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음주운전 잇단 재판 중에도 징계 없이 1년여 학교 다닌 의대생
[경향신문] ㆍ유명 사학재단 이사장의 손자
ㆍ전북대 측 “사실 확인 땐 징계”
국립대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유명 사학재단 이사장 손자이자 현직 의사의 아들이 성폭행과 음주운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도 징계를 받지 않은 채 학교에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재판을 받는 1년7개월 동안 버젓이 학교에 다녔다. 이 사학은 전북 전주에서 종합사회복지관도 운영 중이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는 여자친구를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ㄱ씨(24·전북대 의대 3학년)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3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ㄱ씨는 2018년 9월3일 오전 전주시 한 원룸에서 여자친구 ㄴ씨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ㄱ씨는 ㄴ씨가 “더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하자 폭행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내용을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어 거짓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한 점,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ㄱ씨는 지난해 5월11일 술에 취해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신호대기 중이던 차를 들이받아 상대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상처를 입힌 혐의로도 기소됐다. 당시 ㄱ씨 혈중알코올 농도는 0.068%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전북대는 ㄱ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 방침이다. 전북대 관계자는 “교직원과 달리 학생은 기소되더라도 학교로 수사 개시 또는 범죄 사실이 통보되지 않기 때문에 알 길이 없다”면서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징계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대 의과대의 한 교수는 “ㄱ씨의 범죄행각은 의사의 길을 걸어가야 할 인성 소유자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면서 “학칙에서 규정하는 제적 사유가 수두룩하다”고 밝혔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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