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날렸다더니 남한에 후두둑..대북전단 실효성 있나

박수윤 입력 2020. 5. 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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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 주민 불안해 해도 처벌 근거 없고 법안은 계류
'상호비방 중지' 판문점 선언 취지에 어긋나
탈북민단체가 날린 태영호·지성호 대북 전단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대북단체가 최근 잇따라 북한으로 대북전단을 날려 보냈다고 주장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일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30일 인천시 강화군 양사면에서 북한 출신인 미래통합당 태영호·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 소식을 알리는 대북전단 50만장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날려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풍선은 같은 날 오전 6시 30분께 경기도 양주시에서 발견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풍선에는 전단 약 3천장과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이 매달려 있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북측으로 보냈다고 주장한 풍선 중 일부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기상 상황을 고려하면 전단은 애초에 순조롭게 국경을 넘어가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새벽 지상에서 1.5㎞ 상공까지는 서남서풍이 불었으며, 3㎞ 상공까지는 서북서풍이 불었다.

지난 2017년 6월에도 탈북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용 풍선이 경기도 파주시 광탄·적성면, 고양시 일산동구, 동두천시 등 모두 4개 지역의 주택과 도로 등에서 잇따라 발견된 바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9일 경기 파주에서 드론을 띄워 평양에 대북전단 1만여 장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는데, 전문가들은 일제히 신뢰성에 의문을 표했다.

군 관계자는 "과연 민간용 드론이 전단을 싣고 200㎞를 비행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그 정도 비행체라면 군 레이더에 포착됐을 텐데 그런 정황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전단 살포 반대'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보수단체가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한 25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민통선 주민들이 도로를 트랙터로 막고 있다. 2014.10.25 andphotodo@yna.co.kr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갈등은 물론이고 남남갈등마저 야기해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2014년 10월 10일 경기 연천군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날린 대형풍선에 고사총을 쏴 군이 대응 사격을 했다.

급기야 그해 10월 25일 파주 임진각에서는 대북전단을 날리려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이를 저지하는 파주 지역 시민들 및 시민단체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당시 주민들은 "전단 뿌리는 것 때문에 군에서 비상을 한번 걸면 일을 할 수가 없어 피해가 크다"고 호소했다. 농민들은 '삐라 날리면 우리는 폭탄 맞는다', '민통선 주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느냐', '대북전단 말만 들어도 우리는 피가 마른다' 등이 적힌 농사용 트랙터를 몰고 와 진입로를 막기도 했다.

사실 대북전단 살포는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 정신과도 배치된다.

판문점 선언에는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로 하였다"고 돼 있다.

전단 살포 반대 철야농성장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보수단체가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한 2014년 10월 25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시민단체와 남북경협경제인연합회 관계자들이 농성장에 앉아 있다. andphotodo@yna.co.kr

그러나 대북단체들이 무리하게 전단 살포를 감행하더라도 처벌되는 경우는 드물다.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본부의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대북전단 살포활동을 하다 경찰 등에 제지를 당하자 2015년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적이 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원칙적으로는 제지할 수 없지만, 국민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제한이 과도하지 않은 이상 제지행위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정부의 배상 책임은 없다고 봤지만 '표현의 자유' 역시 중요하다고 본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됐다.

무엇보다도 남북교류협력법에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 자체를 규제할 만한 근거가 없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2016년 6월 남북교류협력을 해치는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화해 분위기와 남북교류협력의 발전을 심대히 저해할 수 있고, 접경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며, 이해와 견해를 달리하는 각 집단 간의 충돌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어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안은 아직 외교통일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0대 국회가 사실상 마무리됐고 21대 국회 출범을 앞둔 만큼, 법안은 자연스럽게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파주서 살포되는 대북전단 (파주=연합뉴스)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자제 요청에도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등 회원 6명은 2018년 5월 12일 오전 0시 30분께 경기도 파주시에서 대북전단 15만장과 1달러 지폐 1천장, 소책자 250권, USB 1천개 등을 대형 풍선 5개에 매달아 북측으로 날려 보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연합뉴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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