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PK 패장' 김영춘 의원의 패인 분석 "지역주의로 진 게 아니다.."

박홍두·심진용 기자 2020. 4.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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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산 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영춘 의원(58)은 미래통합당 서병수 당선인에게 패했다. 민주당도 부산 지역에서 3석만 얻어 지난 총선의 반토막에 그쳤다. 총선 결과를 놓고 지역주의가 부활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패장 김영춘’은 동의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28일 부산·울산·경남(PK) 선거 패배에 대해 “지역주의 때문에 진 것이 아니다”라며 “악화된 지역경제와 고령화, 보수화된 표심의 결집이 패인”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를 짚으면서 “문재인 정부에 서운했다”는 심경도 털어놨다.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더 어려워진 만큼 정부·여당에 기대하는 요구가 컸지만 신공항 건설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역의 서운함이 컸다는 분석이다.

최근까지 낙선 인사에 집중했던 김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 회관에서 진행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패배 원인과 최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향후 거취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지금은 피해자와 부산 시민에게 사죄해야 할 시간이지 보궐선거 공천 문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며 여야 일각의 정치 쟁점화 시도를 비판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출마 의사를 접었던 때를 돌아보며 “출마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했다.

총선 당시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김 의원은 “야인으로 돌아가게 됐지만 광야에서 복음을 외치는 사도 요한처럼 부산 시민 속에서 다시 뛰겠다”고 다짐했다. 당권 문제와 관련해 “나는 나서지 않겠다”고 한 뒤 “영남권을 대표해 김부겸 의원이 당 대표로 나서주길 공개 제안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더불어민주당 김영춘의원 인터뷰./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 “부산 패배 지역주의 탓 아냐… 가덕 신공항 같은 희망 못보여준 결과”

-180석 압승에도 부산은 3석에 그쳤다. 영남 지역주의가 작용한 결과일까?

“‘왜 부산은 도로 과거로 돌아갔느냐’는 말들을 많이 한다. 20대 총선 당시 부산에서 나를 비롯해 ‘갈매기 5형제’가 당선됐다. 그만큼 부산에서 민주당 힘이 커진 것이었다. 그 전 총선 때는 민주당 후보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부산 시민들도 예전처럼 민주당 후보를 ‘뿔난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졌다. 이번 결과를 봐도 정당과 각 후보 득표율은 모두 올라갔다.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은 맞지만 그 기울기는 약해졌다. 지역주의 때문은 아니다. 총선이라는 중간평가에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그 자체로 정당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패배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가장 큰 이유는 지역경제에 대한 불만다. 한국은 서울공화국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서울에서 멀수록 살기가 힘들다.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같은 지역 전통 제조업도 사양길이다. 2017년 문 대통령이 집권하고, 2018년에는 민주당 시장·도지사들이 당선됐는데도 삶은 더 어려워졌다. 부산은 그런 불만이 특히 강하게 나타났다. 또 매년 2만명씩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고령화·보수화된 것이 표심으로 나온 면도 크다. 여기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여권 180석 가능’ 발언이나 비례위성정당 논란 등도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정부·여당의 해결 노력은 없었나.

“경제를 곧바로 좋게 바꿀 수는 없었을지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도 줘야 했다. 그런 면에서 가덕도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추진했어야 한다. 그것만 부산 시민들 앞에 내놨다면 부산 선거는 이겼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과 정부에 서운한 게 있다. 그래서 지금 이야기하는 거다. 이렇게 공개적으로.(웃음) 왜 그걸 총선 전에 안해줬는지…. 대통령이 너무 정직한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검증에 절차가 필요하고 시간이 걸려서 총선 전에는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아주 비정치적인 정직한 사고를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에서만 10석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본격적인 선거전 들어서면서 수도권처럼 부산도 분위기가 좋아졌다. 충분히 10석 가능하겠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막판 보수층의 총결집을 보지 못했다. 조용한 이반을 느끼지 못했는데, 샤이 보수가 숨어있었다. ‘우리라도 여당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선거전 막판에 나온 거다.”

■ “부산 귀향 가장 잘한 선택, 끝까지 지역 지켜야”

-부산으로 내려온 지 12년인데, 현재까지 ‘1승2패’다.

