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로나 이지메' 극성..손가락질에 협박, 돌팔매까지

이재은 기자 2020. 4. 2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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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20일 월요일 러시아워를 맞은 일본 도쿄의 한 전철역 통로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2020.04.21.

국가적 재난 상황마다 이지메(집단 괴롭힘) 문제로 이중고를 겪은 일본이 이번 코로나19 국면에도 차별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최근 일본 TBS 계열 CBC방송에 따르면 미에현의 스즈키 에이케이 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 내에 코로나19 환자와 가족의 집이 누군가가 던진 돌과 낙서 등으로 피해본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스즈키 지사는 "누가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데 서로 상처 입히는 건 의미 없다"면서 "감염으로 인한 차별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미에현은 일본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이 적은 지역으로 확진자는 지난 21일 0시 기준 39명에 불과할 정도다.

CBC 방송 화면.


최근 일본에서는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감염자에 대한 혐오가 빈발하고 있다.

얼마 전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여대 부속고교의 학생들은 교복 대신 사복을 입고 등교해야만 했다. 이 대학 70대 교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속고교 학생들이 거리나 상점 등에서 "코로나, 코로나"라는 손가락질을 받게 된 탓이다.

에히메현 니하마시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 8일 아버지가 장거리 트럭기사인 두 가정 학생 3명에 대해 입학식·개학식에 사실상 참석하지 못하도록 해 입길에 올랐다. 아버지가 코로나19가 확산한 지역을 트럭으로 넘나든다는 이유에서였다.

해외로 졸업여행을 다녀왔다가 3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교토산업대학에는 학생 신상정보를 캐내려는 전화가 빗발치고 "불을 지르겠다", "죽이겠다" 등의 협박도 쏟아졌다.

코로나19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혐오도 만연하다.

지난 3일 일본간호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괴롭힘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택시 승차거부를 당하고, 간호사 자녀는 보육원 등원이 거부되거나 등원할 경우 왕따를 당한다. 이러한 행태를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일본은 집단주의가 뿌리 깊어 튀는 소수자에 대한 이지메 문화가 심각하다. 이에 피해 입은 소수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국가적 재난 상황 마다 일본은 이지메 문제를 맞닥뜨렸다.

앞서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뒤이은 원전 사고로 고향 후쿠시마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학생들에 대한 이지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일본 정부가 나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NHK 등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원전사고 뒤 전국 각지로 피난을 떠난 후쿠시마현 출신 초·중·고교생 1만8000여명을 상대로 지난달 실시한 조사결과, 2016년 129건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13건은 "후쿠시마로 돌아가라"·"방사능이 전염되니까 오지 말라"는 등 원전사고와 직접 관련이 있는 조롱과 욕설, 심지어 폭행이나 금품 갈취가 동반된 사례도 있었다.

예컨대 여자 아동은 피난지인 군마현의 학교에서 "기분 나쁘다. 가까이 오지 마라. 토할 것 같다"는 내용이 적힌 쪽지를 받았고, 다른 남자 아동은 초등학교에서 "후쿠시마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군마현에 피난갔다가 후쿠시마현에 돌아온 남자 중학생은 "피난갔으면서 다시 돌아왔느냐", "도망갔던 것이다" 등의 말을 들었고, 또 다른 남자 학생은 피난지에서 급우들로부터 "방사능이 묻어 있다" 등의 혐오 표현을 들었다.

원전 사고 직후 수도권 요코하마로 이주했던 남자 아동은 이름에 '균'(菌)을 붙여 불렸고, 아이들이 발로 차거나 계단에서 밀고 때리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이 '배상금이 있지 않느냐'며 돈을 요구해 바치기도 했다.

한편, NHK에 따르면 일본에서 21일 39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712명)를 포함해 1만2255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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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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