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지급 오늘 발표" 기재부 들쑤신 이인영의 '모닝 통첩'

김효성 입력 2020. 5. 1. 05:01 수정 2020. 5. 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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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가결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30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2주간 벌어진 당·정·청의 힘겨루기가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0% 지급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청와대와 민주당, 국무총리실 등은 홍 부총리를 압박하며 결국 '전국민 지급, 자발적 기부'라는 방안을 관철했다. 그 과정을 살펴본다.


홍남기 저항
기재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한 7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건 총선 다음날인 16일이었다. 앞서 지난 6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전국민 지급을 제안했지만, 기재부는 원안을 고수했다.

정면충돌은 1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벌어졌다. 총선 후 처음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100% 확대를 강하게 주장했다. 대신 고소득자 기부안을 제안, 재정소요액을 충당하자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마무리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윤철 기재부 제2차관, 홍 부총리, 김용범 제1차관. [연합뉴스]

하지만 홍 부총리는 버텼다. "기부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힘들고, 자칫 기부를 강제화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논리였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가 끝나자 민주당에선 홍 부총리를 겨냥해 "꽉 막힌 사고를 한다"는 원색적 비난까지 나왔다.

수습은 청와대 몫이었다. 다음 날인 20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당도 입장이 있고, 기재부도 입장이 있는데 서로 윈윈해야 한다"면서도 "자발적 기부를 검토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기재부의 입장도 이해하면서 민주당의 약속이란 점도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정세균의 등장
청와대 방침이 확인되자 이번엔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섰다. 정 총리는 20일부터 홍 부총리와 3차례 이상 만나고 통화하면서 100% 지급안을 설득했다고 한다. 특히 민주당이 '최종안'을 발표하는 22일 아침, 정 총리는 홍 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당 입장을 받아들이자"고 말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찬대 의원, 조 정책위의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임현동 기자

정 총리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사실상 '홍남기 패싱' 국면이었다. 22일 오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는 이 원내대표와 조 의장,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내대표와 조 의장이 100% 확대, 자발적 기부를 골자로 한 최종안을 발표하겠다고 하자 김 차관은 깜짝 놀라며 "홍 부총리와 상의하신 것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이 원내대표가 "정 총리가 홍 부총리와 상의했다. 나도 총리와 통화해서 조율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 차관은 "부총리와도, 기재부와도 상의하고 확정해야지 이렇게 불쑥 발표하면 어떡하냐"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와 조 의장은 묵묵부답이었다.

이후 조 의장은 문구 수정에 나서 이날 오후 최종안을 발표했다. 직후 총리실에선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제도가 국회에서 마련된다면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화답했다.


홍남기 다독인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100% 지급과 자발적 기부로 결론 나자 22일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합의를 해오면 정부가 어떻게 하겠느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홍 부총리와 기재부가 당정 결정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하자 정 총리는 23일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조율된) 공식 입장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재부 공직자들이 '당과 총리가 합의한 것이지 기재부는 상관이 없다', '기재부는 입장이 변한 게 없다' 등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질타했다.

28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권성동 무소속 의원이 홍 부총리를 향해 "사표를 던졌어야 했다"고 따지자 홍 부총리는 "언제든지 공직 수행을 하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말씀드렸다"고 했다. 자진사퇴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나섰다. 같은 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2차 국무회의서 "경제 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하는 경제 중대본으로 모든 부처가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혼연일체가 돼 위기 극복 전면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못 박았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으로선 당이나 홍 부총리 모두 각자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했다고 보는 듯싶다"고 전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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