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서 인재 휩쓸어..AI를 이끌 사람이 없다

이진규 2020. 4. 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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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기업 20위권에 '한국' 기업 全無
연봉·근무환경 격차 커.."스타트업 육성이 더 효과적"

[아시아경제 이진규 기자] 김병학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총괄부사장은 지난해 'if kakao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함께 할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카카오는 2017년부터 미국에서 채용 행사를 마련하고 글로벌 AI 인재 영입에 나섰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500~600명의 AI 관련 인력을 확보했지만 당초 목표에는 못 미친다는 게 내부 평가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중국 기업이 글로벌 AI 인재를 싹쓸이해가면서 국내 기업들은 인재난을 호소하고 있다.

◆AI 글로벌 경쟁력 추락 위기 = 28일 세계적 권위가 있는 AI 학회인 인공신경망학회와 국제머신러닝학회의 'AI 리서치 랭킹 2019'에 따르면 AI 연구를 이끄는 글로벌 기업 20위권에 국내 기업은 전무하다. 반면 미국의 구글(1위)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2위), 페이스북(3위)과 중국의 텐센트(6위), 알리바바(7위) 등은 상위권을 차지했다. 일본의 토요타도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과 학계를 포함해 AI 연구를 이끄는 글로벌 조직 40위권에도 한국에선 카이스트(28위), 서울대(38위)만이 순위에 들었을 뿐 기업은 순위권 밖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AI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글로벌 인재들의 국내 기업 외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I 전문가인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과 글로벌 회사 간의 보수 차이도 클 뿐더러 한국 기업의 영어 근무환경이 부족해 국내 기업이 영어권이나 중국어권 AI 핵심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며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인재를 채용하는 경우는 있어도 미국인이나 중국인 핵심인재를 스카우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바둑 AI의 경우만 봐도 국내 기업과 해외기업의 인력 차이는 확연하다. 구글의 AI 바둑 '알파고'를 개발한 스타트업 딥마인드에는 당시 글로벌 AI 인력이 100명 이상이었고, 텐센트의 '절예' 개발팀도 AI 순수 인력만 10명 이상에 빅데이터 전문가도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NHN의 바둑 AI '한돌'에 투입된 AI 인력은 5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창율 NHN AI 개발팀장은 "한돌에 사용하는 강화학습은 아직 국내에서 다른 머신러닝에 비해 인력 유입이 적은 편이라 인력 충원이 힘들다"면서 "중국과 미국의 회사들은 더 좋은 대우를 해주며 AI 인재를 확보하고 있어 글로벌 인재가 지원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육성하는 방안 필요 = 아직까지 미국과 중국의 AI 인재들이 국내 인력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은 국내 기업을 꺼리고 있는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미국의 AI 인재 경쟁력을 10으로 볼 때 중국은 8.1로 평가됐지만, 한국의 인재 경쟁력은 5.2에 불과했다.

일부 국내 기업들은 AI가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스카웃전에서 발을 빼기도 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 회사에서 AI 고급인력의 연봉은 4억원을 쉽게 뛰어넘지만, 국내 대기업에선 1억원도 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기업들이 너도나도 AI 인재 확보에 열을 올려 AI 관련 인재라면 좋은 대우로 채용하려했지만, 최근에는 AI를 통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AI 투자나 AI 인력 연봉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국내 게임사를 비롯한 IT 업체들이 글로벌 AI 인재들에게 국내 AI 인력보다 파격적인 연봉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연공서열 문화에서 연봉 격차가 심해지면 기존에 있던 국내 인력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AI 인재를 거액의 연봉으로 데려오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유니콘 기업 성장 시 스톡옵션 행사 등의 매력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진규 기자 j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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