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비밀이 벗겨졌다

유지한 기자 2020. 4. 3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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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 페인트 샘플 등으로 정밀 분석
보이지 않았던 속눈썹과 커튼 발견
그림에 사용된 색소 출처도 확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분석.

과학자들이 세계적인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숨겨진 비밀의 일부를 풀어냈다.

네덜란드 마우리츠하이스미술관 연구진은 28일(현지 시각)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진주 귀걸이를 한 이름 모를 소녀가 묘한 표정을 지은 신비로운 작품으로 1665년쯤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작품 속에서 속눈썹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엑스레이(X-ray)와 디지털 현미경 기술, 페인트 샘플 분석 등으로 그림을 정밀 분석했다. 연구진은 소녀의 눈에서 속눈썹을 발견했다. 미술학자들은 그동안 소녀의 속눈썹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왔다. 이것은 페르메이르가 이상적이거나 추상적인 얼굴을 그린 것이라는 주장의 바탕이 돼 왔다. 특히 주근깨나 머리카락 같은 신체 세부사항이 묘사되지 않아 실재(實在)한 여성 모델의 초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번에 속눈썹을 발견하긴 했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또 다른 새로운 발견은 그림의 배경이다. 검은색 어두운 배경을 뒤로 한 채 소녀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녹색 커튼 앞에 서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림의 오른쪽 상단에서 커튼이 접힌 모습이 발견됐다. 약 350년 동안 물리·화학적 변화로 커튼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 것이다.

작품 오른 쪽 위에서 커튼 모습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유화에 사용된 색소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얀색 안료는 영국 북부의 피크 디스트릭트에서 나온 것이고, 군청색 안료는 현대 아프가니스탄의 광산에서 나온 돌을 갈아 만든 것이다. 빨간색은 멕시코와 남아메리카의 선인장 식물에 사는 벌레로 만들어졌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17세기 네덜란드의 무역에 대해서도 보여준다”라며 “그림에 사용된 푸른 색소는 17세기 당시 금보다 더 가치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캔버스에 소녀를 그린 순서도 밝혀냈다. 페르메이르는 먼저 소녀의 얼굴과 배경을 그린 뒤 재킷, 옷깃, 파란색 수건과 진주 귀걸이를 그렸다. 귀걸이는 귀에 거는 부분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왼쪽 상단에 서명(IVMeer)을 했다.

진주 귀걸이.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의 이사 인 마틴 고셀링크는 “아무도 이 젊은 여성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녀가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에게 조금 더 가까워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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