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마이너스 기권표'가 투표 조작 증거? 확인해보니

이가혁 기자 입력 2020. 4. 22. 21:27 수정 2020. 4. 2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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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주 목요일부터 연속으로 '부정선거 음모론' 팩트체크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22일)은 '통계에 마이너스로 표시된 숫자' 이걸 둘러싼 음모론입니다.

[앵커]

이가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선거결과 통계를 보면, '기권 수가 마이너스로 표시된 게 있다, 이게 바로 조작의 증거다' 이런 음모론인 거죠?

[기자]

네, 역시 유튜버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실제 내용을 보면 선거하겠다고 한 '선거인 수'는 0명인데, '투표수'가 적혀 있고요.

또 이걸 기권 수에서 다시 마이너스로 삭제했다, 다른 지역구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어떻게 마이너스냐, 말도 안 되는 데이터다, 조작 아니면 설명 안 된다, 이런 내용입니다.

[앵커]

이번 총선 결과 통계에서 일일이 다 확인해봤죠?

[기자]

그렇습니다. 온라인에서 '수상한 사례'라고 꼽히고 있는 경기 고양정 지역구 결과를 보시죠.

선거인수 0명, 투표수 9, 다시 기권수가 -9입니다. 주황색으로 표시했습니다.

저희가 전국 253개 선거구를 다 확인해 보니까, 총 242개 지역구 통계에서 이렇게 '선거인수 0, 기권수는 마이너스' 이 수치가 나타났습니다.

수상하다고 하기엔 너무 많은 숫자죠.

아무 문제 없는 정상적인 통계입니다.

핵심은 '국외부재자표(공관)' 바로 주황색으로 표시한 이 항목입니다. 좀 낯섭니다.

이 칸에 표시된 투표 수치는 '투표지 회송이 불가능해서 현지에서 개표한 국외부재자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미 지난달 23일 팩트체크 시간에도 저희가 전해드렸습니다만, 원래 재외선거는 표를 한국으로, 비행기로 가져와서 한국에서 개표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코로나19 때문에 상당수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습니다.

이럴 경우 선거법에는 현지 공관에서 개표하라고 돼 있습니다.

이번에 총 17개 나라, 18개 공관에서 사상 처음으로 현지 개표가 이뤄진 겁니다.

[앵커]

그렇게 한 게 이번이 처음이니까 그 통계 항목도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등장을 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거 뭐냐, 낯설다' 이런 반응에서부터 '음모론'까지 퍼진 겁니다.

그럼 이 통계를 어떻게 읽으면 될지 함께 보시죠.

현지 공관 개표가 이뤄진 18곳 중 한 곳에서 재외선거를 신청해서 '경기 고양정' 지역구 투표를 한 A씨를 가정해서 보겠습니다.

현지 한국대사관에서 행사된 A씨의 표는 총선 당일인 4월 15일 한국 시각 오후 6시 현지 개표가 이뤄집니다.

여기에도 재외선거관리위원들이 관리 감독을 하고요.

검표 후에 개표 결과를 한국에 이메일로 보고해서 개표 결과에 반영합니다.

이 과정을 이 선거 결과 통계상에선 이렇게 표시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경기 고양정 투표권이 있는 재외국민 가운데, 내가 선거하겠다 이렇게 등록한 사람, 다시 말해서 선거인이 총 1241명이고요.

이 중에서 투표지가 한국에 도착하지 않아서 '기권'으로 잡힌 게 874입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 9표의 경우에는 '기권'이 아니라 '현지 공관'에서 개표를 한 것이죠.

그러니까 아래 '국외부재자투표(공관)' 유효 투표수에 9표가 들어가게 되고요.

이건 실제로 기권이 아니니까 874라는 기권수에서 다시 9를 빼준 겁니다.

즉, 해외 공관에서 개표한 것까지 기권수에 포함시켰다가 원래 있는 그대로 되돌린 것일 뿐이고 투표 수치를 실제와 달리 조작했다거나 보정한 게 전혀 아닌 것이죠.

[앵커]

'마이너스'라는 게 별다른 의미가 아니라, 그냥 기권으로 중복 집계된 걸 바로잡는 개념인 거군요. 그리고 끝으로, 이거 말고 다른 지역 사전투표 통계에서도 기권에 마이너스 숫자가 있다 이런 지적이 있잖아요. 이건 어떤가요?

[기자]

역시 설명이 가능한 그런 숫자입니다.

일부 지역구에서 투표나 개표상의 실수가 있을 때 나타납니다.

앞서 보신 경기 고양정 선거 결과에서도 나타났는데, 현재 선관위에서 경위를 파악 중입니다.

또 지역 언론에서 보도를 해서 진상 파악이 끝난 곳도 있습니다.

전남 여수시 월호동 바례대표 관내사전 투표의 경우에는 선관위가 확인한 결과 관외사전투표를 한 투표자가 투표지를 원래는 관외용 봉투에 넣어야 하는데 넣지 않고 그냥 종이를 투표함에 바로 넣는 실수를 했고요.

이게 관내사전투표로 반영되면서 기권표 하나를 줄인 겁니다.

선거 결과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에 여야 선관위원 등이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마무리됐습니다.

이렇게 투·개표 과정에서 실수는 종종 발생하는 것이고요.

당락의 영향이 없는 경우 모든 참관인 합의 하에 진상 파악으로만 마무리가 됩니다.

[앵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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