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야붕의 코로나 1호 명령 "뭉치면 죽는다"

도쿄/이태동 특파원 2020. 5. 1.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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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WOW]
日야쿠자 코로나 환자 속출하자 '모이지 마라, 싸우지 마라' 엄명

"외출하지 마라. 감염되지 마라. (다른 조직과) 다투지도 마라."

일본 조직폭력단, 일명 야쿠자(ヤクザ) 중 최대 조직인 야마구치구미(組) 소속 한 조직원이 최근 주간지 슈칸아사히에 "오야붕(親分·두목)의 엄명"이라며 전한 내용이다. 야마구치구미에선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가 속출해 간부까지 감염 여부를 검사받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직의 최우선 목표가 '세력 확장'이 아니라 '건강 사수'에 맞춰졌다는 것이다. 고베시를 본거지로 삼는 야마구치구미, 고베야마구치구미 두 조직은 3월 이후 회합을 대부분 취소해 조직원끼리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고베신문이 보도했다.

/일러스트=이철원

일본을 강타한 코로나로 야쿠자도 위기를 겪고 있다. 회합이 막히고, 자금줄이 말라 앞날을 걱정하는 조직까지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한다. 코로나가 일반 시민에게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희소식'이다.

우선 야쿠자 조직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코로나에 취약한 조건을 갖췄다. 모여서 세력을 과시하는 게 야쿠자의 존재 의의이자 운영 방식이다. 이들은 협소하고 환기가 잘 안 되는 장소에 다수가 모여 작당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슈칸분슌에 "야쿠자는 사무실에 늘 당번을 두고 간부도 조직 동향 파악을 위해 부하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일 만큼 대면 인간관계가 밀접한 조직"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는 요즘 일본 정부가 반드시 피하도록 권고하는 '3밀(밀폐·밀집·밀접)'의 대표 사례다. 야쿠자가 모이지 못하면 조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야쿠자 조직원의 고령화도 문제다. 2017년 일본 경시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야쿠자 2만여 명 중 50대 이상이 41%였다. 또 야쿠자는 평소 건강을 챙기지 않아 당뇨·고혈압 등 기저 질환이 많고, 일단 코로나에 감염되면 합병증 등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한 전직 야쿠자는 "일상에서 폭음·폭식은 당연한 일이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건 감옥에 갔을 때뿐"이라고 슈칸아사히에 말했다.

야쿠자의 주 사업인 유흥업소나 노점상 매출도 코로나 때문에 뚝 떨어졌다. 일본의 주점은 오후 8시까지(주류 판매는 오후 7시까지)만 영업, 유흥업소는 휴업하도록 요청받은 상황이다. 쏠쏠한 재미를 봤던 노점상은 벚꽃놀이 시즌에 이어 연휴 기간인 이번 골든위크(4월 말~5월 초)에도 운영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자금난을 겪는 야쿠자 간부가 직접 하부 조직을 돌아다니며 상납금을 받는 일도 생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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