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바뀐 게 없다, 크루즈선 집단감염 또 터졌는데 "하선 금지"

강기준 기자 2020. 4. 23. 14: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 나가사키항에 정박 중인 코스타 아틀란티카호. 승객 없이 승조원만 623명 탑승 중인 이 선박에서 지난 2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23일에는 확진자가 총 48명으로 증가했다. /AFPBBNews=뉴스1

일본에서 또 크루즈선 집단 감염 사태가 터졌다. 나가사키항에 정박하고 있는 코스타 아틀란티카호에서 23일 기준 총 48명이 감염된 것이다. 이 배에는 승객 없이 총 623명의 승조원만 탑승하고 있다.

연달아 크루즈선 집단 감염 사태가 터진 것을 두고는 '매뉴얼'의 부재가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엔 크루즈선사도, 일본 정부도 감염자 증가에 한몫 했다는 평가다. 한 차례 크루즈선으로 홍역을 치르고도 제대로 된 보완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한심한 상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바이러스 알고도 뷔페·사우나 그대로 운영
/AFPBBNews=뉴스1

앞서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총 712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와 코스타 아틀란티카호는 모두 세계 1위 크루즈선사 카니발 소속이다.

전염병의 온상이 된 카니발 소속 크루즈선은 이달 중순 기준 최소 7척, 여기서 나온 확진자만도 1500명이 넘는다. 이 회사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이유는 전염병 같은 위기상황시에 대응할 제대로된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카니발 소속 크루즈선들이 어쩌다 바이러스의 온상이 됐는지 추적했다. 크루즈선 승객, 승조원, 회사 경영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2월 1일이었다. 홍콩에서 내린 탑승객 중 한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날이다. 바로 이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는 승객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 이메일이 날아왔지만 아무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이날 크루즈선은 일본 오키나와현에서 9시간 머물렀고, 여기서 수천명의 승객이 오키나와 시내 관광을 했다. 크루즈선은 뒤늦게 홍콩 사태를 인지하고 당초 예정보다 하루 앞당긴 지난 3일 요코하마항에 도착했고, 곧바로 일본 정부에 의해 하선이 거부된 채 격리됐다.

승객들이 바이러스 위험성을 경고받은 건 3일 저녁이었다. 선박에 첫 경고가 닿은지 43시간이나 지나서였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AFPBBNews=뉴스1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크루즈선 승조원들은 이러한 경고를 내린 후에도 승객들에게 그대로 뷔페와 사우나, 게임시설 등을 이용할 것을 독려했다고 한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한 승객은 "2월3일에도 카니발측에서 게임과 그룹 활동 일정표 등을 나눠줬다"고 말했다.

일본 사태 한달뒤 미국에서 터진 크루즈선 집단감염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4일 그랜드 프린세스호는 미 보건당국이 캘리포니아 확진자와 크루즈선과의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는 소식을 승객들에게 전했다. 이 배가 샌프란시스코항을 떠난지 13일 만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내 식당, 오락시설은 그대로 운영됐고, 이튿날이 돼서야 선장은 승객들에게 방에 머물며 자가격리할 것을 요청했다.
팬데믹인데 왜 우리탓?
세계 1위 크루즈선사인 카니발의 CEO 아놀드 도널드(오른쪽). /AFPBBNews=뉴스1

이번 코스타 아틀란티카호의 사례 역시 마찬가지다.

코스타 아틀란티카는 중국에서 보수 공사를 하려고 했지만 지난 1월29일 일본 나가사키항에 입항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 20일 이 크루즈선의 승조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사흘만에 선내 감염자는 48명으로 증가했다.

나가사키현은 현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이 선박을 오르 내린 승객은 없고 승조원 일부가 시내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배가 일본에 도착하고 석달 사이 일본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졌는데, 승조원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선내 감염으로 번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카니발 최고경영자(CEO) 아놀드 도널드는 블룸버그통신에 회사측의 대응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전세계적인 것이며 전례가 없다"면서 "만약 누군가 우리의 전염병 대응이 실패했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각 나라 정부, 지방정부들이 실패한 것과 같은 이유로 실패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회사측은 앞으로 바이러스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상황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매뉴얼의 수렁에 빠진 일본의 실수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BBNews=뉴스1

크루즈선이 제대로된 매뉴얼도 없이 안일하게 운영되다 집단감염의 빌미를 제공했다면, 일본 정부는 매뉴얼에 얽매여 화를 키운 꼴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요코하마항에 도착한 2월초부터 일본 정부는 승객 하선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만 벌이다가 골든타임을 놓쳤다. 결국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련했던 적이 상륙하지 못하게 물가에서 섬멸한다는 뜻의 '미즈기와' 정책을 끝까지 고집하다 크루즈선 확진자를 712명까지 늘렸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도 코스타 아틀란티카 승조원 중 중증 환자 외에는 하선을 금지한다고 버티고 있다. 경증 환자는 선내 격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추가 감염자가 다시 늘어날 우려는 커지고 있다. 잘못 됐을지 모를 매뉴얼이 조금도 고쳐지지 않은 것이다.

[관련기사]☞"멍청하다"…코로나 치명률 '세계 1위' 된 벨기에의 비밀32,032,000,000,000,000원…중국에 날아든 코로나 배상금 청구액"더는 쇼핑 못참아"…폭탄세일날, 전쟁터 된 백화점목욕탕이 '습해서' 코로나 전파력 높다? 사실은…베트남 수출 25% 맡는데도 '문전박대'…포스트 코로나, U턴이 답이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