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 사위'에 보낸 진단키트 50만개..美FDA 벽에 막혔다

김다영 2020. 4. 2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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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오른쪽)가 아내인 유미 호건 여사와 공항에서 한국 진단 키트를 맞이하고 있다. [래리 호건 주지사 트위터 캡처]


한국계 여성과 결혼해 '한국 사위'로 불리는 래리 호건(사진) 메릴랜드 주지사가 직접 공수한 한국 기업 랩지노믹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50만 회분의 진단 키트가 이송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현장 사용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외교부 "FDA 승인 못 받은 건 사실"
29일 외교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랩지노믹스의 코로나19 진단 키트가 아직 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못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연방정부가 FDA 승인 없이도 주 정부 차원에서 진단 키트를 팔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상태라 판매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신종 코로나 사태 발생 후 진단 능력의 어려움을 경험한 뒤, 주 정부 차원에서 FDA의 승인 없이 진단 키트를 구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앞서 호건 주지사는 이수혁 주미대사와의 통화를 통해 한국 측에 진단 키트를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8일 대한항공기를 통해 볼티모어 워싱턴 서굿 마셜 국제공항으로 진단 키트가 이송된 지 이틀 뒤인 20일 호건 주지사는 "우리는 해당 업체와 함께 테스트를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FDA는 랩지노믹스의 진단 키트 긴급사용승인 검토 여부를 묻는 현지 언론에 이날까지도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美 주 정부, 승인 없이 판매할지 '고심'

[중앙포토]

지난 24일 메릴랜드주의 한 요양병원 단체는 코로나19 진단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한국으로부터 공수한 진단 키트를 배포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호건 주지사에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진단 키트가 FDA 긴급사용승인 없이 메릴랜드주 내에서 실제 사용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지역방송사 WBAL-TV도 28일 주 정부에 "한국산 진단 키트를 FDA 승인 없이 배포할 계획이거나, 배포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으나 답변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주지사가 FDA의 승인 없이 자체 판단으로 진단 키트를 사용했다가 만의 하나 생길 수 있는 정치적 부담과 의학적 책임 문제로 쉽게 사용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호건 주지사는 한국산 진단 키트를 자체 공수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같은 공화당 소속인 호건 주지사가 한국에서 키트를 사들여 연방정부의 검사능력 확대 노력을 퇴색시킨다는 불편함을 표시했다. 이에 호건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는 주 정부가 나서서 스스로 (진단 키트를 확보)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분명히 말했다"며 정부 지침을 따른 행위였다고 반박했다.


◇FDA에 발목 잡힌 '방역수출 외교'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5일 서울 송파구의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 기업 연구실을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방역은 여러분으로부터 시작된다“고 격려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현재 코로나19 진단 키트 관련 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한국 기업은 4곳뿐이다. 앞서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에 진단 키트를 지원하려면) FDA 승인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한 후 비교적 빠르게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다소 달라져 외교부와 식품의약처 등 관계 부처는 해당 업체들과 함께 미측과 협의 중이지만, 까다로운 FDA 승인 절차를 통과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외교부는 앞서 지난 3월 말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에는 없는 '사전승인'이라는 용어를 쓴 보도자료를 냈다가 과잉 홍보를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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