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부제=공산주의' 비판이 사라졌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가운데 전 국민이 벌인 '마스크 대란'의 끝이 보이고 있다. 정부와 민간기업이 원팀으로 마스크 공급에 총력전을 펼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협조한 국민들의 수준 높은 시민의식이 결합한 결과로 평가된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둔화된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한때 수백 미터 줄을 서더라도 살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던 참담한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동맹국에 마스크 지원을 검토할 정도로 여유가 생긴 모습이다.
지난 2월초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던 시기 정부는 국내 마스크 최대 생산량을 일 평균 약 1000만장 수준으로 추정했다. 국내 123개 마스크 생산공장을 24시간 풀가동했을때 가능한 규모다. 마스크 재고도 3100만개에 불과했다.
국내인구는 15~64세 3700만명 이상이다. 경제활동인구만 따져도 2700만명에 달한다. 1인당 하루에 1개씩 사용한다면 공장을 최대치로 가동하고 재고를 다 풀더라도 2일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정부는 마스크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미 국민들은 동요했다. 대형마트, 약국 등에선 보건용 마스크를 찾아볼 수 없게 됐고 온라인 쇼핑몰에선 10배 이상 높은 가격을 줘야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 보건용 마스크 수급이 어려워지자 직접 마스크를 제작해 착용하는 시민들도 늘었다. 특히 2월 중순 대구 신천지 교인 감염사태는 마스크 대란에 불을 질렀다.
하도 마스크가 부족하다보니 일각에선 '마스크 안 사기 운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스크가 꼭 필요한 의사, 간호사마저 마스크가 부족할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사실상 '마스크 배급제'를 꺼내들었다. 정부는 3월9일부터 1주당 1인 2매 구매를 원칙으로 하는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다. 중복구매 확인시스템도 가동했다. 사실상 계획경제의 모습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마스크 공급은 계획경제"라며 "솔직히 국가사회주의의 계획경제가 왜 성공하기 어려웠는가 하는 걸 절감한다. 정말로 어렵다"고 했다.
국내 생산능력을 배가시키는 것도 과제였다. 민간기업이 팔을 걷어부쳤다. 삼성전자는 마스크생산 업체에 전문가들을 투입, 생산성 향상을 도왔다. 삼성전자 전문가들은 신규설비의 셋팅, 기존설비의 순간 정지 해소 등 기술 지원뿐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한 도구도 직접 제작해 주고 필터공급처를 연결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MB필터 자체 생산에 나섰고 도레이첨단소재도 기재귀 소재 생산라인 개조해 MB필터 공급에 나섰다. 정부도 마스크 필터 출고조정명령 등을 가동해 마스크 생산량 증대에 전력투구했다. 1월 평균 600만장에 물과하던 국내 마스크 생산량이 1200만장 이상으로 급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덕분에 이달 중순이후 마스크 공급이 빠르게 안정세를 보였다. 그사이 코로나19 확산도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일일 확진자수가 10명 안팎에 그칠 정도다. 약국엔 마스크 재고가 돌기 시작했다. 줄을 서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이 체감되면서 국민들도 빠르게 안정감을 찾았다. 정부는 6.25때 도움을 준 참전국을 대상으로 마스크 지원을 검토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한 정부 관계자는 "'마스크부냐'는 비아냥을 들은 산업부, 열일 제치고 적극 협력한 삼성전자 등 민간기업들, 그리고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 이렇게 3박자가 맞아 떨어져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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