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이천 참사를 대하는 정치인과 검찰

문병주 2020. 5. 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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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사회2팀장

정치인이기 전에 공무에 몸담았던 사람들이다. 법무부 인권국장,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비서관, 그리고 지방경찰청장이라는 지위에 있었다.

이들 3명이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두고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열린민주당 소속인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화재 수사지휘와 관련해 “검찰 XX들이 이천 화재에 개입한다고 언플(언론플레이)하는 이유가 직접수사 범위를 넓히려고 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같은 당 비례대표로 총선에서 당선된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검찰의 속셈과 이에 놀아나는 언론의 현실”이라고 썼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에 진출하게 된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역시 하루 뒤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건에 검찰이 앞장서 언론플레이하는 것도 국제적 망신거리”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사건이 발생하자 대검 형사부, 수원지검, 수원지검 여주지청 등의 검사 15명 규모로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125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린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그리고 경기소방재난본부 등과 협력하면서 증거보존과 사고원인 분석 및 수사 방향 설정을 위한 법리검토 등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검찰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당부했다.

노트북을 열며 5/4

검찰은 특히 대형 참사는 대부분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적용되는데,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사건 발생 다음 날 관련 장소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사건에서도 초기부터 검사가 증거수집, 법리검토 등을 지휘했다. 향후 유족들이 제기할 수 있는 민사 소송에는 이런 형사적 조치에 따른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시스템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발간된 검찰의 ‘안전사고 수사매뉴얼’(2016년)에 담겨있다. 현재 진행형인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수사(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가 보여주듯 사고 직후 불완전한 조사와 수사는 두고두고 논란을 남긴다. 이를 막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화마가 집어삼킨 38명의 목숨을 두고 검찰이 오버하는 것인지, 정치인으로 변신한 전직 고위 공무원 3명이 아전인수(我田引水)격 언행을 한 것인지 판단은 제각각일 수 있다. 다만 대부분 일용노동자였던 이들의 죽음 앞에서 유가족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우선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을까.

문병주 사회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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