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날리고 수천명 잘라도..공유경제 진짜 위기는 안왔다

임주리 2020. 5.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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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적인 공유경제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기준과 활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가 코로나19 팬더믹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악시오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공유경제의 대표 주자인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앞두고 있다. 2만7000여명 중 20%가량을 내보낼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반화되고 주민 이동제한령이 내려지며 매출이 80% 이상 폭락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도 1000명에 달하는 직원을 내보낼 방침을 내놨다. 재택근무를 채택한 기업들이 늘어나며 오피스 공유 업체 위워크도 매출이 급락해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계 전반이 큰 피해를 본 탓에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 역시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어비앤비가 지난달 입은 손실만 수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숙박 공유 업체의 위기는 부동산 시장과도 연계돼 있어 그 파급력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업체는 마케팅 비용 등을 절감하고 나섰지만 당분간 손실을 피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한 우버 기사들의 모습. [연합뉴스]


기업의 위기는 개개인의 위기로도 이어진다. 공유경제 산업의 일원으로 활발히 경제활동을 하던 이들 중엔 생사의 기로에 놓인 이들도 많다.

WSJ는 "이용객이 크게 줄자, 계정을 삭제하는 에이비앤비 호스트가 급증하고 있다"며 "집을 공유해 소득을 얻던 이들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어비앤비 수익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은퇴자나 대출금을 받아 이를 운영하던 이들에겐 특히 위협적이다.

우버 기사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우버 측은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 격리 대상이 된 기사에게 유급 휴가를 주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일거리 자체가 확 줄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버에 소속된 정규직 직원이 아닌 '플랫폼 노동자'이기에 이런 위기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기준 마련해야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오피스 공유 기업 위워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공유 사무실 이용객은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 위워크]


상황이 악화하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더라도 공유경제 산업이 이전의 호황을 누리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타인과 물건·공간을 공유하는 공유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측이다.

악시오스는 "최근 몇 년간 공유경제는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코로나19 팬더믹으로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사람들은 이제 여행을 가지 않고, 떠나더라도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며 남들과 접촉해야 하는 공유 사무실 또한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시대에도 이들은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리서치·컨설팅 업체 입소스(Ipsos)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상당수는 봉쇄 조치가 해제되더라도 예전만큼 공유업체에 의존하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정리해고 등 단순 비용절감이 아닌, '뉴노멀(New normal·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른 기준)'에 맞춰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의 인적·물적 자산을 이용해 수수료를 받아 이익을 내던 방식에서 변화해야 한단 얘기다.

에어비앤비의 온라인 체험 '체르노빌의 견공들'. [사진 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는 이미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온라인 체험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이달 중 한층 강화된 '청결 프로그램'을 발표한단 계획이다. 게스트가 퇴실한 후 24시간 이상 지나야 새로운 게스트를 받을 수 있는 등의 규정이 포함된다. 소비자들의 위생 기준이 훨씬 까다로워진 탓이다.

글로벌 패션 중고 마켓 포시마크는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었던 영상 서비스를 계획보다 빨리 내놓기도 했다.

물론, 공유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란 긍정적인 시각도 많다. 공유경제 업체라고 모두 하락세를 걷고 있는 것은 아닌 데다, 이미 공유경제를 맛본 사람들이 그 장점을 확실히 알고 있기에 막을 수 없는 흐름이란 것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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