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같은 편이 말하는 이수진
민주당 이수진 당선자는 부장판사 출신이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중진 나경원 의원을 꺾었다. 당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어떻게든 탄핵 추진은 해보겠다"고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의 권한 남용 사건에 연루된 '사법 농단' 판사들을 골라내 파면시키겠다는 것이다. 놀라운 건 탄핵 추진 얘기보다 그의 당당함이었다.
이 당선자는 올 초 민주당 입당 때부터 자기가 '양승태 사법 농단' 세력의 피해자라고 해왔다. 역풍을 맞았다. 그가 대법원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았다는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돼 있지도 않고, 되레 양승태 대법원의 방침에 협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여러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그때마다 "제 사법 개혁 의지를 저지하려는 사람들의 억지"라는 식으로 넘어갔다. 어느 팩트가 억지라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비슷한 말을 해봐야 그는 같은 해명으로 미끄러져 나갈 것 같다. 여기선 김형연 법제처장과 이탄희씨 얘기를 하고자 한다. 두 사람은 이 당선자와 '같은 편'으로 받아들여진다. 셋 다 판사 시절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 회원이었다. 모두 양승태 행정처에 맞섰다는 '사법 개혁 판사' 이미지로 현 정권 출범 후 청와대로 직행(김형연)하거나, 여당에 입당해 이번 총선에서 당선(이수진·이탄희)됐다. 개혁을 빌미로 권력과 짝짓기했다는 비판도 같이 받았다.
그런데 이 당선자에 대한 김 처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김 처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법원 조사 등에서 "이수진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 간부와 친분을 맺고 같이 움직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인권법연구회가 2017년 초 대법원장 권한 분산을 주제로 공개 학술대회를 열려고 하자, 당시 대법원 간부가 현직 판사인 이 당선자에게 "학술대회를 조용히 치렀으면 한다" "김○○ 판사가 발제를 맡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는 이를 동료 인권법 판사들에게 전했다. 김 처장은 또 대법원이 이 당선자를 통해 인권법 내부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을 수시로 체크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부장판사는 권력욕이 좀 있다" "(양승태 대법원에) 협조했다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고 진술했다.
이탄희씨 진술도 비슷하다. "2017년 1월 이수진 부장판사가 전화를 걸어와 '대법원에선 학술대회를 안 했으면 한다' '대회를 강행하면, 행정처의 높은 분이 인권법 회장에게 사퇴하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퇴라는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
반대편에서도, 같은 편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면 그 말은 '억지'가 아니라 '진실'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 당선자는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 선택을 존중한다. 그러나 선거는 선거고, 진실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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