한 주택 거래에 대해 규제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도 “대출·세제 상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동산 매매법인 등의 거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법인세 탈루 등 불법 행위 대해서는 금융위·국세청 등 관계기관 간 공조를 통해 적극 대응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현규 (hhky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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