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의 나라' 일본이 국민에 나눠준 불량 천마스크
얼굴 좌우 옆쪽 밀착되지 않아
곰팡이·벌레 제품도 대거 발견
정부, 정확한 조달 원가 숨겨
■직접 써보니 …
지난 20일 자택 우편함에 천 마스크 2매가 도착했다. '밀폐·밀집·밀집'의 이른바 '3밀 기피' 캠페인을 알리는 1장 짜리 홍보물도 함께 동봉돼 있었다. 이 홍보물엔 '수상관저'와 '후생노동성' 마크가 찍혀 있었다.
마스크는 거즈 15겹을 박음질 한 것으로 가로 13.5cm, 세로 9.5cm의 직각형 모양이다. 일반적인 부직포 마스크는 가로 17.5cm, 주름을 펼쳤을 때 세로 17cm 정도다. 성인 남성의 경우는 이 천 마스크가 작을 수 밖에 없다. 여성이나 아동의 경우라고 해도, 모양 자체가 입체적이지 않고 평면적이라 직접 착용했을 때 얼굴 좌우 옆쪽에 공간이 뜬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비말이 얼굴 좌우를 통해 침투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불안감이 엄습하는 디자인이다.
일본 사회의 반응은 이보다 더 격앙돼 있다. 빨면 줄어든다는 불만, 턱까지 가리려고 하면 코 부분이 삐져나오고, 착용시 귀가 아프다는 지적 일색이다. 여기에 곰팡이가 핀 제품, 벌레가 들어가 있는 제품이 대거 발견되면서 더욱 기름을 붓는 모양새가 됐다.
일본 정부가 466억엔(약 5200억원)을 들여 배포한 천 마스크는 총 1억3000만장(가구당 2매씩)이다. 이중 임산부용 마스크에서만 지난 21일까지 총 7870장의 결함이 보고됐다.
인터넷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선 한 수선업자가 이 평면 마스크를 리폼해 입체적으로 탈바꿈시킨 게 화제일 정도다. 네티즌은 물론이고, 언론 매체들까지 '베츠노마스크'(별개의 마스크)라고 부르며 아베 정권을 풍자하는 게시물을 퍼다 나르고 있다.
■장인기업들 해외공장서 급조
그럼 이 마스크는 도대체 어디서 만들었는가. 일본 사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당수가 후생노동성에 '어디서 만들었느냐'고 질의서를 보낸 결과, 코우와(54억8000만엔), 이토추상사(28억5000만엔), 마츠오카 코퍼레이션(7억6000만엔) 등 3개 수주업체의 이름과 수주 가격이 공개됐다.
이들 3개 업체의 수주가액은 총 90억9000만엔. 일본 정부가 총 466억엔을 들였다고 하니, 아직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업체도 수두룩 할 것으로 보인다. 후생노동성은 가격만 제시했을 뿐 각각의 조달 매수는 밝히지 않았다. 공개했을 경우, 마스크의 단가를 계산할 수 있어 조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놓았지만, 국민세금이 들어간 사업의 정확한 조달 원가를 공개하지 않은 건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해당 업체들은, 일본이 아닌 미얀마 등 해외 공장에서 해당 물건을 급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번 아베노마스크 사건을 놓고, '일본 관료사회 신화의 붕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제산업성 출신 총리 관저의 관료가 아베 총리에게 이 천 마스크 정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엘리트 관료사회의 붕괴, 탁상정책의 극치라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천 마스크 사건으로 조롱과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예민해진 상태다. 지난 17일 관저 기자회견에서 아사히신문 기자가 "코로나 대응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질문하자, "귀사(아사히신문 온라인 쇼핑몰)도 천마스크 2장을 3300엔에 판매했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지지통신은 22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생산 유통 과정에서 일정 정도의 불량품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실제 배포하기 전에 단계에서 적절하게 제외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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