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정서 진실 밝힐것" 이수진, 사법농단 재판 출석거부

박태인 입력 2020. 4. 23. 12:53 수정 2020. 4. 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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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 말씀 없다" 이규진 재판 증인 출석 거부
21대 총선 서울 동작을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당선인이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역 인근에서 주민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사 출신의 국회의원 당선인이 법원의 증인 출석을 거절했다. 21대 총선에서 나경원(57) 의원을 제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51·전 부장판사) 당선인 얘기다. 이 당선인은 23일 열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 당선인 측은 선거 중 양승태 대법원 연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힐 것"이라 말해 왔다. 하지만 정작 재판엔 나오지 않기로 했다.

이 당선인은 지난 20일 재판부에 '당선인 이수진' 명의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여기서 "피고인의 공소사실과 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당선인은 이어 "나경원 상대후보가 피고인과 관련해 자신을 허위사실유포로 고소했다"며 "증인으로 출석해도 본인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내용이라 증언 거부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선거기간 중 이 당선인이 "양승태 블랙리스트 피해자가 아님에도 피해자라 주장한다"며 이 당선인을 허위사실유포죄로 고발했다.

이 당선인 측은 중앙일보에 "당선인 신분으로 재판에 참석하기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당선인 신분과 증인 출석은 아무 상관이 없다"며 "판사가 내린 결정을 전직 판사가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고인이 요청한 증인 이수진
이날 이 당선인의 증인 채택은 피고인 측의 요청으로 몇주 전 결정된 사안이다. 진보성향의 판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측이 이 당선인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고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이 전 상임위원과 이 당선인은 모두 국제인권법 연구회 출신으로 양승태 대법원에서 선·후배 사이로 가깝게 지낸 사이로 알려졌다.

법관사찰과 재판개입 등 양승태 사법부 시절 여러 의혹에 연루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2018년 8월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모습. [연합뉴스]

앞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이 전 상임위원 재판 등에서 두 전직 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의 상고법원 추진 과정에 함께 참여한 정황 등이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하지만 "당시 상고법원에 명확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며 양승태 대법원과의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이 당선인은 자신을 양승태 대법원의 '블랙리스트 피해자'라 주장하며 총선에 출마했다. 재판부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도 "선거기관 중 피고인 관련 진술이나 내용의 왜곡보도로 부당하게 명예가 훼손되고 선거운동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양승태 대법원 의혹과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날 이 당선인을 증인으로 불러 자신이 인권법을 와해시키려 한 것이 아니라, 양승태 대법원과 인권법 판사들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각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가깝게 지냈던 이 당선인의 '확인'을 받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당선인의 증인 불출석으로 변론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동작을 당선인(왼쪽, 당시 후보)과 나경원 미래통합당 동작을 후보가 지난14일 동작구 흑석동 일대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정경심 증인출석 거부해 과태료 받아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재판부가 채택한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재판장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지난 2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던 정경심(구속) 동양대 교수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 교수에게 과태료 400만원을 부과하며 다시 불출석 시 "구인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릴 이규진 전 상임위원의 재판에서도 재판부가 이 당선인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과태료 부과에도 이 당선인이 또 재판에 나오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이 당선인을 7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을 하다보면 국회의원 등 고위직 인사들이 증인으로 채택된 뒤 나오기 싫어 불출석 사유서를 내곤 했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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