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사와라" "소고기 달라"..구청장이 고발한 '민폐 격리자'

채혜선 2020. 4.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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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용산구로부터 받은 구호 물품을 공개한 사진(왼쪽), 안산시 직원이 자가격리 물품을 전달하는 모습. [사진 독자 제공, 안산시]

지난달 30일 독일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모(32·여)씨는 귀국 후 서울 용산구 내 자택에서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격리 해제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와 일상으로 돌아온 이씨는 “자가격리 당시 너무 답답해서 가끔 밖에 나가고 싶은 충동도 들곤 했지만, 구청에서 각종 구호 물품에 식료품까지 보내주는 데 자가격리 지침을 어길 순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관리해주는 공무원에게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마스크를 구할 수도 없었고 한국 상황도 잘 모르니 마스크를 어떻게 구할까 막막했는데 입국 다음 날 집 앞에 마스크가 있었어요. 저도 자가격리 동안 힘들었지만, 주말에도 쉬지도 못하고 꼬박꼬박 전화하는 공무원들은 어떨까 싶었어요. ‘우울하지 않냐’ ‘힘든 건 없냐’고 물어봐 주는 세심한 배려에 감사를 느꼈습니다.”

이탈리아 유학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최대호 안양시장은 지난 17일 이 글에 감사함을 나타냈다. 사진 최대호 안양시장 페이스북 캡처

이탈리아에서 입국한 유학생도 비슷한 사연을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경기도 등으로부터 구호 물품을 받은 그는 “어떻게 제가 먹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만 딱딱 담아주셨는지 진짜 감동이었다”며 “일 처리 하나는 확실한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인뿐 아니라 일본인도…자가격리 ‘감사’ 후기

일본인이 올린 트위터. 사진 안산시

코로나19 자가격리자 관리를 전담하는 각 지자체에 감사함을 느끼는 건 한국인만이 아니다. 최근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30대 일본인 여성은 국내 지자체의 구호 물품을 받고 감사하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21일 경기도 안산시에 따르면 단원구에 사는 일본 국적 여성 A는 지난 5일부터 자가격리 생활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지난 2일 한국에 입국한 A는 자가격리 지침에 따라 주소지 관할 보건소인 안산시 단원보건소로부터 지난 16일 자정까지 자가격리 통지를 받았다.

그가 안산시로부터 소독 용품을 받고 공개한 사진은 트위터에서 3300여회 넘게 퍼지는 등 한·일 네티즌이 관심을 나타냈다. A가 올린 글엔 “한국 대단하다” “한국은 선진국” 등과 같은 일본 네티즌의 댓글도 달렸다. A의 사연은 지난 13일 유튜브에 올라온 한 동영상에도 담겨 이날 오전 조회 수 120만 회를 넘기도 했다.

A는 중앙일보에 “한국은 배달도 인터넷쇼핑도 매우 잘 돼 있으니 집에만 있어도 불편함이 없는데,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것만으로 너무 감사하고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단원보건소 관계자는 “A가 올린 글을 보고 직원들이 뿌듯함을 느꼈다”며 “직원들의 노력이 알려져 더욱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담배 심부름부터 ‘소고기 달라’ 요구까지

전신 방호복을 입은 인천국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 입국심사관이 지난 8일 오후 유증상자 전용 입국심사대에서 입국심사 후 자가격리 지침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이들과 달리 자신을 관리하는 공무원을 힘들게 하는 자가격리자도 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지난 7일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대부분 자가격리자들이 협조 잘해주고 있지만, 직원에게 담배 심부름을 부탁하는 분도 있고 또 어떤 분은 ‘내가 잘하고 있는데 왜 귀찮게 구느냐’고 화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공무원들이 이중 수고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이로 인한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털어놨다.
서울 B구청의 한 직원은 “해외입국자 가운데 구호 물품으로 전달된 김이나 즉석식품을 보고 나서 ‘우리가 이런 걸 먹겠느냐. 소고기를 가져다 달라’고 항의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 기준 전국 자가격리자는 4만9568명이다. 자가격리자를 관리하는 공무원은 전국 6만2732명이다.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자가격리자보다 이들을 관리하는 공무원이 많은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공무원과 자가격리자간 일대일 관리가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며 “관리가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채혜선·윤상언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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