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여당에 백기 든' 洪부총리.. '反강제 기부에 몰린' 공무원 [이슈 분석]
당정 엄포에 기재부 한발 물러서
14조3000억 전국민 확대 지급
국채발행으로 3조6000억 충당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 불가피
■부총리 찍어누른 슈퍼여당
26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당초 소득 하위 70% 기준 재난지원금 예산을 9조7000억원(2조1000억원 지방자치단체 부담)으로 잡고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당정이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 합의안을 만들면서 소요예산이 14조3000억원으로 뛰었다. 늘어난 4조6000억원 중 3조6000억원은 국채발행으로, 1조원은 세출조정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전 국민 지급을 핵심으로 하는 이런 당정의 합의안이 나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초에 기재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소득 하위 70%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총선 다음 날인 지난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70% 기준이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전 국민 지급을 총선공약으로 내건 여당 측은 홍 부총리와 기재부에 '적폐 프레임'까지 걸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더불어시민당 김홍걸 당선인도 페이스북에 "그분들이 정말 걱정하는 게 재정건전성인지 자신들의 기득권인지 다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이근형 전 전략기획위원장은 "기재부가 정치를 한다"고 몰아세웠다. '옛날부터 돈줄을 쥐고 갑질을 하는 조직'이라며 기재부 자체를 부정하는 말도 서슴없이 쏟아졌다. 급기야 정 총리와 홍 부총리 사이 몇 차례 마찰이 일어나며 경제부총리 사임설이 돌더니 결국 기재부의 의지가 꺾였다.
이후 정 총리가 더 이상 뒷말을 하지 말라는 엄포를 놓고 공직사회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자발적 기부라는 단서조항이 붙었지만 공무원과 공공기관, 공기업 임직원은 반강제적 기부운동에 동참해야 하는 분위기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위에서부터 재난지원금은 당연히 기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며 "기관별 기부실적을 집계할 것이란 소문까지 돌면서 동참 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도 "공무원 100만명 기부운동을 하자는 말까지 나온다. 그것이 애국으로 비치면서 사실상 강제성을 띤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과연 용기를 내서 기부를 거부할 공무원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기재부 직원들은 홍 부총리가 백기를 든 이후 관련 언급 자체를 삼가면서 몸을 사리고 있다.
■당겨쓴 빚은 후대로
일단 3조6000억원의 국채 발행이 예고되면서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 또한 불가피해졌다. 이미 2차 추경이 7조6000억원으로 된다고 가정했을 때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85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 적자비율도 4.3%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4.7%) 이후 최악이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해왔다.
작업 중인 3차 추경까지 합하면 역대 최대였던 2009년 금융위기 때의 추경 규모(28조9000억원)는 확실히 넘어설 전망이다. 3차 추경으로 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1998년 수준을 웃돌 수 있다. 특히 기재부는 7월 초 발표하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6월 초로 한달 앞당길 예정인데 여기서 현재 3.4%인 정부의 명목성장률 전망치를 현 상황에 맞게 수정할 방침이다. 이는 3차 추경안 발표 시점과 겹치면서 성장률에 연동되는 건전성 지표는 대폭 악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국가신용을 떨어뜨려 수출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기존대로 유지(AA·안정적)하면서 그 전제조건의 하나로 재정건전성 유지를 명시했다.
재난지원금이 국민 손에 들어오기까지 여야의 합의만이 남았다. 이달 29일 2차 추경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재난지원금은 다음 달 13일(기초생활보호대상자는 4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야당은 적자국채 발행에 부정적 입장이다. 2차 추경안이 29일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연휴가 계속되는 5월 초 처리도 힘들 수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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