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빌게이츠② "사망률 95% 낮추는 기적의 치료제 등장할 것"

서영민 2020. 4. 2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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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보지 못하는 아르헨티나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쓴 짧은 소설 <바벨의 도서관>은 우주를 하나의 도서관으로 표현한다. 이 도서관은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무한한 수의 육각형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방에는 책이 가득하고, 책에는 무작위로 나열한 문자가 가득하다. 어떤 책도 다른 책과 같지 않다.

순전히 우연에 따라 아주 가끔 ‘금은 산속에 있다’처럼 ‘읽을 수 있는’ 문장이 있다. 무수히 많은 무의미한 글자와 문장의 연속 속에 ‘순전히 우연에 따른 말이 되는 문장’이 있고, 이 가운데 ‘삶을 바꾸어 줄 명료한 지혜’가 가득한 책도 있다. 이 책은 ‘변론서’라 부른다.

다국적 제약사에서 신약개발을 담당했던 도널드 커시는 그의 책 ‘Drug Hunters: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에서 신약개발이 <바벨의 도서관>에서 ‘변론서’를 찾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표현한다. 우연을 기대하며 수많은 물질을 찾아 나서고 또 테스트한다. 이게 ‘변론서’를 찾는 일과 비슷한 이유, 확률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소 관심을 두는 일은 아니지만, 치료제 개발은 대부분 실패한다. 성공하더라도 극소수만이 개발비를 초과하는 상업적 이윤을 남긴다. 그러면 ‘블록버스터’ 신약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역사는 이 실패의 역사다. 한번 성공한 제약사라 해도 오래 존속할 확률은 낮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새 약 개발에 나서야 하고 실패하면 경영이 어려워지고 금방 인수 합병된다. 그래서 커시는 이 신약개발의 성공률은 0.1%에 그친다고 단언한다.

혁신 1 : “사망자를 95% 이상 줄여주는 치료제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빌 게이츠도 코로나19와 관련돼 언급되는 대부분의 새로운 치료 아이디어가 실패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일부 효과가 있는 약이 나타날 가능성은 낙관한다. 제1차 팬데믹의 참화 속에서 반드시 혁신의 힘이 발휘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몇몇 치료제를 올해 여름이나 가을쯤 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내년에 도쿄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나 콘서트가 열리려면 이 ‘기적 같은’ 치료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인류가 야외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기준은 사망자를 95% 이하로 줄여주느냐다.

치료제 개발 방식을 몇 갈래로 제시한다. 회복된 환자의 혈액을 이용하는 방법, 인간 면역계가 형성한 ‘항체’를 확인하는 방법, 또는 바이러스 번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 개발 등이다. 현재 에볼라 항바이러스제로 만들어진 ‘렘데시비르’가 그 한 후보다. (에볼라를 겨냥해 만들었지만, 에볼라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 트럼프가 말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인체의 대응방식을 변화시키는(면역체계 개선) 종류의 치료제 접근 방식이 될 수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다른 면역체계 개선제가 개발된다면 말기 중증 환자 치료에 가장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혁신 2. “근본적인 해법인 백신은 최소 18개월이 걸릴 것”

치료제는 병에 걸렸을 때 치료하는 약이고, 백신은 예방주사다.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게이츠가 주목하는 백신은 RNA 백신이다. 기존 독감 예방주사엔 약한 독감 바이러스가 들어있고 이 주사가 면역을 형성하게 한다. RNA 백신은 바이러스가 아닌 ‘유전자 코드’를 주사한다. 그렇게 하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 조각을 공격하는 방법을 배운다. 인체가 백신 제조기가 되는 것이다. 백신 혁신이다.


하지만 백신 제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통상은 5년이다. 후보 백신을 만들고, 동물에서 실험하고, 소수 인체에서 안전성을 시험하고(1차 임상), 중간 숫자의 사람들에게 안전성과 효능을 시험한 뒤(2차 임상), 다수의 안전성과 효능을 시험(3차 임상)을 거쳐야 하고 그 뒤 국가들이 승인하고 제조 시설을 지어야 한다. 안전문제는 백신의 핵심 요소이기에 절차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게다가 테스트를 위해서 아주 많은 사람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후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전 세계가 접종하려면 대량생산이란 벽을 넘어야 한다. 인류가 한 번씩만 접종한다고 해도 70억 회 분이 필요하다. 소량의 백신 제조 시간은 훨씬 짧겠지만, 대량 제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전 인류가 나서는 만큼 통상의 5년보다는 빨라질 것으로는 보이지만, 빌 게이츠는 18개월은 걸릴 것으로 본다. FT와의 인터뷰에서 ‘훨씬 더 짧은 시간에 백신이 개발될 거라는 예측도 많다’고 하자 그는 ‘소량의 백신 개발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말하는 건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접종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다. 대규모 생산에는 그만큼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한다.

https://www.ft.com/video/d6c22464-6dce-42eb-81d4-38e8b55d8c12

빌 게이츠의 혁신 구상... CEPI로 지원하고 GAVI가 보급한다

반복하자면 신약 개발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다. 많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개발보다는 ‘개발된 신약 기술’을 사는 방식을 선호한다. 천문학적 비용에 비해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바이오 붐은 ‘개발된 신약’을 대형 다국적 제약사에 팔기 위해 애쓰는 작은 바이오 혁신기업의 붐이라고 볼 수 있다.

간단히 표현하면 돈이 많이 든다. 다국적 제약사들도 꺼린다. 특히 바이러스 치료제나 백신은 더 꺼린다. 바이러스는 쉽게 변이해서 약을 만들어도 소용없을 수 있다. 감기 바이러스는 100종류에 달하고 대부분 백신이 없다. 코로나19와 같은 코로나 계열인 메르스는 제한적으로 발병했고, 사스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시장에 맡겨두면 이 작업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거대 다국적 제약사의 이름은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 개발의 첨단에 있지 않다. 작은 바이오 벤처 기업들, 국가 산하 연구기관, 대학 산하 기관들의 이름이 훨씬 많다.

또 개발되더라도 가난한 나라에는 의미 없는 일이 될 수 있다. 신약을 팔아야 하는 기업이 이윤을 포기할 수는 없다. 백신이 누구에게 먼저 처방될까? 현실적으로 개발에 돈을 댄 기업이나 국가, 비교적 부유한 나라가 먼저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일종의 시장 실패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 시장 실패를 해결하려는 것이 빌 게이츠의 재단이다.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있는 업체를 지원하고 RNA 백신 개발을 지원한다. 그리고 빌 게이츠가 이 프로세스를 보다 글로벌한 단위에서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여러 나라와 협력해 2017년 창설한 조직이 CEPI(전염병 대비 혁신 연합, 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다. 여러 종류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18개월 안에 최소 백신 하나는 준비될 것이라는 발언을 하는 근거다.

CEPI는 그러나 개발기금의 한 종류다. 생산이나 세계에 전달하는 일에 관여하는 조직은 아니다. 그 일은 GAVI(세계 백신 연합, Glob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s )이 할 수 있다. 빌 게이츠 재단은 2000년 설립 파트너로 GAVI에 참여했고, 40억 달러 이상을 기여했다.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에 백신을 보급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GAVI 공여를 시작했으며 CEPI 공여는 올해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차례]
빌게이츠① “이제는‘제1차 현대 팬데믹’의 시대”
빌게이츠② “사망률 95% 낮추는 기적의 치료제 등장할 것”
빌게이츠③ “미국은 합리적 검사 할당 시스템 갖추지 못해”
빌게이츠④ “선진국은 두 달 내 반정상 단계 들어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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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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