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넘게 떨어진 압구정..강남 8년만의 굴욕, 다음은 수도권

최현주 2020. 5.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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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 11개월만에 하락
다주택자 절세 매물 쏟아질 듯
서울 송파구 일대 전경. [연합뉴스]

규제 약발이 세게 먹혔다. 9억원 초과 고가 주택을 겨냥한 12‧16 대책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월간 기준으로 8년 만에 최대다. ‘주택시장 풍향계’로 불리는 강남 아파트값이 급락하면서 서울 주택시장도 11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0.17% 하락해 지난해 5월 이후 이어졌던 상승세가 멈췄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하락세를 주도했다. 지난달 0.63% 떨어져 2012년 11월 이후 하락 폭이 가장 크다. 한국감정원의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0.02% 내렸다. 강남구(-0.64%), 서초구(-0.63%), 송파구(-0.36%)의 하락 폭이 특히 크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올해 들어 평균 1억3000만∼1억4000만원 하락했다. 같은 시기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와 압구정동 신현대도 1억1500만∼2억7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반포자이, 아크로리버파크도 7500만∼1억5000만원 내렸다.

강남 아파트값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다각도로 조이는 규제다. 강남 3구 아파트값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지난해 6월부터 오르기 시작하자 정부가 지난해 12‧16대책을 내놨다. 고가 아파트가 모여 있는 강남 3구가 규제의 중심이었다.


공시가격 대폭 오르며 보유세 폭탄 현실화

9억원 초과 아파트(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담보대출이 제한됐다. 9억원 이하는 40%, 9억원 초과는 20%로 줄었다. 15억 초과는 아예 대출을 금지했다. 세금 부담도 커졌다. 우선 세율이 높아졌다. 일반 주택은 0.1~0.3%포인트, 3주택 이상‧조정대상 지역 2주택 이상은 0.2~0.8%포인트,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 부담 상한은 200%에서 300%로 올랐다.

여기에 고가 아파트 공시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늘었다. 올해 9억원 미만은 공시가격 변동률이 1.96%지만, 9억원 이상은 21.12%다. 15억 초과는 26%가 넘는다.

주택자금조달계획서 대상이 확대‧강화되면서 집을 살 때 자금 출처도 자세하게 밝혀야 하는 것도 압박으로 작용했다. 3월 13일부터 9억원 초과 주택(투기과열지구)을 매입할 때는 각 항목에 따른 증빙서류도 내야 한다. 강남에 집을 가진 사람은 세금 부담에, 강남 집을 사려는 사람은 대출·증빙 부담이 커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에 주택 거래가 확 줄어든 영향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4월 대비 34% 수준이다. 특히 강남3구 거래량은 14%에 불과하다.

강남발 아파트값 하락세는 ‘규제 풍선효과’를 누리던 서울 강북 지역과 수도권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강동구(-0.01%)가 9개월 만에 하락했고 대부분 지역이 소폭 상승하거나 보합세를 보였다. 위례신도시(-0.02%), 과천시(-0.05%)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과거 경기침체 국면에서 부동산 시장도 하락세가 상당 기간 이어진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하락 추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16대책 후폭풍과 코로나 여파로 강남 아파트 가격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안내판. 연합뉴스



강남발 하락세 수도권까지 번져

조만간 강남 집값이 한 단계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인상된 공시가격이 적용된 재산세 과세 기준일이 다음 달 1일이고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장기 보유 주택에 대한 한시적 양도세 중과 적용 배제 만료 기한이 다음 달 30일이기 때문이다.

절세를 위한 급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변서경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4‧15총선에서 여당의 압승은 주택시장에 대출·세금·청약 규제와 자금출처조사 등이 지속할 것이라는 시그널”이라며 “규제 완화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매도를 고민하던 집주인들의 셈이 빨라지고 절세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절세를 위한 증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지난해 2월 대비 139% 증가한 1347건이다. 강남구가 전체 17%를 차지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보유세 부담은 커지고 임대사업자 혜택도 거의 없다”며 “보유세뿐 아니라 거래세인 양도소득세 부담도 큰 상황이라 다주택자는 자식에게 주고 증여세를 내는 것이 부담이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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