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코로나19' 신음하는 日에 통큰 지원으로 협력 물꼬 트자

박정철 2020. 4. 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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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진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해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이를 한일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본내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의료물품과 장비 등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인류애를 발휘해 일본에 통큰 지원을 할 경우 그동안 꽉 막힌 양국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얼마 전 코로나 사태가 확산 중인 일본측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방안을 비공개 타진했다고 한다.

한일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재일교포 사회의 유력인사들을 통해 자민당 고위관계자들에게 코로나사태 협력 방안으로 마스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측은 우리 정부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한국 총영사관 등에 마스크와 한국산 진단키트등을 문의하는 움직임은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해 26일 "한국 정부는 일본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만들려는 생각이 있으나 일본 정부의 요청이 전제되어야 지원할 수 있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지금 일본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그야말로 '아노미' 상태다.

아베 총리의 긴급사태 선언 이후 2주 이상이 지났지만 어정쩡한 대응이 이어지면서 확진자 증가는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에도 도쿄 103명을 비롯해 일본 전역에서 368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1만 3943명과 373명에 달한다.

일본 정는 부랴부랴 검사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진 및 장비 부족으로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의료 붕괴 상황은 심각하다.

아사히신문은 26일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등에선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확보한 병상수보다 환자수가 더 많다"고 지적했고, 마이니치신문은 "마스크만 보더라도 정부 목표가 '시중의 물품부족 해소'에서 '의료기관 사용분 사수'로 바뀔 정도로 의료물자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는 세계 인류의 건강과 삶을 위협하고 글로벌 경제를 파괴시킨 지구촌 공동의 적이다.

이런 '뉴노멀' 상황에선 한일 양국 외교도 새로운 발상과 접근이 필요하다.

일본 정부가 과거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증유의 질병에 고통받고 쓰러져가는 이웃나라 국민들을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10명 안팎으로 떨어질 만큼 감염 통제가 가능해졌다면, 이젠 우리의 뛰어난 K-방역 모델과 우수한 의료물자를 인도적 견지에서 일본에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한일 양국이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협력과 상생을 모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양국이 팬데믹 해소를 위해 협력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며 전염병 정보공유, 해외에서 아시아인 차별에 대한 공동대응, 의료물자 상호 지원, 2차 대유행 방지를 위한 동아시아 팬데믹센터 구축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도 총선 직후 한국 정부에 대해 "총선 압승으로 임기가 2년 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구심력을 유지하게 됐다"면서 "이 힘을 한일관계를 바로 잡는 지렛대로 쓰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코로나 사태 후폭풍으로 한일 양국은 현재 수출과 고용, 내수 등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양국간 입출국 제한조치로 중요한 교역 협상과 경제인 회의가 차질을 빚고 연간 1000만명에 달하는 인적 교류도 모두 단절된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7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이후 한국 수입액이 두자릿수 감소했고 무역흑자도 20%가량 줄었을 정도다.

한일 경제가 더 악화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양국 정부가 편협한 감정적 대응에서 벗어나 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하고 발전적 미래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반일과 혐한 감정을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정치적 꼼수는 버려야 한다.

물론 코로나 사태로 묻힌 '한일 강제징용 재판'이라는 변수가 있긴 하다. 이 재판에서 '일본 기업의 압류자산 현금화 집행' 판결이 나온다면 양국 갈등이 또다시 격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판결 전에 양국 협력의 돌파구를 찾는 게 중요하다.

일본 내에선 "한국의 의료지원 도움을 받으면 강제징용 문제나 수출규제 문제에서 양보해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며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눈 앞 이익에만 집착하는 단견이자 소아병적 태도다.

어느 정권이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전염병으로 고통을 겪는 국민들을 살리지 못하는 정권이 과연 온전할 수 있겠나.

한일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인권 등 공동의 가치를 갖고 있는 이웃이다.

이런 양국이 언제까지 문을 걸어 잠그고 서로를 증오하며 살아갈 것인지 문재인-아베 정부가 이제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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