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코로나19 기부' 아미, 큰 팬덤이 커다란 변화를 만들었다

조유빈 기자 입력 2020.04.26. 13:01 수정 2020.04.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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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와 아미의 자선 문화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한 명의 ARMY(아미)가 올린 글이 그 시작이었다. 방탄소년단(BTS) 서울콘서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취소됐다. 속상해하는 팬들 사이에서 한 아미가 글을 올렸다. 콘서트 취소 금액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이 아미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수많은 아미가 콘서트 환불 금액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성금으로 기부하는 것에 동참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따르면 4월16일 기준 아미가 기부한 총액은 5억3705만원이 넘는다. 기부 명의는 '방탄소년단' 'BTS' '아미'다.

글로벌 아미 소액기부단체 OIAA 가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기부한 액수는 100만 달러(12억원)가 넘는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팬들이 대열에 합류해 힘을 보태면서 '팬덤'의 긍정적인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팬덤은 단연 BTS의 팬덤 아미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BTS 팬덤은 '착한 기부'를 이어 왔다. 제이홉의 팬 커뮤니티인 홉 온더 월드 제이홉 팬베이스와 최애돌 제이홉 커뮤니티 회원들은 지난 2월 제이홉의 생일을 맞아 KF94 보건용 마스크 1640장을 제이홉 고향인 광주 북구청에 기탁했다. 제이홉의 팬들은 소아암 어린이들에게도 마스크를 지원해 주기 위해 '도네이션 마켓'의 수익금을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싱가포르 생일 컵홀더 수익금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키링 공구 수익은 사단법인 광주희망재단에 기부됐다. 중국 제이홉 팬베이스에서는 '정호석(제이홉의 본명) 희망병원'을 건립하기 위한 기부도 이어졌다. 50만 위안(8510만원)이 넘는 금액이 모였다.

아미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기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제이홉의 팬들은 지난 2월 KF94 보건용 마스크 1640장을 제이홉 고향인 광주 북구청에 기탁했다. ⓒ홉온더월드 제이홉 팬베이스·최애돌 제이홉 커뮤니티

4월16일 지민의 해외 팬베이스 JIMIN DATA(지민 데이터)는 코로나19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 다섯 곳의 자선 단체에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지민의 솔로곡 《Filter(필터)》의 50일을 기념하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희망 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이탈리아 적십자사, 스페인 적십자사, 미국 적십자사, 국경 없는 의사회 등에 지민의 이름으로 기부한 것이다. 지민 데이터는 평소 나눔을 실천하는 지민에게 영감을 받아 기부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4월5일 정국의 페루 팬베이스인 정국 페루는 'Fundacin OLI 재단'을 통해 Nacional Edgardo Rebagliati Martins 국립 병원에 기부를 진행했다. 정국의 페루 팬들은 병원 의료진에게 마스크, 멸균 드레싱 가운, 니트릴 장갑, 신발 커버, 모자로 구성된 보호 키트를 지원하는 기부에 동참해 선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3월13일 뷔의 글로벌 팬베이스 뷔유니언과 한국 팬베이스 뷔인사이드는 뷔의 자작곡 《단밤(Sweet Night)》 발매 한 달을 기념해 대구 병원들에 '단밤 도시락'을 기부했다. 대구의료원, 대구 동산병원, 대구 가톨릭병원 등 총 3곳에 총 313개 도시락이 배달됐다. 뷔유니온은 유엔의 코로나19 연대 대응 기금 재단에도 기부하는 등 기부 릴레이를 이어 가고 있다. 해외 아미들이 코로나19 구호를 위해 사용해 달라고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하는 사례도 많았다.

OIAA, 2015년부터 현재까지 12억원 기부

사실 아미라는 팬덤의 기부 문화는 꾸준히, 다수의 참여를 통해 이뤄져 왔다. 글로벌 아미 소액 기부단체 One In An ARMY(OIAA)도 한 아미의 제안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단순히 BTS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은 '큰 팬덤이 커다란 변화를 만든다'는 슬로건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트위터에 처음 글을 올린 아미는 "이렇게 세계 곳곳에 엄청난 수의 아미가 있는데, 우리가 사람들을 돕고 세상의 변화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아미들이 이를 공유하면서 아이디어는 현실화됐고, 매달 정기적으로 자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부단체 OIAA가 탄생했다.

문화연구자 이지행 박사는 저서인 《BTS와 아미 컬처》를 통해 "아미에게 자선은 BTS의 메시지를 통해 위로받은 마음, 아미라는 공동체를 통해 얻은 경험을 나머지 세계에 돌려주려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자신이 받은 긍정의 힘을 타인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세계 전체를 좀 더 긍정적인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OIAA가 지키는 몇 가지 원칙도 있다. 가능한 한 여러 나라를 겹치지 않게 지원한다. 소액 기부가 가능해야 한다. 한 명 한 명의 아미가 적은 금액을 기부해 큰 힘을 발휘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단체를 지원하자는 원칙도 있다. 자체 프로젝트를 포함한 아미의 모든 자선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만든 'ARMY's Charity map'의 수집 결과에 따르면, OIAA를 포함해 아미가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기부한 액수는 100만 달러(12억원)가 넘는다. 그중 올해 3개월 동안의 기부액이 8억원에 달한다.

