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지급 오늘 발표" 기재부 들쑤신 이인영의 '모닝 통첩'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30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2주간 벌어진 당·정·청의 힘겨루기가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0% 지급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청와대와 민주당, 국무총리실 등은 홍 부총리를 압박하며 결국 '전국민 지급, 자발적 기부'라는 방안을 관철했다. 그 과정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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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저항
기재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한 7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건 총선 다음날인 16일이었다. 앞서 지난 6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전국민 지급을 제안했지만, 기재부는 원안을 고수했다.
정면충돌은 1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벌어졌다. 총선 후 처음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100% 확대를 강하게 주장했다. 대신 고소득자 기부안을 제안, 재정소요액을 충당하자고 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버텼다. "기부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힘들고, 자칫 기부를 강제화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논리였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가 끝나자 민주당에선 홍 부총리를 겨냥해 "꽉 막힌 사고를 한다"는 원색적 비난까지 나왔다.
수습은 청와대 몫이었다. 다음 날인 20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당도 입장이 있고, 기재부도 입장이 있는데 서로 윈윈해야 한다"면서도 "자발적 기부를 검토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기재부의 입장도 이해하면서 민주당의 약속이란 점도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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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의 등장
청와대 방침이 확인되자 이번엔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섰다. 정 총리는 20일부터 홍 부총리와 3차례 이상 만나고 통화하면서 100% 지급안을 설득했다고 한다. 특히 민주당이 '최종안'을 발표하는 22일 아침, 정 총리는 홍 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당 입장을 받아들이자"고 말했다고 한다.
정 총리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사실상 '홍남기 패싱' 국면이었다. 22일 오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는 이 원내대표와 조 의장,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내대표와 조 의장이 100% 확대, 자발적 기부를 골자로 한 최종안을 발표하겠다고 하자 김 차관은 깜짝 놀라며 "홍 부총리와 상의하신 것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이 원내대표가 "정 총리가 홍 부총리와 상의했다. 나도 총리와 통화해서 조율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 차관은 "부총리와도, 기재부와도 상의하고 확정해야지 이렇게 불쑥 발표하면 어떡하냐"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와 조 의장은 묵묵부답이었다.
이후 조 의장은 문구 수정에 나서 이날 오후 최종안을 발표했다. 직후 총리실에선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제도가 국회에서 마련된다면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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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다독인 문 대통령
100% 지급과 자발적 기부로 결론 나자 22일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합의를 해오면 정부가 어떻게 하겠느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홍 부총리와 기재부가 당정 결정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하자 정 총리는 23일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조율된) 공식 입장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재부 공직자들이 '당과 총리가 합의한 것이지 기재부는 상관이 없다', '기재부는 입장이 변한 게 없다' 등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질타했다.
28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권성동 무소속 의원이 홍 부총리를 향해 "사표를 던졌어야 했다"고 따지자 홍 부총리는 "언제든지 공직 수행을 하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말씀드렸다"고 했다. 자진사퇴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나섰다. 같은 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2차 국무회의서 "경제 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하는 경제 중대본으로 모든 부처가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혼연일체가 돼 위기 극복 전면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못 박았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으로선 당이나 홍 부총리 모두 각자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했다고 보는 듯싶다"고 전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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