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대란에 자급? 사냥 나선 미국인들.."과도한 야생동물 사냥 우려"

김향미 기자 2020. 5. 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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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국 뉴멕시코주 타오스의 한 숲에서 사냥 중인 나다니엘 에반스(오른쪽)와 브라이언 반 네벨. 타오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남서부 뉴멕시코주 타오스카운티에서 병원 경호원으로 일하는 데이비드 엘리엇(37)은 코로나19로 육류 공급이 어려워진다는 소식에 사슴 사냥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총기를 소유하지 않았던 엘리엇은 생애 처음으로 주정부에 사슴 사냥 허가권을 신청했다. 엘리엇은 “가능하면 깔끔하게, 인도적인 사냥 방법으로, 사슴 한 마리 정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인 나다니엘 에반스(38)는 새벽 4시에 일어나 타오스 주변의 숲에서 야생 칠면조 사냥을 하곤 했다. 에반스는 올해 숲에서 새를 사냥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냥을 두고 “저의 정신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육류 가공업체가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문을 닫고, 실업으로 소득이 줄면서 고기를 얻기 위해 실제 사냥에 나선 이들이 늘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지역 게임·낚시 대행사는 올 봄철 사냥 면허 판매 및 사냥 허가 신청이 늘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마티 벤슨 인디애나주 천연자원국 대변인은 “인디애나주에선 봄 시즌 첫 주 칠면조 사냥 면허 판매가 28% 늘었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미국 전체 사냥꾼의 숫자는 2% 가량 감소했다. 젊은층이 사냥에 무관심하거나,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냥 옹호단체인 우량사슴관리협회는 3~4월 미국인들이 식료품점에서 고기가 동이 난 것을 보고나면 사냥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의 행크 포레스터는 “사람들은 식량이 어디에서 오는지, 자가생존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워싱턴과 일리노이 등 일부 주에선 사람들이 식량 사냥에 나설 수 있도록 총기 단체가 주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시도하기도 했다.

무분별한 사냥 욕구는 밀렵의 행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워싱턴주에선 3월25일부터 4월26일까지 10건의 밀렵이 적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적발된 밀렵은 3건이다. 야생 생태학자 마이클 체임벌린은 “올봄 칠면조 개체 수가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지아주에선 올봄 시즌 23일 만에 사냥에 희생된 칠면조의 수가 26%나 늘었다. 생태학자들은 사슴이나 칠면조 등에 대한 사냥 건수는 가을이 되면 또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등에선 오히려 사냥 먼허 신청이 감소세를 보여, 미 전역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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