“여전히 내 정치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다. 18대 총선 불출마하고, 19대 총선을 앞두고 있었는데 당시 정세균 대표가 서울 광진갑으로 다시 돌라가달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뭔가 변화되는 민주당을 내 정치복귀의 푯대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민주당은 ‘일패도지’한 상태였다. 부산은 출마자도 별로 없었다. 민주당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정도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난 뒤 명맥이 끊기게 생겼다는 위기감이 컸다. 미안했다. 나라도 고향으로 돌아가서 ‘노무현 이어달리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래통합당의 일당독점 정치에서 부산만 낙후되는 걸 깨야겠다고 다짐했다. 부산을 위해서도 한국정치 전체를 위해서도 그런 사명감을 갖고 돌아갔다. 2012년 떨어졌을 때도 나는 별로 후회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 번 정도는 질거라 생각했다. 계속 진다고는 생각 안했다. 예측대로 20대 총선에선 당선이 됐고. 나 혼자가 아니라 갈매기 5형제도 탄생을 했다.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해 확장을 했다. 적어도 절반은 성공한 것 같았다. 앞으로 남은 건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공항 같은 가시적 성과를 못보여줬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한 게 뭐냐’는 말이 돌아온 것이다.”

-민주당의 향후 영남권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왕도는 없다. 우선 지역민들에게 우선 미래의 희망을 주는 게 필요하다. 민주당이 희망을 못준다고 생각하니까 ‘우리끼리 뭉치자’라고 해서 영남권에서 통합당에 결집한 것이다. 선거 졌다고 지역을 떠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 지역 정치인들이 ‘서울 가면 편하게 할 수 있겠다’ 생각하는 순간 주민들은 ‘그럴 줄 알았다. 느그가 애초 부산에 무슨 애정이 있었노’ 할 것이다.”

■ “당권 도전 없다, 광야에서 복음 외치는 ‘사도 요한’ 되겠다”

-오거돈 전 시장 사건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잠시 한숨을 내쉬다가) 곤혹스러운 질문이고 어려운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우선 피해자 지원에 최대한 당이 나서야 한다. 피해자상담신고센터 등 설치, 성인지 교육 등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무엇보다 꾸준한 실천이 중요하다.”

-2018년 부산시장 출마를 하려고 했던 걸로 안다.

“사실 이런 일이 나오니까 (출마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2014년 때도 후보단일화로 양보를 했는데 2018년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 전 시장은 당선이 되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나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우선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맡은 역할이 컸다.”

-무슨 일이 있었나.

“우리나라 전체 해운산업이 초토화되는 상황이었다. 2017년 한잔해운이 파산을 했고, 조선산업도 ‘폭망’ 상태였다. 거제도, 울산에서 대규모 감원이 일어나고, 조선 수주는 반에 반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당시 진행했던 게 해운·조선산업 살리는 5개년 재건 계획이었다. 기재부·산업부 반대를 뚫고 해수부 장관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나갈 수는 없었다. 그러다 2018년 3월 들어 재건 계획 잘 마무리하고 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그때는 또 당에서 말리더라”

-왜 말린 건가

“‘안희정 성폭력 사건’이 그때 터졌다.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당에서도 여러가지로 힘든 상황을 만들 수 있느니 안 나가면 안되겠느냐고 설득하더라. 장관 인사청문회도 부담이고, 부산진갑이 보수적인 지역인데 내가 나가면 보궐선거에서 이기기 힘들 수 있다고 했다. 내 이익만 생각하면 무조건 나서야 했지만 현직 장관인 상황에선 사실 하기 힘든 선택이었다.”

-이번에는 출마할 생각이 있나.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할 때가 아니다. 마음에 상처 받은 부산 시민이나 국민에 사죄할 시간이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선 안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얘기조차도 지금은 갑론을박할 때가 아니다. 1년 뒤 선거문제는 나중에 다시 논의할 문제라고 본다.”

-총선 전 밝힌 대선 출마 계획은 계속 되나.

