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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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김경수 재판부의 '위법'

양은경 사회부 법조전문기자 입력 2020. 05. 01. 03:14 수정 2020. 05.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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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사회부 법조전문기자

"김 지사는 세 차례나 드루킹의 파주 사무실을 방문해 킹크랩 시연을 봤습니다."(특검)

"김 지사는 '선플 운동'만 했습니다. 드루킹이 불법 댓글 공작을 하고 김 지사에게 혐의를 씌웠습니다."(김경수 지사 측)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드루킹 사건' 특검팀과 김경수 경남지사 측 간 '프레젠테이션' 공방이 4시간 넘게 이어졌다.

양측은 '닭갈비 식사'가 있었는지를 놓고도 다퉜다. 김 지사가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개발 시연을 봤는지는 이 사건의 핵심이다. 김 지사 측은 당시 닭갈비를 사 갖고 가서 먹었고 이후 드루킹 강연을 듣느라 '시연'을 볼 시간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식당 영수증을 냈다. 특검은 "드루킹 일당은 물론 김 지사도 2심 이전엔 '닭갈비 식사' 얘기도 안 꺼냈다"고 반박했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은 지난 2월 바뀐 새 재판부의 결정이었다. 이전 재판부는 지난 1월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참관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새 재판부로선 거기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마련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날 벌어진 공방이 새로운 장면이 아닌 '재방송'이란 점이다. '닭갈비 공방'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 재판부는 포털 사이트 로그 기록 등을 종합하면 '닭갈비 식사'가 있었어도 '킹크랩 시연 참관'이 가능했다고 보고 '시연 참관'이란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 1·2심을 계속 취재해 왔던 기자들은 이날 "이걸 왜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기록만 봐도 파악할 수 있을 텐데"라고 했다.

이 재판은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을 가리는 재판이기도 하다. 그리고 선거 재판은 신속성이 생명이다. 선거법 270조는 1심은 6개월 이내, 2·3심은 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70조 앞에는 '강행 규정'이란 표제도 붙어 있다. 무자격자가 공직을 유지하는 기간을 최대한 줄이라는 취지다. 재판부의 유무죄 고민도 법이 정한 기간 내에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재판이 한정 없이 길어지면서 법조계에선 "이러다 김 지사가 임기를 다 채우고도 결론이 안 나겠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작년 1월 말 1심에선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다. 기소된 지 6개월 이내로 법정 기한을 지켰다. 그런데 2심은 심리 기간이 2년째에 들어서면서 재판부가 바뀌기에 이르렀다. 이전 재판부가 내린 '잠정 결론'마저 무시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 법원 내에서도 "정권 실세라 과연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더구나 공범 드루킹의 댓글 조작 혐의는 지난 2월 대법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 재판은 2심 들어 '주심과 재판장의 갈등설' 등 여러 구설에 시달렸다. 재판부 내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기간 내에 조율하는 것도 법원의 몫이다. 법원이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법을 지키지 않는 법원의 재판에 승복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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