RM의 팬들은 한강의 자연성 회복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RM숲'을 조성했다. 평소 환경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RM의 생일을 맞이해서다. ⓒ서울환경연합

멤버들의 생일에도 '특별한' 기부가 이어진다. 단순히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멤버의 특성에 맞으면서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선행을 프로젝트로 삼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를 후원해 오는 진의 영향을 받아, 진의 팬들은 지난해 12월 동물자유연대에 사료와 방석을 기부하고 유기동물 보호 봉사에 참여했다. RM의 생일이었던 지난해 9월, 평소 환경에 관심을 보이는 RM을 위해 그의 팬들은 RM의 이름을 딴 숲을 만들었다. 한강의 자연성 회복, 미세먼지 저감 등의 효과를 기대하며 1250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이다.

제이홉의 팬들은 제이홉의 BTS 메인 댄서 포지션에 맞춰 청소년 댄스교육을 지원하는 데 기부했고, '선 샤인'이라 불리는 애칭을 따라 구순구개열 환아들에게 밝은 웃음을 선사하기 위한 수술비를 모금했다. 올해 생일을 맞아서는 전 세계 팬 400여 명이 국제구호개발단체 희망친구 기아대책에 1300여만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지민의 생일에는 '헌혈 릴레이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평소 기부와 선행을 꾸준히 실천해 온 지민의 행보를 좇아, 지민의 팬들이 대한적십자사 서울중앙혈액원, 부산혈액원, 서울남부혈액원과 손잡고 지민의 25번째 생일 기념 헌혈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616명의 팬들이 헌혈에 동참했다. 지민의 팬들은 헌혈의집에 물품을 기부하고,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도 헌혈증을 기부하는 등 꾸준히 헌혈을 통한 생명 나눔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지민의 생일에는 '헌혈 릴레이 프로젝트'가 이어진다. 대한적십자사는 팬들의 헌혈 기부 참여를 이끌어낸 지민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 서울중앙혈액원 감사장

BTS의 선한 영향력, 거대 팬덤 타고 긍정적 확산

이렇게 아미라는 팬덤의 기부 문화가 특히 활기를 갖는 배경은 뭘까. 이지영 세종대 교수는 아미의 기부가 확산되는 이유에 대해 "연령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BTS 팬덤이 거대하게 커지면서, 아미의 인구 분포도가 달라졌다. 거대한 팬덤인 아미가 만들어가는 실질적인 변화와 효과를 보고, 듣고, 체감하면서 이 힘을 긍정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더욱 찾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히 팬덤의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팬덤의 확대가 질적 변화를 동반했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BTS의 '선한 영향력'이다. BTS는 2017년 11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5억원을 기부하고, 2년간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뜻을 담은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통해 앨범 판매 수익 일부와 캠페인 공식 굿즈 판매 수익 전액을 기부했다. 유니세프의 아동 폭력 근절 캠페인 '#Endviolence(폭력은 끝)'를 후원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BTS와 아미가 모두 기부 문화에 참여하게 됐다.

캠페인의 파급력은 BTS가 'LOVE YOURSELF' 시리즈에 담은 메시지와 맞아떨어지면서 더 커졌다. 이 교수는 "BTS는 팬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준다. 좋은 영향력을 확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아미로서의 정체성이 됐다"고 설명했다. BTS의 메시지와 아미의 선행이 맞물려 긍정의 순환을 이어 간다는 것이다.

슈가는 자신의 생일을 맞아 전국 보육원에 1++등급 한우를 10kg씩 기부한 바 있다. 팬들에게 한우를 사주겠다던 슈가의 약속은, 아미의 이름으로 전국에 있는 39곳의 보육원에 사랑을 보내는 것으로 지켰다. 지난해에도 슈가는 한국소아암재단에 아미 명의로 1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아미가 BTS의 이름으로 행한 자선을, 다시 BTS가 아미의 이름으로 사회에 되돌리면서 나타난 선순환 구조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BTS는 기부 문화에 직접 참여했다. 슈가는 고향인 대구의 코로나19 예방 및 피해 복구를 위해 써 달라며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 1억원을 전달했다.

BTS가 지난 4월18~19일 이틀간 연 '방방콘'은 언택트 콘서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 BTS 트위터

'방방콘'으로 '언택트 콘서트' 가능성 보여준 BTS

BTS는 3월30일 미국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에 출연해 무대를 선보인 뒤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 국민 응원 메시지' 영상을 게재하며 국민들을 응원하기도 한 BTS다. 멤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바이러스와 싸우고 계실 간호장교 여러분과 의료진, 방역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어떤 어려움도 이겨낸다는 용기와 의지만 있다면 그 연결의 힘으로 이 시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BTS가 아미를 위해 공개한 서비스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은 언택트 콘서트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콘서트 투어가 취소·연기되면서 아쉬워하는 팬들을 위해 연 유튜브 콘서트다. 지난 4월18일~19일 이틀 간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콘서트와 팬 미팅 실황을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공개한 것이다. 첫날 동시 접속자 수는 220만 명까지 치솟았고, 19일에도 200만 명에 육박하는 팬들이 콘서트를 관람했다. 팬들은 블루투스를 이용해 응원봉(아미밤)을 연동, 노래에 따라 실시간으로 색이 바뀌는 아미밤을 흔들며 공연장에 있는 것처럼 콘서트를 즐겼다.

서울콘서트를 취소한 BTS는 북미 투어 일정 역시 잠정 연기했다. 리더 RM은 4월17일 유튜브 '방탄TV'를 통해 "앞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일상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RM은 "콘서트가 연기되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걸 해보자는 결론에 다다르게 됐다"고 설명하며 "새로운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아보려 한다"고 소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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