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에도 근무"..일 해도 노동자 아닌 대학원생들

정경훈 기자 2020. 5.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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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1일 노동절은 대다수 이공계 대학원생에게는 '평일'이나 다름없다.

대학원생들이 스스로를 '공부와 일을 함께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법적, 사회적으로 노동자임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동자 아니어서 갑질 신고도 생각 못해"━신정욱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장은 "노동절에 일한다는 것은 대학원생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인정받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는 노동절에 쉬지 못하는 것 외에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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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수도권 한 대학원 컴퓨터공학 석사 과정을 밟는 A씨는 근로자의 날(노동절)인 1일에도 학교에 "출근"한다. 이날도 연구나 행정업무를 해야 해서다. 졸업생 취업 현황 등 문서를 정리 등 일로 정해진 날까지 행정실에 제출해야 한다. A씨는 "공부와 별개로 생활비를 벌기 위한 일"이라며 "업무 없는 대학원생은 없는데 여태까지 노동절에 쉰 사람은 본적 없다"고 말했다.

매년 5월 1일 노동절은 대다수 이공계 대학원생에게는 '평일'이나 다름없다. 대학원생들이 스스로를 '공부와 일을 함께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법적, 사회적으로 노동자임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동절에 쉬지 못하는 것 외에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여러 문제를 겪는다.
"기업에서 발주 받아 연구하는데"…일하지만 노동자 아닌 대학원생
A씨는 "연구는 보통 기업 등에서 발주받고 대학원 운영에 관한 업무에 참여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며 "많은 이들이 스스로 '노동한다' 여긴다"고 덧붙였다. 공학 분야 박사 과정을 이수 중인 B씨는 "대학원생들도 학교 나올 때 입버릇처럼 '출근한다' 말한다"며 "당사자들이 학교를 직장으로 인식하는데 정작 노동절에 못 쉰다니 의아하다"고 말했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공부와 조교 업무를 겸하는 경우는 대부분 노동자성을 인정받는다"면서도 "연구에 참여하는 이공계 대학원생 대부분은 산재보험 등에도 가입 못하는 등 노동자성을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 노무사는 "연구 대가로 논문을 가져가니 학생 아니냐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기업이나 정부에서 발주 받은 연구의 연구비를 '학교 발전기금' 등 명목으로 페이백하기도 해 임금을 받은 건지 애매한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인건비' 형식으로 대가를 지불 받았다면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자 아니어서 갑질 신고도 생각 못해"
신정욱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장은 "노동절에 일한다는 것은 대학원생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인정받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는 노동절에 쉬지 못하는 것 외에 많다"고 말했다.

신 지부장은 "이를테면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근로자' 지위를 가져야만 갑질 피해자로 인정받는다"며 "많은 대학원생이 교수나 선배와의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갑질로 큰 고통을 받지만 법적 근로자가 아니라 생각해 관련 신고를 단념한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B씨는 "이른바 명문대 대학원에서도 현재 한 달에 연구비 30만원만 받고 일하는 석사생이 있다"며 "명문대에는 '갑질 좀 해도 학교 이름 보고 올 애들은 온다'는 인식이 있어 권익침해의 그늘이 됐다"고 꼬집었다.

B씨는 "연구 참여도 않고 돈 받아가는 은퇴 직전 교수, 대학원생에게 연구비를 주기로 서류 작성하고 일부를 회수해가는 교수도 있다"며 "학생들은 종종 '울화가 치민다'지만 교수가 학생 심사·졸업·취업, 즉 인생을 좌지우지하기에 제보 않고 선의에만 기대야 하는 군대 같은 현실"이라 강조했다.
대학원생 노동자로 보려면… "용역 계약서 관행 개선" "ILO 핵심 협약 비준" 등 노력해야
이에 대학원생도 노동자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노무사는 "연구하는 대학원생과 교수는 '사제지간' 등 특수관계여서 매번 연구용역 계약서를 작성하기 힘들다"며 "연구 발주하는 기관이 애초 계약서에 '연구 인건비 페이백' 등을 방지한다는 등 대학원생 노동력을 방치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지부장은 "근본적으로는 제도권이 '일하고 대가를 받는 사람은 모두가 노동자'라 규정한 ILO협약들을 더 적극 비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은 ILO 핵심협약 4개를 비롯해 전체 189개 중 29개만 비준한 상태여서 특수고용노동자 등이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ILO 협약이 비준되면 관련 법·제도가 개선되며 대학원생도 노동자라는 인식도 익숙해질 것"이라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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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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