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곡 만들며 영화음악 작곡가 꿈 찾았죠"

강성만 2020. 4. 3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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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미 유타대 재학 윤지수씨

윤지수씨의 꿈은 “음악이든 영화든 창작 활동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사진 윤지수씨 제공.

“세월호 참사로 제 진로가 바뀐 것 같아요. 이전에는 막연히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생각했었는데, 세월호 이후 추모와 치유 음악이나 영상을 만들면서 제가 원하는 메시지를 미디어로 알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영화음악 작곡가란 꿈을 품고 영화영상학과에 진학한 것도 그 때문이죠.”

올해 만 20살인 미국 유타대 아시아캠퍼스(인천 송도) 영화영상학과 2학년 윤지수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3월 자신을 포함해 5개국(미국, 독일, 핀란드, 벨기에, 한국) 작곡가 7명과 첼로 연주자 1명이 참여한 세월호 추모앨범 <영혼에게 건네는 작별인사>를 제작해 유튜브 등에 공개했다. 모두 23분 분량인 이 앨범에는 주로 영화 예고편에 쓰이는 장중한 에픽 장르 음악으로, 슬픔과 희망의 정서가 녹아든 7곡이 담겼다. 윤씨를 지난 27일 전화로 만났다.

<영혼에게 보내는 작별인사> 앨범 이미지.

“제가 운영하는 작곡가·음악애호가 커뮤니티 서버에 지난 2월 희망과 위로라는 키워드로 에픽음악 세월호 추모앨범을 만들겠다고 공고를 내 작곡가를 모았어요. 그 뒤 서버에 따로 방을 만들어 작곡가들이 초본 음악을 올리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곡을 완성했죠. 믹싱이나 마스터링 등 기술적인 부분은 핀란드 작곡가 사미 라이네가 맡았고 저는 곡의 구성 등 전체를 조율했어요.”

외국 작곡가들은 어떤 마음으로 참여했을까. “각기 사연이 달라요. 한 분은 유럽도 큰 해상사고가 있었다면서 세월호 비극에 연대의 느낌을 강하게 나타내더군요. 한 작곡가는 이번 작업으로 세월호 참사를 처음 알았다고 했죠.”

윤지수씨가 제작한 세월호 추모 애니매틱 이미지.

그는 서울 경일고 2학년이던 3년 전에도 세월호 추모앨범 를 만들었다. 그때는 작곡을 잘 알지 못해 한 곡의 멜로디만 만들었다. “고1 때 애니메이터나 작곡가 등 창작자들이 소통하고 작품도 올리는 플랫폼(뉴 그라운즈)에 이번처럼 공고해 1년 걸려 음반을 만들었어요. 그때는 이메일로 소통했어요. 장르도 제한을 두지 않아 록이나 클래식, 감성적 오케스트라 음악이 함께 들어갔어요.” 첫 앨범은 세월호 참사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 <시엔엔> 뉴스 화면을 동영상에 집어넣는 등 세월호 스토리텔링에 집중했단다. “세월호는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잖아요. 한국에만 국한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외국에도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다 같이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자고요.” 그는 고교 2학년 겨울방학 때는 직접 그린 그림으로 세월호 추모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제가 추모 스토리를 짜 애니메이션 전 단계인 애니매틱 영상으로 만들었죠.”

세월호 참사 때 그는 제주여중 2학년이었다. 서울에서 났지만 아버지가 근무지를 옮겨 8살부터 중2까지 제주에서 살았단다. “단원고 학생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오다 사고를 당했잖아요. 제주도민 입장에서 많이 안타까웠어요. 충격이었죠. 2년이 흘러 희생자들과 같은 고교생이 되니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커지더군요. 그때 우연히 오준호 작가가 쓴 <세월호를 기록하다>란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읽고 추모앨범을 만들자고 맘먹었어요.”

제주여중 2년 때 참사 접하고 충격 고교 시절 외국 작곡가들과 첫 앨범 최근 ‘에픽음악’으로 2호 추모 앨범 5개국 음악인 8명 참여해 7곡 담아

“2호 앨범엔 자작곡 담겨 뿌듯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 담았죠”

그가 만든 추모 창작물에는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댓글이 많이 달렸다. 이런 교감은 그가 영화음악 작곡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는데 큰 자극이 되었단다. “고2 때 작곡 공부를 독학으로 시작했어요. 첫 앨범은 작곡 실력이 부족해 곡을 쓰지 못했거든요. 이번 작업에서 그 꿈을 이뤘어요. 너무 뿌듯해요. 세월호 추모 곡을 직접 만들겠다는 열망이 강했거든요.”

대학생이 된 지난해부터는 상업 음악사로부터 곡 의뢰도 받고 있다고 했다. “영국의 유튜브 그룹 ‘엘리트프로덕션’에서 마인크래프트 게임으로 만든 영화에 들어가는 곡 두 개를 제가 만들었어요. 트레일러(영화 예고편) 음악 제작사인 고딕스톰 뮤직에서 만드는 앨범 제작에도 추모앨범을 같이 만든 사미 라이네와 함께 참여하고 있어요.”

왜 에픽음악일까. “처음 에픽음악을 들었을 때 제 마음을 트이게 해주더군요. 긍정적 감정을 심어주었죠. 음악을 들으면 마치 내가 영웅이 된 듯한 느낌을 줘요. 한국적 감성이 녹아든 에픽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는 이번 추모앨범이 고1부터 시작한 세월호 추모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앨범에 유가족이나 추모하는 분들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다 담았거든요.”

딸의 프로젝트에 부모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부모님은 늘 저한테 ‘100점 안 맞아도 된다. 80점만 맞고 네가 재밌고 좋아하는 걸 하라’고 하셨어요. 고교를 다닐 때도 주말이나 방학 때 하면 괜찮다고 하셨죠.”

그는 한국에 캠퍼스가 있는 미국 대학을 다닌다. “외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하고 싶어서 선택했어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기도 했고요. 제가 다니는 과에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 등의 인턴십 프로그램이 많은 것도 고려했죠. 어려서 영어 시디나 디브이를 많이 듣고 초등생 때부터 외국인 선생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 영어는 익숙한 편이죠.”

꿈은? “사람들에게 영화든 음악이든 제 창작 활동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현대 사회가 척박하고 어둡잖아요. 쉽게 접하는 영화 같은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영혼에게 건네는 작별인사> 제작에 참여한 작곡가 사미 라이네(핀란드).
<영혼에게 건네는 작별인사> 제작에 참여한 작곡가 마이클 양(미국).
<영혼에게 건네는 작별인사> 제작에 참여한 작곡가 크레이그 마이어(미국).
<영혼에게 건네는 작별인사> 제작에 참여한 작곡가 위체 라즈(벨기에).
<영혼에게 건네는 작별인사> 제작에 참여한 작곡가 알요사 부메(독일).
<영혼에게 건네는 작별인사> 제작에 참여한 작곡가 티모디 쇼텔(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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