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코로나19 자가격리 여성에게 부적절한 문자·영상 보내 '물의'

김정훈 기자 2020. 4. 2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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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해외에서 입국해 자가격리 중인 여성에게 경남 김해시의 담당공무원이 부적절한 문자와 영상을 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27일 30대 여성 ㄱ씨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 5년 직장생활을 하다 귀국한 뒤 코로나19 예방차원에서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 자가격리 중 담당공무원이 수차례 개인적으로 카카오톡 문자나 영상을 보냈다.

ㄱ씨는 지난 11일 입국하면서 공항에서 ‘코로나19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을 설치하고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수칙 등을 안내받았다.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은 하루에 2차례 자기 위치를 보건당국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ㄱ씨는 12일 오전 해당지역 남성 담당공무원 ㄴ씨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그 뒤로 문자와 영상 등을 20개 넘게 받게 됐다.

담당 공무원이 자가격리 중인 ㄱ씨에게 보낸 카톡문자. 독자 제공
담당 공무원이 자가격리 중인 ㄱ씨에게 보낸 카톡문자. 독자 제공

ㄱ씨는 지난 13일 구호물품 문앞에 뒀다고 잠깐 고개만 내밀어 인사하면서 담당공무원 ㄴ씨를 알게 됐다. 이후 ㄴ씨는 지난 17일 ㄱ씨에게 ‘또 쓰잘떼기 없는 지시사항 내려왔네요. 주말 중 불시점검해서 인증샷 찍어 보고하라네요. 난 불시점검 나가기 싫으니 OO씨가 마스크하고 현관문 배꼭히 열고 얼굴 못 알아보게 형체만 보이게 셀카찍어 톡으로 부탁해요…그리고 이건 비밀’이라고 보냈다. ㄴ씨는 같은날 또 “전화를 안 받으시네 그럼 천사왕림해야 하는데, 연락주세요”라고 남겨놓았다.

ㄴ씨는 ㄱ씨에게 “OO씨 손만 살짝 내밀고 아파트호실 나오게 찍어서 톡으로 부탁해요, 절대로 OO씨 이름과 얼굴은 누구한테도 비공개 할게요. 참고로 OO씨 이름 아는 사람은 질본, 시청, 보건소, 담당자와 나뿐이고 모두 공무원이니 격리후 사회생활 지장업게 절대 비밀보장 해 드립니다”고 보냈다.

ㄴ씨는 ㄱ씨에게 또 “공과 사 업격히 해야하는 우리 처지 이해해 주시고 이젠 공적으로 OO씨 대할일 없겠죠. 그래도 행정적으로 궁금하거나 애로점 있다면 언제던지 이 늙은 오빠한테 연락주세요”라고도 보냈다.

ㄴ씨는 자신의 가족 영상, 나들이 영상 등 11개 가량의 영상을 보냈다. ㄴ씨는 ㄱ씨에게 자가격리 해제 당일인 25일에는 “OO씨 그동안 고생많았어요. 오늘 자정부로 격리해제 해 줄게요. 계절의 여왕 5월 고국산천 맘껏 즐기시고 언제나 이웃과 함께 하는 멋진 OO씨 되길 바래요, 돈벌어 이놈 막걸리도 한잔 사주시고요. 방역당국을 대신해 (그)동안 협조해주신 OO씨 앞날에 건승과 발전이. 아참 이놈 담당 오빠야 마지막 동영상 올립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ㄱ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담당공무원에게 더이상 카톡메시지나 영상을 보내지 말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놔뒀는데 불쾌했다”며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ㄴ씨는 “여성에게 하루 2번 전화해서 안부를 확인한다는 게 서로 불편할 수 있어서 인사치레 문자나 영상을 보내 읽은 것으로 확인되면 전화를 하지 않았다”며 “가끔 자가격리 앱에서 격리자의 위치가 뜨지 않으면 전화나 카톡을 보내 확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상은 내가 영상제작에 취미를 갖고 있어서 제작해 보냈고 이상한 내용이나 불쾌한 내용 등은 없다”며 “처음부터 카톡이나 영상보는게 싫다고 했으면 안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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