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들 "대한항공에 1조2000억 긴급 지원"
[경향신문] ㆍ산업·수출입은행, ABS 인수 등 ‘유동성 위기’ 급한 불 끄기 나서
ㆍ대한항공 측 “지분 경쟁 중단하고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 매진”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긴급 지원받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4일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1조2000억원 가운데 2000억원은 운영자금 형태로 지원한다.
화물 운송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7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인수하고 6월 주식 전환권이 있는 영구채 3000억원가량을 인수한다.
이를 통해 두 은행은 대한항공 전체 지분의 10.8%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5월15일쯤 (대한항공에) 유동성 어려움이 생기므로 그전에 자금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대한항공은 하반기에 돌아오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회사채 신속인수 프로그램에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원까지 포함하면 대한항공은 모두 1조4000억원의 지원을 받는다.
대한항공이 연내에 갚아야 할 돈은 회사채와 자산유동화증권, 차입금 등 총 4조원 규모다. 상반기 만기를 앞둔 금액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항공운임채권을 통해 확보한 6228억원도 이달 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대한항공이 상반기에 1조2000억원을 지원받고 하반기에는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다른 트랙으로 지원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 22일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대책을 내놨으나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일단 국책은행을 통해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두 은행은 자금 지원을 전제로 “항공사 자체적인 자본확충 및 경영개선 등 자구노력, 고용안정 노력 등 노사의 고통 분담, 고액연봉·배당·자사주 취득 제한 등 도덕적 해이 방지 및 향후 기업의 정상화 이익 공유”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최 부행장은 “대한항공이 1조원 유상증자, 서울 송현동 부지 등 자산 매각, 내부의 사업 재편 준비, 회사 내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대주주의 사재출연 부분은 협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대한항공 측은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껐다”고 안도했다. 대한항공은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3자연합과의 소모적인 지분 경쟁을 중단하고 직원의 안정적 고용유지를 최우선으로 하며 자산 매각 및 자본확충 등 자구노력에 매진하겠다”면서 “경쟁력 있는 전문사업부문의 사업 재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아영·김지원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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