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잃은 나팔수들 강성발언에.. 중도표심 잃고 '폭망' [심층기획-보수 유튜브에 발등 찍힌 보수정당]

이창훈 2020. 4. 3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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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정국·조국사태·장외투쟁 등 / 여야 극한대립 속 공격 선봉으로 활용 / 의원들 줄지어 출연, 文정권 의혹 제기 / 黨 엄호 속 '신의 한수' 등 급성장 했지만 / 공천과정 압력·망언후보 두둔 도 넘어 / 지지층 확장은커녕 중도층 되레 잃어 / 黨 "정론지로 과대평가" 때늦은 후회
“미래통합당은 폭망했는데, 보수 유튜버만 급성장했습니다.” 미디어 담당 업무를 해온 통합당의 한 당직자가 4·15총선이 끝난 뒤 허탈한 표정으로 던진 말이다. 2018년 김성태 원내대표가 보수 유튜버와 처음으로 합동방송을 한 뒤 사실상 ‘한 팀’으로 움직여온 통합당과 보수 유튜버의 명암이 엇갈렸다.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은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조국 사태’, 장외 집회·투쟁 때마다 보수 유튜버를 홍보 채널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보수 유튜버는 지난해 내내 이어진 여야의 극한대립 속에서 구독자 수를 대폭 늘려가며 유튜버 정치·사회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워갔다. 그러나 총선 참패로 수도권, 30·40세대로 대표되는 중도층 표심 공략에 실패하자 당내에서는 보수 유튜버와의 연대와 그로 인한 강경 지지층의 결집이 오히려 당의 확장성을 가로막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통합당은 민원 해결, 보수 유튜버는 나팔수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구속에 이르게 한 힘의 첫째는 광화문 국민, 둘째는 우파 유튜버입니다. 우파 유튜버를 공격하는 세력에 대한 차단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나경원 원내대표가 ‘유튜브 노란딱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보수 유튜버가 제기한 ‘노란딱지’ 문제에 공감하며 한 말이다. 노란딱지는 폭력적이거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건을 다룬 콘텐츠에 붙는 것으로, 노란딱지가 붙을 경우 조회수가 아무리 높아도 광고 수익이 10분의 1가량 줄어든다. 보수 유튜버들은 진보 유튜버 시청자들이 의도적으로 노란딱지 신고를 넣는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출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에게 보수 유튜버에게 집중된 노란딱지의 편향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통합당의 지원사격 속에 급성장했다. 한국당은 보수 유튜버의 취재 활동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국회 방문 허가증을 적극적으로 발급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국회 안에서 이뤄지는 한국당의 회의와 각종 기자회견,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벌어진 충돌 현장 등을 적극적으로 중계했다. 유튜버들은 장외 집회와 황교안 전 대표의 단식 농성 등 현장을 생중계하며 지지층의 집회 참여를 유도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는 취재에 나선 진보성향·보수성향 유튜버들끼리 충돌해 국회 사무처로부터 출입을 제지당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한국당 의원 39명은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대표적인 보수 유튜브 채널인 신의한수·고성국TV·펜앤마이크TV과 인터뷰했으며 곽상도 의원이 12번으로 출연 횟수가 가장 많았다. 곽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딸 등 친인척 관련 의혹을 주장했고 해당 영상들은 적게는 5만회에서 많게는 59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여야 극한 대립 속 성장한 보수 유튜버

29일 ‘한국 톱 100 유튜브 채널’ 통계를 집계하는 ‘유튜브 랭킹’ 사이트에 따르면 뉴스·정치 분야 중 지상파·종편을 제외한 유튜브 채널 중 보수 성향의 ‘신의한수’가 구독자 123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채널이 구독자 118만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던 ‘알릴레오’ 프로그램을 중계하던 노무현재단 유튜브는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구독자 수 상위 3∼10위 중 3위인 딴지방송국(76만7000명)을 제외한 나머지 채널이 모두 보수 성향 유튜브로 분류된다.
지난해 3월27일 구독자 60만명을 돌파한 신의한수는 패스트트랙 충돌과 여야 갈등 속 지난해 8월19일 구독자 80만명을 넘었다. 그로부터 두 달도 안 된 같은 해 10월5일 구독자 100만명을 넘겼다. ‘조국 사태’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여권을 향한 공세와 한국당의 장외 집회 중계가 구독자 수 증가의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10월3일 한국당이 주최한 광화문광장 집회 때 신의한수 채널 일일 조회수는 500만명을 넘었다. 유튜브 랭킹에 따르면 신의한수는 월평균 약 1억5000만원 광고 이익을 얻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팔수에서 ‘플레이어’… 주객 전도된 보수 유튜버