“이번에 당선되면 바로 대선 레이스로 직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낙선한 사람이 바로 대선을 뛰겠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원외에서 대한민국 경제와 통일 사회를 위한 준비 등을 하려고 한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경제공동체’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속도를 내려고 한다. 낙후돼 있는 광역교통체계를 정비하는 문제 등이다. 현역 의원들과 시도지사들과 힘을 합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도 계속 나설 계획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잘되기 위해서는 지방의 억눌린 잠재력을 마음껏 해방시켜 주는 게 성장잠재력이 고갈되어가는 대한민국에선 굉장히 중요한 발전요소다. 그런 면에서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지역구 1호 공약으로 내걸었던 개헌도 계속 이야기하고 싶다. 지방자치분권 강화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해야 한다. 야당도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어 21대 국회 안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대선주자로 당장 선언하고 뛰기보다 이런 화두들을 중심으로 국민들 교감을 넓혀가고 공감대를 만드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당분간은 광야에서 복음을 전파하는 ‘사도 요한’ 같은 자세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오는 8월 전당대회 하마평에도 김 의원 이름 등이 오르내린다.

“(나는) 너무 빠르다. 4개월 남은 당대표 선거를 나가겠다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당 대표 추대론도 나온다.

“어떤 상황에서든 전당대회를 통해서 추대하는 경우가 있었나? 코로나19 위기상황은 대통령 리더십으로 대처하면 되고, 여당은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하는 건데, 당 대표를 코로나19 때문에 추대로 하자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이 위원장도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처럼 정면돌파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차라리 이 자리에서 김부겸 의원 같은 사람이 대선레이스에 바로 갈 게 아니라 당 대표 선거에 먼저 나가보는게 어떠냐고 제안을 하고 싶다. 영남 지역을 대표해서 나갔으면 좋겠다. 대표 중간에 사퇴하고 다시 대권 도전하는 가능성을 열어놓더라도.”

■ “열린우리당은 민주당 ‘반면교사’, 미래통합당도 쇄신해야”

-180석 거대 여당의 21대 국회가 시작된다. 조언을 한다면?

“초선부터 다선까지 우리의 목표에 대해 서로 공유하는 토론 과정이 많아야 한다. 열린우리당 때 초선 108명의 ‘108 번뇌’라는 말도 있었다. 그 때는 서로 싸우고 적대시하다가 이룬 게 별로 없었다. 심지어 의원들 중에는 ‘나는 도저히 저 사람하고는 같이 정치 못하겠다, 같은 당을 못하겠다’며 술자리에서 고백을 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그건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의석이 180명 있으면 뭐하나. 그런 사람이 점점 많아져서 한 당 안에 두개의 당, 아니면 야당만도 못한 이질적인 세력이 생기면 그건 망하는 길이다. 그래서 토론을 하되 인내심과 동지적 태도로 토론하고. 또 내가 요구하는 걸 100% 관철시키기도 어렵우니까 내 주장과 생각을 절충하고 타협할 줄 아는 그런 민주적 태도가 필요하다. 그런 몇가지 자세만 잘 견지하면 우선 하나하나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지금은 당장 불만족스럽지만 나중에는 내가 원했던 성과를 이뤄내는 그런 집권여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추진할 때는 단일대오를 가져야 한다. 그게 열린우리당 실패의 바보 같은 전철을 밟지 않는 길이다.”

-통합당은 영남에서 승리했지만 총선 이후 당 내홍이 일고 있다.

“통합당이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다 싶은 당이 영국 보수당이다. 영국 보수당이 노동당 토니 블레어한테 정권을 뺏기고 15년간 야당을 했다.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의석을 뺐겼다. 지금의 통합당처럼 대패한 것이다. 그상황에서 200년 정당인 보수당 중진들의 선택이 뭐였는지 아는가. 자기들이 합의해서 30대 당수를 선출했다. 실패는 했지만 뒤이어 또 다른 젊은 사람을 추대했고, 3번째에 데이빗 캐머런을 추대했다. 캐머런은 그리고 44세에 총리가 됐다. 이 과정이 5년 이상 걸렸다. 보수당 중진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젊은 사람을 앞세워서 재집권 한 사례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훌륭한 분인데,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접목키는 보수당이 됐으면 좋겠다.

-통합당에서 민주당에 가장 위력적인 인물은 누가 될까.

“개인적으로는 김세연 의원이 그런 의미에서 가장 위력적인 인물로 떠오를 수 있는 인사라고 본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의원 인터뷰./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박홍두·심진용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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