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적 산업구조' 자책했는데..제조업 덕 'V자반등' 기대

김혜지 기자 입력 2020. 5. 4. 07:01 수정 2020. 5. 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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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도 고용도 제조업에 도움받아..회복속도↑
세계회복 4~6분기 걸린다..한국도 올해는 버텨야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고용유지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4.29/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전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코로나 종식 이후 V자 회복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회복되기까지 적어도 4~6분기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그보다 빠른 정상화 가능성이 높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특성상 코로나 극복을 위한 정부 대책은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선임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캐서린 만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과 기술을 비교적 더 많이 보유한 일부 국가의 경기 회복은 '브이(V)자형'에 가까울 것"이라며 "한국 또는 대만이 그러한(V자형 회복을 하는) 나라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반면 관광업에 극도로 의존하는 태국, 싱가포르 등의 국가는 'L자형' 침체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구조 따라 회복속도 격차…한국, 미국보다 버팀목 튼튼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며 공장 재가동을 포함한 산업 재개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대면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느린 반등이 예상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각국의 경기 회복 속도는 국가 내 산업 비중에 따라 엇갈릴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적인 회복 양상이 (국가 간에) 고르지 않게 나타날 것"이라며 "제조업과 제조업 의존 국가는 꽤 빠른 속도로 반등할 테지만, 대면 서비스업에 연관된 활동과 서비스업 의존 국가는 그보다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컨대 독일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24일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서비스업 비중이 약 80%로 매우 높은 편이다.

반면 우리나라 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대로 제조업 비중은 28% 정도로, 선진국 중 제조업에 의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독일(22%)·일본(21%)보다도 높고, 미국(12%)과는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앞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서비스업 의존도가 낮아(한국 62%, 독일 69%, 스페인 75%, 미국 80%) 인적 교류 제한으로 타격받는 코로나19 파급 영향도 작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뒤떨어진 산업구조" 자책했는데…수출도 고용도 '도움'

서비스업 비중이 낮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의 산업구조는 5년여 전만 해도 개선이 필요한 문제로 공공연하게 지목돼 왔다. 이른바 '3차 산업혁명'이 덜 진행된 중진국형 산업구조라는 자책성 평가였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는 오히려 수출과 고용에 도움을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ICT 수출이 지난달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99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전체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특히 컴퓨터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99.3% 늘었고, 데이터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출은 254.5% 껑충 뛰었다.

코로나 고용위기 와중에 저력을 보이고 있는 산업도 제조업에 해당한다.

지난달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15.3만명, -12.0%), 교육서비스업(-10.7만명, -6.7%),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업(-3.9만명, -11.9%) 등 3개 서비스 업종에서만 약 30만개 일자리가 사라진 반면, 전체 종사자의 20%를 차지하는 제조업은 1만1000개 감소에 그쳤다.

오히려 식료품 제조업(6000명)과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제조업(3000명)에서 일자리가 늘었고,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던 조선업(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5000명)마저 기존의 회복세를 이어갔다.

심지어 제조업 일자리 감소 대부분은 실직자가 아닌 무급휴직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제조업 감소폭 1만1000명 대부분은 무급휴직자 때문"이라며 "제조업에서 고용충격은 일시휴직 등 고용유지조치를 통한 완충이 이뤄지는 걸로 보이며, 따라서 제조업 자체에서 아직 대규모 실직이나 상용직 근로자의 대량해고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 AFP=뉴스1

◇코로나 회복, 4~6분기 소요…韓도 올해는 버텨야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 궤도에 오르기까지 적어도 4~6분기가 필요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정KPMG가 지난달 말 28개국 KPMG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가 재확산되지 않고 통제된다는 전제 아래 세계 경제가 정상화되는 시기는 올 4분기 이후이며, 경제 회복에는 4~6분기가 소요된다는 응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분석을 종합하면 한국 경제의 정상화는 4~6분기보다 이른 기간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OECD 국가 중 가장 양호한 -1.2%로 발표한 것도 이러한 분석이 뒷받침된 결과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 재확산·공장 셧다운·국제수요 급감 등 예측 불가한 블랙스완(Black Swan)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이러한 예측 불가 사태에 더욱 타격을 받는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정부에 불확실성 최소화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 주체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경기부양책의 규모를 더 늘리고, 코로나 확산에 따른 고용 및 수출 위축에 대비해야 한다"며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통화 당국은 기존 법, 제도를 한시적으로라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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