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그 양반 말 잘하더군" 이낙연, 말에서도 황교안 앞섰나

한승곤 2020. 4. 25.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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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일대서 만난 시민들 "이낙연 황교안 말투 달라"
"이낙연 일도 말처럼 잘해줬으면"
"황교안, 그냥 딱 공무원 같아" 아쉬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횡단보도 앞 21대 총선에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상대로 승리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당선인사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일단 말을 참 잘하는 것 같다. 앞으로 일도 잘했으면 좋겠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서 만난 시민들은 지난 4·15 총선에서 당선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낙원상가 인근 국밥집 근처에서 만난 70대 노인 A 씨는 "황교안보다는 말을 잘했다"면서 "국회의원도 하고 도지사에 총리까지 한 양반이라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총선에서 이 당선인은 종로에서 58.3%의 득표율을 얻어 39.9%에 머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18.4%포인트, 1만7308표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종로는 과거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배출한 곳으로, 이번 총선에서 종로는 전직 국무총리간 대결이자 차기 대권주자 간 승부로 일찌감치 주목 받았다. 이렇다 보니 '대선 전초전','미니 대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관심과 열기를 반영한 듯 종로 최종 투표율은 70.6%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투표율 66.2%과 서울 평균 투표율 68.1%를 웃돈 것이다.

당선 직후 그는 "부족한 저에게 국회의원의 일을 맡겨주신 종로구민께 감사합니다. 종로구 국회의원의 업무를 성심으로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애쓰신 황교안 후보 부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저와 저희 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의 뜻도 헤아리며 일하겠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총선 과정에서도 그렇고 황 전 대표를 향해 공격적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좋은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4월15일 총선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미니 대선'이라 불린 서울 종로에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누르고 승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당선인은 지난 4일 오전 종로 명륜동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황 전 대표를 겨냥해 "황 대표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 그리고 (황 대표 지지자들도) 저 이낙연을 미워하지 말아 달라"며 "우리는 협력해서 나라를 구해야 할 처지"라고 했다.

이어 "혹시 제 마음속에 (황 대표를) 미워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온다면 입을 꾹 다물고 반드시 참겠다"며 "그래서 이 위기의 강을 건널 적에 국민 한 분도 외면하지 않고 함께 건너도록 하겠다"고 했다.

30대 직장인 B 씨는 "상대 후보 비방이 아닌 일종의 포용을 하는 말 같았다"면서 "국민이 힘들어하는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하는 것이 괜찮았다"고 말했다. 이어 "황교안도 그렇게 말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둘을 놓고 보면 아무래도 이낙연이 더 잘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횡단보도 앞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낙선인사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종로 낙원상가 인근 마산 아귀찜 골목에서 만난 60대 노인 C 씨는 "말을 잘했냐고 물으면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듣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았다"면서 "목소리가 좋아서 그랬나, 황교안과 비교하면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직장인 D 씨는 "황교안은 좀 막말 논란도 있지 않았냐"면서 "말투를 보면 조금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런 수직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그냥 공무원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 생활을 오래 해서 말투를 좀 바꿀 수 없다면, 최소한 선거에서는 그런 모습을 감춰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유권자 입장에서 황 전 대표에 비해 이 당선인의 말을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말이 오랜 정치 경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종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언행이라는 분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낙연 당선자의 경우 한마디로 정치인이다. 오랜 국회의원 생활, 대변인, 전남도지사, 국무총리까지 하면서 일종의 '정치력'이 생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 전 대표에 대해서는 "반면 황교안 전 대표의 경우 공직자 생활을 오래 한 분이다"라면서 "두 사람의 말을 놓고 보면 이 당선인의 말이 더욱 정치인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차이가 유권자 입장에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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