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미 제재 강화 움직임에 "삼성에서 반도체 사겠다"
중국 IT(정보기술) 기업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무역 제재가 강화될 경우 삼성전자 등 다른 기업으로부터 스마트폰용 반도체 칩을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역 제재로 미국산 수입이 막히며 위기에 몰리자 미국을 겨냥해 공급망 다변화를 선언한 것이다.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가 반도체 공급망을 바꿀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22일 “화웨이 대변인이 ‘미국이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취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한국의 삼성전자나 대만 미디어텍, 중국 스프레드트럼로부터 칩을 조달할 수 있다. 이건 일반적인 업계의 관행’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프로세서(AP) 등 핵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고, 미디어텍과 스프레드트럼은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업체다. 현재 화웨이는 지난해부터 내려진 미국의 무역 제재로 자체 개발 칩을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고 있다. 화웨이 대변인은 “우리가 반도체를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중국의 많은 칩 회사들이 성장할 것이고, 그 후 한국·대만·일본·유럽 기업의 칩들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를 선언한 이유는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화웨이와 협력업체에 대해 미국 기술 접근을 추가로 제한하는 제재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화웨이를 수출 통제 기업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하지만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세계 2위 스마트폰 공급업체가 되자 화웨이의 반도체 조달을 막는 추가 제재 계획을 검토중이라는 것이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이후 미국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프로세서(AP) 등 핵심 반도체를 설계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 정부가 화웨이의 거래처인 TSMC에 대해서도 압박을 가하면서 칩셋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은 미국 원산지인 부품·소재가 25%이상 들어간 제품은 수출 막고 있었는데 최근 이 비중을 10%로 떨어뜨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미국 정부는 TSMC가 화웨이로부터 주문받은 칩을 출하하지 못하도록 막아선 것이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최근 TSMC와의 거래 일부를 중단하고 중국 SMIC에 물량을 배정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TSMC에 주문한 웨이퍼 1만장 분의 스마트폰칩 물량을 취소하고 SMIC에 새로 주문을 넣은 것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미 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국산 소프트웨어 수입도 막혔다. 구글 모바일 서비스 라이선스를 받지 못하면서 자사 신작 스마트폰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지메일 등 구글의 핵심 앱을 넣을 수 없게 됐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는 대부분의 구글 앱이 금지돼 있는 중국 시장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중국 이외 매출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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