통합당의 엄호 속에 성장한 일부 보수 유튜버는 공천과 선거 과정에서 공천관리위원장 임명과 운영, 경기 부천병에 출마했던 차명진 후보의 제명에서는 ‘플레이어’로 나서기도 했다. 공관위원장으로도 거론됐던 한 보수 유튜버는 ‘김형오 공관위’의 월권을 지적하며 황 전 대표의 개입을 노골적으로 주장했다. ‘세월호 망언’으로 당내에서 차 후보의 제명이 추진되자 보수 유튜버들은 ‘차명진 구하기’에 나서며 통합당을 압박했다. 이들의 적극적인 시청자층인 강성 보수 성향의 당원들은 통합당 게시판과 문자 전송을 통해 황 전 대표와 현역 의원들에게 제명 반대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보수 유튜버를 스피커로 활용했던 통합당이 아이로니컬하게도 중도 지지층을 끌어안아야 할 선거 때는 정작 강성 보수층을 대변하는 유튜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총선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당과 보수 유튜버의 관계 재정립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은 전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워장은 “보수 유튜버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선 보수 유튜브를 정론지로 평가하고 과대평가한 당의 잘못이 크다”며 “중도층 확장에 자신이 없다 보니 당이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더 매몰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당이 건강했다면 보수 유튜버에 이렇게까지 휘둘리거나 의존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론지와 유튜브의 강점과 약점에 맞춤한 당의 공보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그동안 보수 유튜버가 균형감을 잃었던 것은 사실이다”며 “그동안은 정치권의 갈등 상황 속에서 급성장해왔지만 앞으로는 보수 정당의 홍보가 아닌 우파의 건전한 목소리를 내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엔 총선 부정투표 의혹 몰아가기

미래통합당이 4·15총선에서 참패한 뒤 보수 유튜버와 일부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부정투표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유튜브 수익’을 위한 과도한 의혹 제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통합당 민경욱 의원은 29일 4·15 총선과 관련해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과 박영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을 공직선거법,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민 의원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후보 관계없이 관내 사전투표와 관외 사전투표 비율이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은 전국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인데, 여기에 의혹이 있다면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왼쪽에서 다섯번째)과 인천범시민단체연합 회원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15 국회의원 총선거 개표 결과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유튜버들도 민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며 △투표용지 QR코드 개인정보 이용 의혹 △사전투표 조작 의혹 등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유포하고 있다. 특히 김용석 변호사가 출연하는 ‘가로세로연구소’는 4·15총선 전에는 여론조사 왜곡을 근거로 통합당 역전을 주장했지만 총선 참패 후 2주 동안 부정투표 의혹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관련 동영상 콘텐츠 21개를 올렸다. 가로세로연구소의 투표 의혹 제기 라이브 방송 때는 시청자들이 낸 자발적인 후원금 수백만원이 모금되기도 했다.

가로세로연구소가 라이브 방송으로 투표조작 의혹을 이끌어 나가자 신의한수·펜앤마이크TV·공병호TV 등 다른 보수 유튜버들도 이에 가세했다. 보수 유튜버의 사전투표 의혹을 반박해온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정당은 유튜버들보다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돈을 벌어야 할 목적보다 보수를 바로 세울 책임이 있다. 그래서 정당의 지도부가 유튜버보다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어야 리더십이 구축된다”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총선 전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편 단체와 유튜버를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투표조작 의혹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수 유튜버는 보수 유튜버 사이의 자극적인 투표 의혹 제기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의혹을 제기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 소재가 모금 활동과 같은 금전적인 이권을 취하는 수단이 됐다”며 “관련 소송 비용을 준비한다고 시청자의 후원을 요청하는 방송이 있는데 후원을 내세운 것이 투표조작 의혹 문제 제기의 본 취지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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