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폐사진 보여주며 감기라던 중국인.. 발열 무심코 넘겼다면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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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19일 낮 12시 30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특별검역대.
중국 우한(武漢)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특별검역을 진행하던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소속 이승화 검역관(41)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대만으로 1년간 연수를 다녀온 이 검역관은 중국어에 능통했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1월 30일부터 현재까지 약 1만 명의 입국자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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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역관은 중국어로 “호흡기 증상은 없느냐”고 물었다. 대만으로 1년간 연수를 다녀온 이 검역관은 중국어에 능통했다. A 씨는 “없다”고 짧게 답했다. 전날 우한 현지 병원을 다녀온 뒤 기침 증상이 사라졌다는 것. 그는 자신의 폐를 찍은 X레이 사진까지 보여주며 “의사가 단순한 감기로 진단했다”고 항변했다. 당시 보건당국은 우한을 방문하고 14일 내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모두 있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했다. 발열 증상만 있는 A 씨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검역관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질문을 이어갔다. 결국 A 씨는 “출국 직전 해열제를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해열제를 먹고도 체온이 38.3도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당시 우한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었다. 이 검역관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보자”고 설득했지만 A 씨는 거부했다. 그는 시어머니, 자녀 등 4명과 인천공항을 경유해 당일 오후 7시 일본 오사카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이 검역관은 상사인 김한숙 검역1과장(47·여)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김 과장은 잠시 고민한 뒤 병원 이송을 결정했다. A 씨는 탑승동 내 임시격리시설에 1시간가량 머문 뒤 인천의료원으로 옮겨졌다. 이송도 이 검역관의 몫이었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은 “일요일이어서 통역자를 구하기 어렵다”며 그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다음 날 오전 이 검역관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A 씨가 이날 코로나19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것. 국내 코로나19 1번 환자로, 100일 동안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의 시작이었다. 1번 환자의 접촉자로 분류된 이 검역관은 자가 격리됐다. 김 과장은 “1번 환자가 검역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면 공항 면세점 등 주변을 돌아다니다 감염을 일으켰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역 과정에서 끝까지 의심을 풀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든 덕에 1번 환자를 신속히 포착할 수 있었다.
28일은 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27일 0시 기준 확진자 1만738명 중 해외 입국자는 1044명. 이 중 436명이 공항 검역 과정에서 포착됐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1월 30일부터 현재까지 약 1만 명의 입국자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했다. 다행히 검역관 등 공항 직원 중 확진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달 1일 모든 입국자에 대한 의무적 자가 격리와 13일 무비자입국 중단 등으로 입국자는 크게 줄었다. 하루 평균 외국인 입국자는 이달 1∼12일 1332명에서 13∼23일 779명으로 41.5% 급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 100일을 하루 앞둔 27일 “국민과 의료진께 깊이 감사드린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입국자 비율은 여전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10명 안팎으로 줄었지만 해외발 환자는 계속 나오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10명씩 발생한 25∼27일 해외 입국 확진자는 각각 4명, 9명, 7명이었다. 이영석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해외 입국자가 국내 재유행의 불씨가 될 수 있기에 입국자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지원 4g1@donga.com·강동웅·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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