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외환보유액 20년만에 최대 감소..코로나19·유가붕괴 더블펀치

송경재 2020. 5. 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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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석유왕국 사우디아라비아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이동제한 조처를 취하면서 재정지출이 급격히늘어난 반면 재정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판매 대금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충격으로 유가가 붕괴하면서 급감하고 있다.

이때문에 사우디 외환보유액은 20년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 중앙은행인 사우디금융청(SAMA)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3월 1000억리얄(약 32조원) 줄어든 4650억리얄에 그쳤다. 외환보유액 규모는 2011년 이후 약 10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했고, 감소 규모는 20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급격한 외환보유액 감소는 사우디가 한 편으로는 코로나19 충격에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대규모 자금동원에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다른 한 편으로는 유가 붕괴가 사우디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4월들어 18년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20달러 선이 무너졌고,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석유저장시설이 꽉 들어차는 '탱크톱' 우려 속에 마이너스(-)로 추락하기로 했다.

주요국들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대규모로 확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유가 붕괴는 사우디의 재정지출 감축을 부르고 있다. 사우디는 올해 예산 지출을 5% 감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재정적자 한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0%에서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들어 사우디가 국제 채권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120억달러에 육박한다.

넉넉하던 사우디 곳간이 비고 있다는 소식은 곳곳에서 들린다. 이날 사우디 재부무에 따르면 1·4분기 사우디는 90억달러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1년전 재정에서 74억달러를 남겼던 것과 대조적이다. 유가 붕괴로 인해 1·4분기 세수가 전년동기비 22% 줄어든 것이 결정적이다.

아부다비 커머셜 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 모니카 말릭은 "SAMA의 순외화자산 감소폭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사우디의 자금 차입 증가와 3월에 발표된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부양책 두가지 모두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3월 1200억리얄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SAMA를 통해 민간은행 채권부실 지원으로 500억리얄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사우디는 그 일환으로 유틸리티 비용을 최소 2개월간 30% 감액하고, 정부 조달 금액은 조기에 집행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만1400명, 사망자 수는 157명에 이르렀지만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최근 봉쇄를 완화해 부분적인 경제활동 재개에 들어갔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사우디 GDP가 전년비 2.3% 감소하고, 비 석유부문 GDP는 4%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급격힌 경기침체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야심찬 사우디 경제개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비석유산업 부문을 육성하고 외국인 투자도 대거 유치하며 이를 통해 일자리도 만들어낸다는 게획이었지만 코로나19와 유가 붕괴가 계획을 좌초시키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회장인 사우디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는 그러나 한 푼이 아쉬운 사우디 국내사정과 달리 대규모 해외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폭락으로 값이 싸진 외국업체 지분을 헐값 인수하고 있다.

앞서 PIF는 3월 중반 네덜란드·영국계 다국적 석유메이저 로열더치셸 지분을 대규모로 인수해 유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석유업체 주가 상승을 부르기도 했고, 코로나19로 휴지조각이 된 크루즈선사 카니발 주식도 대규모로 사들인 바 있다.

PIF는 또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단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3억파운드에 매수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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