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참혹하게 죽여야 사형인가" 고유정 1심 맹비판 검찰
고유정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무기징역 선고에 대해 검찰이 강하게 비판했다.
22일 오전 10시 광주고등법원 제주재판부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1심에 대해 사실과 법리를 오해한 판결이라며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검찰은 1심서 무죄판단이 나온 의붓아들 사망사건에 대해 재판부의 안일한 판단이 가져온 회피성 판결이라고 했다.
이날 검찰 측은 "의붓아들 사건에서와 같은 밀폐공간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이) 밀접한 상태에서의 살인여부 판단의 기본 방향은 대법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며 20년만에 유죄선고가 나왔던 '이태원 살인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3월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모씨가 아무 이유없이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2명의 한국계 미국인 용의자 중 피고인 특정이 잘못돼 1차 재판에서 무죄로 결론난 바 있다. 이후 12년만의 재수사로 사건발생 20년만인 2017년 1월 나머지 용의자였던 아서 존 패터슨이 유죄가 인정돼 20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이태원 사건을 예로 든 건 의붓아들과 고유정 그리고 남편 홍모씨, 세명만 있는 자택에서 의붓아들이 사망했다면 법원은 고유정과 홍씨의 진술 중 누구에게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해 범인을 특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의붓아들의 사망원인에 대해 고유정에 의한 고의 살인방법으로서의 질식사와 친아버지의 무의식적 잠버릇에 의한 돌연사 중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사망원인 판단을 유보하면서 고유정의 살인혐의도 입증부족이 돼 '무죄'판단이 나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추상과 가정으로만 아버지의 무의식 중 잠버릇에 의한 질식사 가능성을 근거로 고유정의 살해 가능성을 배척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사는 "피해아동이 누군가에 의해 고의 살해된 것과 고의적으로 살해되지 않았을 때는 전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망원인이 사건의 핵심인데 1심은 그에 대한 판단을 우회하고 회피했다"며 "항소심에서 아이 사망원인이 살해인지에 대해 판단이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심은 무죄판결 이유 중 아이 사망에 대해 단 두페이지로만 설명하고 있고 비논리적이라 승복할 수 없다"며 "유무죄 판단이 어려운 사건이지만 그럴수록 재판부의 고뇌가 담긴 판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검의와 법의학자 의견도 배척한 1심은 아버지의 무의식 행동에 의한 사망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며 "만4세의 아이를 판결문에서 만6세의 발달 지연 아동으로 사실 오해를 했고 체격이 작아도 정상 아이인데 국내에서 그 또래 아이가 수면 중 돌연사 했다는 사례가 보고된 바 없어 막연한 추론"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1심은 피해아동이 감기약을 먹어 움직일 수 없던 나머지 아버지 몸에 눌려서 사망했을 수도 있다고 봤는데 그 감기약의 수면 효과로 발생한 질식사는 전세계적으로 한 번도 보고된 바 없다"며 "돌연사 발생 가능성을 추론한 근거가 뭔지 알수 없다"고도 비판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유정의 살인 유형을 양형기준표의 3유형 '비난 동기 살인'으로 보고 '반성없는 잔혹한 계획살인'이라는 '양형 가중요소'로 '무기징역형'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날 항소심에서 검찰은 1심이 고유정의 범행을 가장 무거운 형벌을 받는 5유형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으로 보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의붓아들 살해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5유형으로 봐서 '사형' 선고를 내렸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법정은 코로나19 여파로 방청석에 자리 비워두기가 시행돼 몰려든 방청객을 모두 수용하지 못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20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검사 측이 요청한 세브란스어린이병원 교수 등 의사들과 국과수 감정관과 포렌식 전문가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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